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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칼럼] 151화 수업 시간에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신다는 건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지금의 삶 속에서 아무 계산 없이 웃는 순간은 얼마나 되는가

책임과 역할에 가려져,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못한 시간은 없는가

그날의 공강은 더 이상 ‘빈 시간’이 아니었다.  [사진=김기천 칼럼니스트]

 

한 장의 사진이 불러온 기억
얼마 전, 친한 동생의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점심시간, 연기가 피어오르는 불판 위에 올려진 삼겹살. 특별할 것 없는 장면이었지만, 그 사진은 오래 잠들어 있던 기억을 끌어올렸다. 머릿속에 스친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그 시절의 공기와 온도, 그리고 함께 웃던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공강이 만들어낸 하루의 방향
대학교 3학년 어느 날, 교수님의 개인 사정으로 수업이 취소되었다. 공지 한 줄이 전부였지만, 그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다. 2시간의 수업이 통째로 비었고, 이어지는 점심시간까지 더해지며 하루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 누구 하나 말하지 않아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는 것.

 

교실 밖에서 시작된 또 다른 수업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함께 역 근처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늘 가던 곳, 부담 없는 가격, 익숙한 공간. 불판 위에 고기가 올라가고 지글거리는 소리가 퍼지자, 그날의 공강은 더 이상 ‘빈 시간’이 아니었다. 우리가 선택하고 채워 넣은 시간으로 바뀌었다. 누군가 “소주 한 병씩만 먹고 들어가자”고 말했고, 그 말은 현실적인 약속처럼 들렸다. 낮의 술, 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화, 그 순간만큼은 아무 걱정도 없었다.

 

일탈이 아닌, 온전히 살아낸 시간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 발걸음은 무겁기보다 멈추고 싶었다. 결국 우리는 다시 방향을 틀었다. 학교가 아닌, 익숙한 술집으로. 그렇게 그날은 ‘조금의 일탈’로 시작해 ‘특별한 하루’로 완성되었다. 아무 계획 없이 흘러갔지만, 그래서 더 또렷하게 남았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보이는 가치
이제는 안다. 그날과 같은 선택을 쉽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책임져야 할 일들이 있고, 지켜야 할 기준이 있으며,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모습 또한 중요해졌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분명해진다. 그날은 단순히 놀았던 하루가 아니라, 지금을 버티게 하는 기억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추억은 현재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아무 이유 없이 웃던 날, 사소한 일에도 크게 웃고, 시간의 흐름조차 아까운 줄 몰랐던 그 하루. 그때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더 또렷해졌다. 지금의 나는 그 기억을 꺼내며 하루를 버틴다. 그날이 있었기에, 오늘을 묵묵히 살아갈 수 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우리는 얼마나 자주, 온전히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가.
지금의 삶 속에서 아무 계산 없이 웃는 순간은 얼마나 되는가. 
책임과 역할에 가려져,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못한 시간은 없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그때는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는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의 의미

그날의 선택은 일탈이 아니라, 인생의 한 장면이었다. 수업 시간에 고기를 굽고 술을 마셨던 그날은 규칙을 벗어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본질적으로 보면, 그것은 한 번뿐인 시간을 온전히 살아낸 순간이었다. 지금은 다시 할 수 없기에 더 소중하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결국 인생은 그런 순간들로 쌓인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오늘의 나를 지탱한다. 그때 마음껏 웃어본 경험이 있기에, 지금을 묵묵히 살아낼 수 있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4.14 08:22 수정 2026.04.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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