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북항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가 되다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에 모습을 드러낸 상어 한 마리가 부산의 관광 지형과 지역 상권에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시민들이 북항의 이름을 따 ‘부캉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상어를 직접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북항 친수공원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부캉이’가 처음 목격된 것은 지난 18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였다. 제공된 보도자료들을 종합하면 상어의 몸길이는 약 3~4m로 알려졌으며, 이후 여러 날 동안 친수공원 수로와 인근 해역에서 모습을 보이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부캉이’라는 친근한 별칭이 붙으면서 관심은 빠르게 확산됐다. 시민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과 사진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고 온라인의 화제성이 실제 방문으로 이어졌다. 방문객 증가 규모도 눈에 띈다. YTN은 24일 부산시설공단을 인용해 이날 오전부터 약 1만 명이 친수공원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평소 방문객 규모와 비교하면 상어 한 마리가 만들어낸 집객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관광 소비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유명 관광시설이나 축제처럼 사전에 기획된 콘텐츠가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자연현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온라인에서 형성된 관심이 다시 오프라인 방문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부캉이’라는 이름 역시 행정기관이나 기업이 만든 브랜드가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호칭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편의점 매출 48.6% 증가…북항 상권에 찾아온 ‘부캉이 특수’
부캉이의 경제적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난 곳은 친수공원 주변 상권이다. 서울경제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9~20일 북항 친수공원 인근 CU 5개 점포의 평균 매출은 전주 같은 기간보다 4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북항 인근 점포의 평균 매출이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CU 6개 점포보다 10.5% 높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부산 대표 관광지 해운대 주변 점포보다 북항 인근 점포 매출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이번 현상의 파급력을 짐작할 수 있다.
판매 품목의 변화도 흥미롭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부산 동구 지역 CU에서 보조배터리 매출은 전주 대비 815.5% 증가했다. 즉석조리식품은 166.2%, 생수는 55.0%, 얼음은 46.3%, 삼각김밥은 32.3% 늘었다. 특히 보조배터리 판매 급증은 현장에서 장시간 머물며 스마트폰으로 상어를 촬영하거나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려는 방문객들의 행동과 맞물린 소비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상어를 연상시키는 상품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CU 집계에서 19~22일 죠스바 매출은 전주보다 32.2%, 고래밥은 22.3%, 핑크퐁 아기상어 관련 상품은 34.0% 증가한 것으로 보도됐다. 부산 동구뿐 아니라 전국 CU에서도 관련 상품 판매 증가가 관찰됐다. 지역에서 발생한 하나의 화제가 SNS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상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연관 소비’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다만 특정 기간의 매출 변화에는 연휴와 날씨, 점포별 입지와 방문객 증감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단기간의 판매 증가를 모두 상어 출현의 직접적인 경제효과라고 단정하기보다 부캉이 열풍과 함께 나타난 소비 현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커피부터 마스코트까지…기업·지자체 ‘상어 마케팅’ 확산
사람이 모이고 온라인 검색과 SNS 언급이 증가하자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커피와 주류, 관광시설 등 서로 다른 업종에서 상어를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부캉이 열풍에 합류했다. 연합뉴스와 노컷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디야커피는 상어 캐릭터와 커피를 결합한 SNS 콘텐츠를 공개했고, 부산에서 성장한 커피 브랜드 블루샥도 브랜드의 상어 이미지를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부산아쿠아리움은 자체 상어를 소재로 SNS 콘텐츠를 선보였고, 지역 주류업체 대선주조도 상어를 등장시킨 AI 영상을 게시하는 등 지역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이 이어졌다. 부산 동구도 부캉이 열풍을 지역 홍보와 연결하는 데 나섰다. 추석을 소재로 한 상어 캐릭터 콘텐츠와 북항 일대 스탬프 투어 등을 홍보하고, 상어를 지역 마스코트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발생한 화제를 지역 브랜드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지자체 입장에서도 상당한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규모 광고 캠페인과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생산하고 공유하면서 지역의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제성이 커질수록 마케팅의 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제공된 보도자료에는 부산의 한 음식점이 상어에게 생닭을 던졌다는 취지의 연출 콘텐츠를 뉴스 형식으로 제작했다가 비판을 받은 사례도 포함돼 있다.
실제 상황과 연출의 경계가 불분명한 콘텐츠는 잘못된 정보를 확대하거나 야생동물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의 화제를 활용한 마케팅이라도 사실관계와 시민 안전, 야생동물 보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관광 명물인가 생태 신호인가…‘부캉이 이후’가 더 중요하다
관광객 증가와 상권 활성화만큼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부분은 안전과 생태 문제다. 많은 사람이 좁은 수로 주변에 집중되면서 현장 안전관리의 필요성도 커졌다.
부산시설공단은 비상근무조를 편성하고 경비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등 방문객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상어를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거나 촬영하려는 사람들이 난간 주변에 집중될 수 있는 만큼 현장 질서 유지와 안전거리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상어가 북항 일대에 머무는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녹색당과 부산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번 현상을 단순한 관광 소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해수온 변화와 해양생물의 이동, 인공 친수공간의 생태적 구조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개별 상어의 북항 출현 원인을 곧바로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단정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정확한 종의 확인과 이동 경로, 먹이 환경, 해수온 및 해류 변화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과학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환경단체가 제기한 기후·생태 문제와 해당 개체의 실제 출현 원인은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부캉이가 부산에 남길 의미는 ‘상어 한 마리가 얼마의 경제효과를 만들었느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계획하지 않았던 자연현상이 SNS를 만나 관광 콘텐츠가 되고, 방문객 증가가 지역 소비로 이어지며 다시 기업과 행정기관의 마케팅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부산 북항은 항만 재개발을 통해 시민 친수공간과 관광 거점으로 변화를 모색해왔다. 그런 북항에 등장한 부캉이는 짧은 시간 안에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예상 밖의 홍보대사가 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화제의 크기보다 활용 방식이다. 야생동물을 자극하거나 인위적으로 체류를 유도하지 않으면서 시민 안전을 확보하고, 북항을 찾은 방문객의 관심을 주변 관광지와 지역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상어와 부산 앞바다의 생태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
언젠가 부캉이가 북항을 떠나더라도 ‘부캉이 현상’이 던진 질문은 남는다. 우연히 찾아온 상어 한 마리를 일시적인 구경거리로 소비할 것인지,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부산만의 해양관광 이야기를 만드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다. 뜻밖의 손님이 만들어낸 관심을 지속 가능한 지역 자산으로 연결하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