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위 부동산칼럼]전세 7.8% 뛰고 매물은 증발 월세 159만원 ‘역대 최고’

서울 전셋값 2015년 전세난 이후 최대폭 상승

신규 임대차 55.8%가 월세 전세 계약 1년 새 32.9% 급감

서울 입주물량 올해 31.9% 감소 내년엔 1만7000여가구 그쳐

출처 : Chatgpt

전세 7.8% 뛰고 매물은 증발 월세 159만원 ‘역대 최고’

 

서울 전셋값 2015년 전세난 이후 최대폭 상승

 

신규 임대차 55.8%가 월세 전세 계약 1년 새 32.9% 급감

 

“전세를 구하고 싶어도 용인과 수원에는 매물이 없었어요. 비싸기만 한 게 아니라 원래 살던 곳 주변에는 전세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신분당선 인근은 구축 아파트 월세도 170만원이 넘더군요. 결국 범위를 넓혀 동탄 신축 아파트를 월 150만원에 계약했습니다. 새 아파트로 옮겨 당장은 좋지만 매달 나가는 월세를 생각하면 앞으로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경기 용인에서 개인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33)는 최근 삶의 터전을 옮겼다. 가게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였던 집을 떠나 30분가량 떨어진 동탄의 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선택이 아니라 밀려난 이사에 가까웠다. 주변에서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존 전세계약 만료일은 다가오는데 집주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주변 지역으로 눈을 돌려도 기존 보증금으로 구할 수 있는 전셋집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A씨는 신축 아파트 월세를 택했다.

 

A씨의 사례는 지금 수도권 임대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압축해 보여준다.

 

전세가 빠르게 줄고 있다. 서울에서 새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전세 계약은 1년 사이 3분의 1 가까이 감소했다.

 

매물이 줄자 남아 있는 전세의 몸값은 뛰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 속도는 2015년 전세난 이후 가장 가파르다. 입주 물량 감소에 실거주 중심의 정책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임대차 시장의 공급 여력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대규모 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까지 가세할 경우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1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9월 14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7.79%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6%와 비교하면 약 4.7배에 달한다. 전세난이 극심했던 2015년 10.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도 상황도 다르지 않다. 경기 지역 누적 상승률은 5.33%로 지난해 같은 기간 0.61%의 8.7배 수준으로 뛰었다.

 

가격 자체도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663만원이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가격 상승은 수도권만의 현상도 아니다. 지방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1.56%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0.21%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방향 자체가 바뀐 셈이다.

 

민간 통계도 같은 흐름을 가리킨다.

 

KB부동산의 ‘KB주택시장 리뷰 9월호’에 따르면 8월 서울 주택 전세가격은 한 달 사이 0.68% 상승했다. 수도권 KB전세가격전망지수는 129.7, 전세수급지수는 180.1로 모두 전월보다 높아졌다. 두 지수는 100을 웃돌수록 가격 상승 전망과 공급 부족 인식이 강하다는 의미다.

 

지역별 온도차도 뚜렷하다.

 

올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북구다. 누적 상승률이 12.84%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0.63%와 비교하면 20배가 넘는다.

 

노원구가 12.25%로 뒤를 이었다. 성동구 10.07%, 도봉구 9.94%, 강북구 9.88% 순이다.

 

반면 강남구는 2.42%, 서초구는 4.53% 상승해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다.

 

현장에서 느끼는 전세 가뭄은 통계보다 심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000가구가 넘는 노원구 상계동 일부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한두 건에 불과할 정도로 한강 북쪽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도 가파르게 움직이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5일 11억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4㎡ 전세 호가는 12억원까지 올라왔다.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도 이달 11일 9억1000만원에 신규 계약됐다.

 

경기도에서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남시 미사강변푸르지오는 33평형 기준 9억5000만원, 미사강변2차푸르지오는 39평형 기준 9억50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미사강변푸르지오 33평형은 6억원대에 거래됐다.

 

용인시 동천동 래미안이스트팰리스 역시 지난해 7월 7억6500만원대에 거래됐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9억원대까지 올라섰다.

전세가 사라진 자리는 월세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11일까지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은 6만5863건이다. 신고 기한 한 달을 감안한 수치다.

