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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갱단 재판, 범죄 척결과 인권 논쟁

범죄와의 전쟁: 치안 성과와 이면

공정한 재판인가, 절차적 정의의 부재인가

한국 사회에 주는 함의와 국제적 시사점

범죄와의 전쟁: 치안 성과와 이면

 

엘살바도르라는 중미의 작은 나라가 지금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언론에서 보도된 한 장의 영상이 그 이유다.

 

486명의 갱단원으로 지목된 자들이 교도소에서 화상으로 대규모 재판을 받는 모습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추진하는 강력 범죄척결 캠페인의 결정적인 장면이자, 인권 문제라는 국경을 초월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다. 엘살바도르 검찰총장실이 공개한 영상에는 수많은 남성들이 교도소 내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재판에 참석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들은 모두 갱단 활동 혐의로 기소된 용의자들로, 한 번에 486명이라는 전례 없는 규모로 동시에 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 같은 대규모 재판 방식은 엘살바도르 사법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부켈레 정부의 강경한 범죄 소탕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엘살바도르는 오랫동안 갱단 문제로 몸살을 앓아온 국가다.

 

특히, '마라 살바트루차(MS-13)'나 '바리오 18' 같은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갱단은 엘살바도르뿐 아니라 멕시코, 미국 등지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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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갱단들은 폭력과 범죄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무기 밀매, 마약 거래, 인신매매 등을 조직적으로 관리해왔다. 오랜 기간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살인율을 기록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혔으며, 시민들은 일상적인 폭력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거리에서는 갱단원들이 공공연히 활동했고, 상점 주인들은 보호비를 강요당했으며, 청소년들은 강제로 갱단에 가입되는 일이 빈번했다.

 

이러한 현실은 부켈레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부켈레 정부가 '예외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본격적인 갱단 소탕 작전에 돌입한 이후,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갱단과의 전쟁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강력한 법 집행을 통해 범죄자들을 색출하고 체포하는 데 주력했다.

 

비상사태 선포 이후 엘살바도르 당국은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단속 작전을 펼쳤으며, 그 결과 7만 명 이상의 갱단 용의자를 체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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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강력한 법 집행은 실제로 치안 개선이라는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엘살바도르의 살인 사건 건수는 급격히 감소했으며, 과거 세계 최악 수준이었던 살인율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에서 갱단원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시민들은 예전보다 안전하게 외출할 수 있게 되었다.

 

상점들은 더 이상 보호비 협박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고, 학교 주변의 치안도 개선되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러한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자신의 정책이 국민의 안전을 되찾아주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엘살바도르 국민들 사이에서 부켈레 대통령의 지지율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오랜 기간 갱단 폭력에 시달려온 시민들은 강력한 법 집행을 통한 치안 회복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거리를 되찾았다는 안도감, 자녀들을 안전하게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안심감은 부켈레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엘살바도르 국민들은 과거의 무법 상태보다 현재의 강력한 법 집행을 선호하며, 부켈레 대통령을 국가를 구한 지도자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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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인권 문제는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국제 인권 단체와 활동가들은 부켈레 정부의 조치를 두고 거센 비판에 나섰다.

 

특히, 체포된 7만 명 중 다수가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대규모 구금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체포, 고문, 부당한 구금 등의 인권 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인권 옹호 단체들이 제기하는 핵심 문제는 적법 절차의 부재다. 비상사태 선포 이후 엘살바도르 정부는 갱단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증거 없이, 또는 단순히 외모나 거주 지역만을 근거로 체포되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갱단과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구금되었으며,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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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구금 시설 내에서의 처우 문제다. 인권 단체들은 과밀 수용, 비인도적 대우, 고문 등의 사례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들은 이미 수용 능력을 훨씬 초과한 상태이며, 7만 명 이상의 새로운 수감자가 유입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수감자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고,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나 법률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공정한 재판인가, 절차적 정의의 부재인가

 

이번 대규모 재판 역시 피고인들이 개별적인 변호나 충분한 증거 제출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정한 재판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각 피고인이 자신의 사건에 대해 개별적으로 변론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486명을 동시에 재판하는 방식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피고인의 구체적인 혐의 내용, 증거의 타당성, 개별적인 사정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과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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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백 명의 피고인이 동시에 기소되는 방식은 공정한 재판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괄 재판 방식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한다. 각 피고인은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받아야 하며, 검찰은 각 개인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대규모 일괄 재판에서는 개별적인 증거 검토와 변론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렵고, 일부 피고인은 집단의 일원으로 간주되어 개별적인 사정이 고려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변호권의 실질적 보장 문제도 제기된다.

