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픽 퓨리 작전'의 정점인가, 새로운 늪의 시작인가... 불투명한 승리 공식에 쏟아지는 질문들
2026년 4월의 밤, 백악관에서 흘러나온 메시지는 단호했으나 그 이면은 짙은 안개에 싸여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황금 시간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중동의 거대한 화약고, 이란을 향한 군사 목표가 "거의 달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전격 선언했다. 단기간 내에 임무를 마무리 짓겠다는 그의 공언은 지지자들에게는 승리의 축배처럼 들리지만, 국제 사회와 비판자들에게는 전쟁의 경제적 여파를 가리기 위한 수사적 방패막이라는 의구심을 동시에 낳고 있다.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의 깃발 아래 진행된 이번 전쟁이 과연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줄 것인지, 아니면 더 큰 불신의 시대로 우리를 몰아넣을 것인지, 그 불투명한 현장의 속살을 분석한다.
47년의 원한과 '제47대 대통령'의 운명적 조우
이번 군사 작전의 근저에는 해묵은 역사적 증오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운명론’이 결합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이 지난 47년간 자행해 온 폭력에 대한 단죄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1983년 미 해병대 막사 폭격과 2000년 USS 콜호 공격 사건을 직접 거론하며, 이란 정권의 테러 역사가 핵무기 보유를 막아야 하는 절대적 이유라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제47대 대통령’으로서 ‘47년의 테러’를 종결짓는 것을 자신의 역사적 소명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들을 처단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가"라며 개인적인 감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즉, 이번 전쟁은 단순한 안보 전략을 넘어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서사와 중동의 지정학적 청산이 맞물린 결과물이다.
"석기 시대로 되돌리겠다"라는 위협과 엇갈린 내부의 목소리
백악관의 연설문은 강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몇 주간 이란을 "그들이 있어야 할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을" 강력한 폭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역시 자신의 SNS에 "석기 시대로 돌아가자"라는 짧고 강렬한 문구를 남기며 힘을 보탰다. 공화당의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 다수당 대표는 이 연설을 "설득력 있는 에픽 퓨리 작전의 제시"라며 극찬했다.
하지만 반대편의 목소리는 참혹하다. 야사민 안사리 의원은 9천만 인구를 가진 국가를 석기 시대로 돌리겠다는 발언에 대해 "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악행"이라며 격렬히 비판했다. 크리스 밴 홀렌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2주 전 승리 선언'과 현재 상황이 모순됨을 지적하며 "트럼프의 거짓말은 국가와 세계에 위험한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이번 연설에는 핵심적인 의문들이 빠져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이 급박한 일정에 진정으로 동의하는지, 전쟁의 잔해 속에 묻힌 수백 킬로그램의 농축 우라늄 회수 계획은 무엇인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위한 확정적인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만을 내놓았다.
호르무즈의 파고와 휘발유 가격의 정치학
현재 미국 내에서는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든 책임을 이란에 전가하며, 미국은 전쟁의 여파에 대처할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잘 되어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군사 작전에 반대하는 측은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면서부터 비로소 이 모든 경제적 위협이 가시화되었다고 반박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발언은 동맹국들 사이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해상 안전을 위해 "용기를 내라"고 촉구하면서도, 정작 미국은 해협의 자원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선언했다. 이는 향후 미국이 분쟁 지역에서 철수할 경우, 항행의 자유를 보장해 온 국제적 임무에서 사실상 손을 떼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 동맹국들의 우려를 자아낸다. 나아가 그의 나토(NATO) 탈퇴 의구심까지 겹치며 세계 질서의 근간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20분의 연설, 그리고 남겨진 잔해들
트럼프의 20분간 대국민 연설이 끝났지만, 국민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승리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대통령의 견해는 하루가 다르게 상충하고, 4~6주였던 시한은 어느새 2~3주를 더 연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에 감사를 표하며 "그들이 다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정작 전장의 불길이 언제 꺼질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