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의 숨결은 때로 한 사람의 손끝에서 이어진다.
예향의 도시 광주에서 대금을 만들고, 불고, 가르치며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대금제작자 김웅. 그의 작업실에는 오늘도 대나무 향과 함께 깊은 숨결이 머문다.
20여 년의 시간 동안 3,000여 점의 대금을 만들어온 그는 단순한 제작자를 넘어 ‘대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불린다. 대금의 울림을 좌우하는 미세한 두께, 숨이 스며드는 길, 손끝의 감각까지—그의 작업은 기술을 넘어선 감각의 영역이다.
김웅 대표는 처음부터 장인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삶을 뒤로하고 선택한 대금 제작의 길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 선택이 “진짜 자신의 삶을 시작한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대금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사람의 숨을 담는 그릇입니다. 만드는 사람의 마음, 부는 사람의 감정이 그대로 소리가 됩니다.”
그의 철학은 제작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김웅 대표는 전통 방식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 감각을 더한 개량 대금 개발에 꾸준히 힘써왔다. 특히 양악 연주가 가능한 대금은 대중음악과의 경계를 허물며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대금을 ‘어려운 국악기’가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악기’로 변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그의 연주에서는 트로트와 대중가요, OST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웅 대표의 활동 무대는 작업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가 운영하는 ‘산내들아트갤러리’는 대금 제작 공간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곳에서는 어린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대금을 접하며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연결은 그의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학교 국악기수업, 복지기관 프로그램, 요양원 공연 등은 단순한 교육과 공연을 넘어 ‘사람을 위한 예술’이라는 가치를 실천하는 현장이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게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그의 대금은 이미 국경을 넘어섰다. 해외 20여 개국으로 보급되며 한국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울림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웅 대표는 여전히 ‘현재’에 집중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금을 쉽고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광주라는 지역 안에서 대금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대금이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음악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불어보고 싶은 악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통을 지키는 일은 과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이다.
김웅 대표의 손에서 태어난 대금은 오늘도 새로운 숨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숨은 다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음악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