 

486명의 피고인 각각이 독립적이고 효과적인 법률 대리를 받을 수 있는지, 변호사들이 각 사건을 충분히 준비하고 변론할 시간과 자원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형식적으로만 변호인이 배정되고 실질적인 변론 기회가 제한된다면, 이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될 수 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갱단 소탕이 국민의 생존권과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엘살바도르는 더 이상 범죄 국가가 아니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정부 측은 과거 수십 년간 갱단 폭력으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들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의무라고 주장한다. 또한 기존의 사법 체계로는 갱단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으며, 예외적인 상황에는 예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정부는 또한 구금된 사람들 대부분이 실제로 갱단 활동에 연루되어 있으며, 철저한 조사를 거쳐 체포되었다고 주장한다. 문신, 갱단 관련 기록, 증언 등을 근거로 갱단원을 식별했으며, 무고한 사람이 체포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는 입장이다. 또한 교도소 환경 개선을 위해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수감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는 보장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인권 옹호자들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무리 범죄 척결이라는 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인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권 전문가들은 과거 역사에서 안보를 이유로 인권이 희생된 사례들이 결국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초래했음을 상기시킨다. 단기적으로는 치안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반이 약화되어 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국가 안보와 인권 보장 사이의 복잡한 균형 문제를 국제 사회에 다시 한번 제기하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어디까지 제한될 수 있는가? 국가의 안전과 시민의 인권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히 엘살바도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보편적인 딜레마다. 한국 사회 또한 엘살바도르의 사례를 깊이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흉악 범죄가 잇따르며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보다 강경한 법 집행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실현될 때 법적 절차의 공정성과 인권 보호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 사회에 주는 함의와 국제적 시사점

 

엘살바도르의 사례는 범죄 예방과 처벌 강화라는 목표가 인권의 희생을 담보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치안 개선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무고한 사람들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적법 절차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정당화될 수 없다.

 

법치주의 사회에서는 범죄자라 하더라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러한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사회 전체의 정의가 위협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윤리적, 실질적 딜레마를 다시금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표와 개별적인 법적 절차라는 사법 정의의 원칙은 대립하기 쉽다.

 

특히 급박한 안보 상황에서는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요구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를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항상 긴장 관계에 놓인다. 이러한 긴장을 어떻게 해소하고 균형을 맞출 것인가는 각 사회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과제다. 더불어 엘살바도르의 사례는 국제 사회에서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규범과 방향성을 재검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국제 인권 기준과 각국의 주권, 글로벌 규범과 지역적 특수성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될 것이다. 국제 사회는 인권 침해가 의심되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주권을 존중하면서도 보편적 인권 기준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향후 엘살바도르 정부가 범죄와 인권 문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치안 개선을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평화와 정의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와 인권 존중이 필수적이다.

 

갱단 문제의 근본 원인인 빈곤, 불평등, 교육 기회 부족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물리적 진압만으로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국가의 안전을 이유로 과도한 권력 행사가 정당화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와 법적 정의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역사는 안보를 명분으로 한 권력 남용이 결국 독재와 억압으로 이어진 사례들을 보여준다.

 

엘살바도르가 이러한 길을 걷지 않고 범죄 척결과 인권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이 이러한 사례에서 얻을 교훈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법 절차의 공정성과 치안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도 국제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이다.

 

각 사회는 자신의 맥락과 가치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인권과 법치주의라는 보편적 원칙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엘살바도르의 486명 대규모 재판은 단순한 사법적 사건을 넘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가 직면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제기하고 있다. 안전과 자유, 질서와 정의, 효율성과 공정성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엘살바도르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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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bbc.com

작성 2026.04.22 09:13 수정 2026.04.22 09:13

RSS피드 기사제공처 : 전국인력신문 / 등록기자: 최현웅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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