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뉴스 속 숫자나 통계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때로는 가장 단순한 이야기의 형태로 우리를 마주한다. 이예숙 작가의 《우리 곧 사라져요》는 겉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성인 독자에게 더 직접적이고 날카롭게 다가온다.
이 책은 바다 속에서 길을 잃은 ‘민팔물고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자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생명들에 대한 기록이자 경고문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어린이 그림책 특유의 부드러운 색감과 단순한 문장을 사용하지만, 그 내용은 매우 현실적이다. 민팔물고기, 가시해마, 푸른바다거북 등 등장하는 생물들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로 멸종 혹은 멸종 위기에 놓인 존재들이다.
특히 민팔물고기는 실제로 지구상에서 사라진 종이라는 설정을 통해 이야기의 출발부터 강한 현실성을 확보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이건 허구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
작품 속 바다는 점점 낯설어지고, 결국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모든 것을 덮친다. 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현실적 재앙을 상징하며, 독자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전달한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바다 동물의 멸종은 단지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작품 속 동물들은 하나같이 “친구가 사라졌다”, “가족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생태계 붕괴의 징후다. 그리고 그 원인은 작품 밖, 즉 인간 세계에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통계처럼 매년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현실은 더 이상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은 그러한 데이터를 감성적 서사로 번역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한다. 배달 음식 용기, 포장재, 일회용품 등은 현대 사회의 ‘편리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편리함이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묻는다.
작품은 직접적으로 인간을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사라지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이 모든 것을 소비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현대 문명 전체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우리 곧 사라져요》는 분명 그림책이다. 그러나 그 메시지의 깊이는 성인을 향해 있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슬픔’을 느끼지만, 어른은 ‘책임’을 느낀다.
특히 두 번의 반전 구조는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처음에는 단순한 실종 이야기로 보이지만, 마지막에는 그것이 인간 사회와 직결된 문제임이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라, 문제의 일부로서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우리 곧 사라져요》는 단순한 환경 그림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를 향한 경고이자, 미래를 향한 질문이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바다가 무너지면, 인간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신호를 받아왔다. 이상 기후, 폭염, 해양 오염 등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선택이다.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귀 기울일 것인가.
이예숙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이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