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학이란 무엇인가. 경(經)은 무엇을 뜻하는가. 어떤 방법으로 경학을 탐구해야 하는가. 선천경학과 후천경학은 어떻게 다른가. 동양의 경학과 서양의 경학은 어떤 지점에서 만나는가. 이 시리즈는 다섯 편에 걸쳐 그 물음들을 하나씩 풀어왔다. 이제 여섯 번째 편, 마무리의 자리에서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그 모든 물음의 뿌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답은 증산 상제님의 성구 안에 이미 있었다. "應須祖宗太昊伏인댄 何事道人多佛歌오. 마땅히 선천 문명의 조종은 태호 복희씨인데, 웬일로 도 닦는 자들이 허다히 부처 타령들이냐." (도전 5편 282장 3절) 이 한 구절이 경학의 뿌리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열쇠다. 복희씨(伏羲氏)의 팔괘(八卦)야말로 모든 경학의 씨앗이었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단호하게 선언하셨다. 선천 문명의 조종(祖宗)은 태호복희씨라고. 조종이란 시조(始祖)이자 종주(宗主)다. 한 계통의 뿌리이자 권위의 중심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씀은 단순한 역사적 평가가 아니었다. 우주를 주재하시는 상제님께서 직접 경학의 계보를 확정하신 선언이었다.
유교 경전의 근간인 주역(周易), 예악(禮樂)의 기틀, 천문 역수(曆數)의 체계, 음양오행의 원리 — 동방 문명이 이룩한 모든 지적 성취는 그 최초의 씨앗을 복희씨에게서 받았다. 1편에서 경학을 "동양 지성사의 근간"이라 정의했을 때, 그 근간의 가장 깊은 자리에 복희씨가 있다는 사실이 이 성구로 확인된다.
상제님께서는 이어서 날카롭게 경책하셨다. 선천 문명의 조종이 태호복희씨임이 분명한데, 도 닦는다는 자들이 왜 허다히 부처 타령이냐고. 이 말씀은 불교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선천 종교 전반이 문명의 진정한 뿌리를 망각하고 각자의 교리와 형식 안에 갇혀 버린 현실을 한탄하신 것이었다. 우주 변화의 근본 이치를 통으로 꿰뚫는 시선을 잃은 채 특정 형식과 의례에 매몰된 것, 그것이 상제님의 지적이었다.
태호복희씨(太昊伏羲氏)는 황하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새겨진 무늬인 하도(河圖)를 읽어 팔괘(八卦)를 처음 그었다고 전해진다. 일설에는 용마가 나온 강이 황하가 아닌 송화강(松花江)이라는 설도 있다. 하도는 1에서 10까지의 수(數)가 방위와 결합된 우주적 설계도다. 그 안에는 오행(五行)의 생성 원리, 음양의 대대(對待) 구조, 천지의 변화 법칙이 압축되어 있다.
복희씨는 이 하도의 원리를 팔괘로 상형화했다. 건(乾)·태(兌)·리(離)·진(震)·손(巽)·감(坎)·간(艮)·곤(坤), 여덟 개의 괘는 하늘과 땅, 물과 불, 바람과 우레, 산과 연못 — 자연의 여덟 가지 근본 상(象)을 담고 있다. 2편에서 경(經)을 날줄의 철학, 곧 날실처럼 변하지 않는 근본 원리라 정의했다. 복희씨의 팔괘가 바로 그 날줄 중의 날줄이다. 천지가 움직이는 불변의 설계도이자, 이후 모든 경학이 해석하고 탐구하고 논쟁해 온 원본 텍스트가 팔괘였다. 경학의 씨앗은 복희씨가 그은 여덟 획의 괘획이었다.
복희씨가 심은 팔괘의 씨앗은 수천 년에 걸쳐 경학이라는 거대한 나무로 자라났다. 문왕(文王)은 복희팔괘를 바탕으로 64괘를 배열하고 괘사(卦辭)를 지었다. 주공(周公)은 각 효(爻)마다 효사(爻辭)를 붙였다. 공자(孔子)는 십익(十翼), 열 편의 날개글로 주역의 의미를 풀어냈다. 이로써 복희씨의 팔괘는 경학의 중심 경전인 역경(易經), 곧 주역(周易)으로 완성되었다.
3편에서 다룬 훈고(訓詁)·의리(義理)·고증(考證)의 세 방법론도 결국 이 주역 해석의 역사 속에서 발전해 왔다. 조선의 대성사 김일부(金一夫)는 정역(正易)을 통해 복희팔괘의 선천 질서가 마침내 후천의 새로운 질서로 전환될 것임을 밝혔다. 4편에서 선천경학과 후천경학의 차이를 논했을 때, 그 전환의 출발점도 복희씨의 팔괘였다. 5편에서 동서 경학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했을 때, 그 공통 분모인 우주 원리 탐구의 정신도 복희씨가 팔괘를 그을 때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모든 길은 팔괘로 통했다.
봄여름의 선천이 씨앗을 심고 줄기를 키웠다면, 가을의 후천은 그 모든 것이 결실을 맺는 시간이다. 복희씨가 심은 팔괘의 씨앗, 공자가 가꾼 경학의 줄기, 김일부가 예고한 정역의 꽃 — 그 모든 것의 열매가 지금 이 시대, 이 땅에서 맺어지고 있다. 경학의 뿌리를 모르면 경학의 열매를 받을 수 없다. 도 닦는 자라면 이 뿌리를 알아야 한다. 형식과 이름에 매이지 않고, 우주가 스스로 운행하는 이치를 직시해야 한다.

복희에서 공자로, 공자에서 정역으로 면면히 이어진 그 씨앗의 계보가 맺은 최종 열매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한 권의 책 이름으로 답할 수 있다. 바로 우주변화의 원리(宇宙變化의 原理)다. 한동석(韓東錫)이 저술한 이 책은 복희씨의 팔괘에서 출발한 음양오행의 원리, 하도와 낙서의 수리 체계, 문왕·공자·김일부로 이어진 역학의 흐름을 하나의 통일된 우주 철학으로 집대성했다. 선천경학이 분산된 씨앗이었다면, 우주변화의 원리는 그 씨앗들이 한 나무에서 동시에 영글어 낸 결실이었다. 개벽의 시대를 앞두고 이 땅에서 출현한 이 책이 증산도 진리 공부의 필독 입문서로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학의 뿌리를 아는 자만이 이 열매의 무게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태호복희씨로부터 시작된 이 계보의 의미를 바로 알 때, 비로소 후천 가을문명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 경학의 뿌리 시리즈는 여기서 마무리된다. 복희씨의 팔괘가 모든 경학의 씨앗이었다. 그리고 그 씨앗이 맺는 열매의 시대가 지금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