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집을 잃은 사람이 훗날 다른 사람의 집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가 됐다. 《내일도 나는 문을 연다》는 그 극적인 반전 자체보다 실패 이후 무엇을 배우고 어떤 기준으로 다시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다. 저자 김근혜의 답은 ‘다시 시작하는 것’과 ‘신뢰를 소모하지 않는 것’에 가깝다.
부동산 중개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집을 사고파는 사람에게 거래 대상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 모은 자산이거나 가족의 생활 기반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개사의 전문성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가뿐 아니라 그 정보를 어떤 태도로 설명하고, 최종 선택을 어떤 방식으로 돕는가에서도 드러난다.
마용서꿀갭 김근혜 공인중개사가 쓴 《내일도 나는 문을 연다》는 이러한 문제를 중개 이론보다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해 보여준다. 책은 경기도 광주의 농부 집안 막내딸로 성장한 시절부터 아내와 엄마, 며느리로 살아간 시간, 사업 실패와 재도전, 공인중개사가 된 이후의 현장까지 이어진다.
전환점은 마흔한 살에 찾아왔다. 가족을 믿고 시작한 사업에 아파트를 담보로 잡았지만 결과는 큰 손실이었다. 저자가 기록한 상처의 핵심은 돈에만 있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경계를 세우지 않았던 선택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함께 무너졌다는 점이 이후 삶의 중요한 경험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책은 실패를 성공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김근혜 대표는 집을 잃었던 경험이 공인중개사가 되기 위해 필요했던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긋는다. 이미 지나온 경험이라면 그것을 이후 더 나은 판단을 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는 쪽에 가깝다.
이 지점은 흔한 성공 서사와 결을 달리한다. 실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다음 무엇을 선택했는지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김근혜는 마흔다섯에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했다. 두 번의 불합격 이후 세 번째 시험에서 2010년 제21회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영등포와 구로에서 현장을 경험한 뒤 2014년 쉰둘의 나이에 서울 마포에서 에이스공인중개사사무소의 문을 열었다. 현재는 마포·용산·서대문 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빌라와 주택 등을 중개하며 ‘마용서꿀갭’이라는 이름으로 관련 정보를 알리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면 삶의 재도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중개업의 직업윤리로 이어진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고객을 서둘러 계약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정확한 정보를 설명하고, 좋은 점만 부각하지 않으며, 고객이 스스로 판단할 시간을 갖도록 하는 일이다.
특히 계약을 만들기 위해 신뢰를 소진하기보다 계약을 놓치더라도 신뢰를 남기겠다는 기준은 부동산 중개업의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단기적인 성과와 장기적인 신뢰가 충돌하는 순간 중개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한다는 것 역시 단순한 영업기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역의 변화와 물건의 특성을 아는 것에 더해 반복되는 고객 질문과 의사결정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전문성은 이런 시간이 축적되면서 만들어진다. 저자가 ‘문을 여는 것보다 계속 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일도 나는 문을 연다》가 남기는 메시지는 특정한 부동산 투자법보다 사람과 직업에 관한 것이다. 인생이 무너진 이후에도 다시 배울 수 있는가, 전문가는 무엇으로 신뢰를 얻는가, 계약이 끝난 뒤 무엇이 남는가를 묻는다.
공인중개사마케팅과 공인중개사AI마케팅이 중요해지는 환경에서도 결국 콘텐츠의 바탕은 현장 경험과 설명할 수 있는 자기 기준이다. 자신을 얼마나 많이 노출하는가보다 어떤 지역과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했고 고객에게 어떤 원칙으로 설명해 왔는지가 전문가 브랜드를 결정한다.
‘마용서꿀갭’ 김근혜의 기록은 그 질문에 하나의 답을 보여준다. 실패를 지우는 대신 다음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한 번 연 문을 다음 날에도 다시 여는 것. 책의 제목이 말하는 ‘내일’은 결국 거창한 성공의 어느 날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반복의 시간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