 

이 가운데 월세 계약은 3만6730건으로 55.8%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비중 45.8%보다 10.0%포인트 높아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월세 계약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기보다 전세 계약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월세 계약은 3만6645건에서 3만6730건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전세 계약은 4만3436건에서 2만9133건으로 32.9% 급감했다. 전체 신규 임대차 계약 역시 8만81건에서 6만5863건으로 줄었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흐름은 비슷하다. 7월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2.4%로 절반을 넘어섰다.

 

문제는 월세 부담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 월세 계약 가운데 월 200만원 이상 계약은 7815건으로 전체의 21.3%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605건, 18.0%와 비교하면 건수와 비중이 모두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9만2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도 한 달 사이 1.3% 상승했다.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전세난과 월세 상승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로 주택 공급 감소를 지목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5281가구다. 지난해 3만7103가구보다 31.9% 감소했다.

 

내년에는 사정이 더 빠듯해진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집계한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7197가구다. 업계가 추산하는 서울의 연간 적정 수요인 4만5000가구 안팎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파트의 대체 주거상품인 오피스텔도 공급이 줄었다. 서울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올해 1700실로 지난해 4122실보다 58.8% 감소했다.

 

공급 감소에 정책 변화도 맞물리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히면서 일부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했고, 서울 전역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제도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3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도 임대차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개편안에는 다주택자뿐 아니라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보유한 임대인의 세 부담을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세제 변화가 시행될 경우 일부 집주인이 임대를 계속하기보다 직접 입주하거나 주택을 매각하는 쪽을 선택하면서 임대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거주 중심으로 시장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전세 공급이 감소하고, 그 부담의 일부가 무주택 임차인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세나 반전세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비거주자에게 불리한 세제는 집주인의 실거주 복귀를 가속화하거나, 보유를 결정하더라도 월세나 반전세 계약을 통해 보유세 증가분을 나눠 지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 매물 감소는 지방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대구의 전월세 매물은 올해 1월 1일 7868건에서 9월 23일 4255건으로 45.9% 감소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이다.

 

세종은 38.5%, 경북 36.0%, 경남 34.9%, 충남은 3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월세 매물은 4만4424건에서 3만7681건으로 15.2% 줄었다. 경기도는 3만1479건에서 1만9736건으로 37.3% 감소했다.

 

다만 지방의 임대차 매물 감소는 수도권과 다소 다른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집값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을 우려해 주택 매수를 미룬 수요가 임대차 시장에 머무는 반면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새로 매입하려는 수요는 약하다는 것이다.

 

세종이나 일부 산업도시처럼 다른 지역에 주택을 보유하면서 직장 문제로 전월세에 거주하는 수요가 꾸준한 지역적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전세 감소 현상을 주택시장의 구조 변화라는 관점에서도 바라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를 대한민국에 특이하게 존재하는 일종의 사금융이라고 언급하면서 전세가 점차 줄어드는 흐름에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전세 물량 감소를 시장 정상화 과정과 연결해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의 기존 발언이 전세 제도가 ‘사라져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전세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미국 순방 중 SNS를 통해 “강남 불패, 부동산 투기 공화국은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주거안정 정책 추진 의지를 재차 밝혔다.

 

앞서 18일 기자회견에서도 “대한민국이 부동산 투기공화국을 벗어나는 게 정부의 가장 중심 과제”라며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정책 의지를 강조했다. 동시에 건축 허가와 택지 개발,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최대한 신속하게 늘리고 규제 공급 세제를 함께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임대차 시장의 핵심은 전세가 줄어드는 속도와 이를 대체할 주택 공급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느냐에 있다.

 

전세 감소가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라면 그 과정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을 어떻게 낮출 것인지가 정책의 또 다른 과제가 된다.

 

입주 물량은 줄고 전세 매물은 귀해졌다. 월세 부담은 이미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본격화하면 임대차 시장의 수급 압박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이동하는 임대차 시장. 그 변화의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게 될지가 이제 주택시장 안정 정책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문의 : 031-563-2114

 

작성 2026.09.28 10:59 수정 2026.09.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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