
공포가 현실이 된 전세 시장
"차라리 경기도 외곽으로 나가는 게 속 편하죠. 서울에서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2026년 봄, 서울 마포구의 한 중개업소에서 만난 30대 직장인의 말은 현재 임대차 시장의 처참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부가 수차례 공급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역대 최악의 '전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히 물량이 부족한 수준을 넘어, 전세라는 제도 자체가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규제가 멈춰 세운 공급, 입주 물량 실종의 서막
2026년 전월세 대란의 근본 원인은 2~3년 전부터 예견된 '입주 물량 실종'에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공사비 급등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 그리고 정부의 촘촘한 인허가 규제는 신규 공급의 맥을 끊어놓았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예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민간 건설사들은 규제 리스크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신규 분양을 미루거나 포기했다. 결국 "지을 집이 없다"는 단순한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공급이 막힌 상태에서 수요가 누적되자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곧바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전이됐다.
임대 공급망의 붕괴, 전세의 종말과 월세 가속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는 임대차 시장의 핵심 공급원인 민간 임대사업자들을 시장에서 내몰았다. 보유세 부담을 견디다 못한 임대인들은 전세 보증금을 올려 세금을 충당하거나, 아예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여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있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전세 매물은 더욱 귀해졌고, 전세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은 반강제적으로 고액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켜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시장의 자율적인 임대 공급 기능을 규제로 억누른 결과가 공급망 자체를 파괴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주거 사다리의 붕괴와 양극화의 심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실수요자를 향한 금융 규제다.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강화된 전세 자금 대출 제한은 자산 형성이 미흡한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금 부자들은 규제 속에서도 알짜 매물을 사들이는 반면,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서민들은 주거 하향 이동을 강요받고 있다. 서울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아파트에서 빌라나 오피스텔로 밀려나는 '전세 유목민'들이 급증하며 주거 양극화는 2026년 사회 갈등의 핵으로 부상했다. 규제가 서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민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 원리 복원이 유일한 탈출구
2026년 하반기,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전월세 가격은 또 한 번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규제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과도한 세제 규제를 완화하여 민간 임대 공급을 활성화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규제는 핀셋형으로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집념은 결국 주거 약자들의 고통만 가중할 뿐이다. 30년 전에도, 지금도 진리는 하나다. 공급 없는 안정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