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유례없는 극단적 양극화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1년여간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은 66주 연속 상승이라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지만, 그 이면에는 7% 이상 매매가격이 곤두박질친 소외 지역들의 깊은 한숨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6월 9일부터 2026년 9월 14일까지 수도권 내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한 지역은 단 14곳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하락 폭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경기 이천시와 평택시로, 각각 7.28%와 7.17%라는 뼈아픈 낙폭을 기록했다.
실제 거래 현장의 충격은 통계수치 이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경기 평택시 고덕동에 위치한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6억 원에 손바뀜을 마쳤다. 이는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6월 거래가(6억 3000만 원)보다 하락한 것은 물론, 부동산 상승장이 절정에 달했던 2021년의 최고가 9억 8000만 원에 비하면 무려 4억 원 가까이 증발한 수치다. 10억 원 고지를 눈앞에 두었던 아파트가 반토막 수준으로 전락한 셈이다.
평택과 이천은 각각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라는 거대한 반도체 산업단지를 품고 있어 이른바 ‘반도체 클러스터 호재’의 직접적 수혜지로 꼽혔던 곳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막대한 반도체 자금과 고소득 인력의 유입이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고, 오히려 인근의 동탄신도시나 용인 등으로 빠져나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택이나 이천에 근무하는 대기업 임직원들조차 직장 바로 옆의 거주지보다는,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상업시설과 우수한 교육 환경 등 생활 인프라가 이미 완벽하게 구축된 동탄이나 용인 일대를 훨씬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직주근접의 이점보다는 자녀 양육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완성형 신도시의 인프라가 주거지 선택의 절대적 기준이 된 것이다. 여기에 평택 지역에 지속적으로 누적된 대규모 아파트 공급 과잉 물량 역시 집값을 짓누르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도권 서북부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1기 신도시를 대표하는 고양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 역시 같은 기간 3~4%대의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정부의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추진이라는 대형 호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일산과 인접한 파주시 역시 4.54% 떨어졌으며, 여주(2.39%), 동두천(1.96%), 부천 오정구(1.74%), 시흥(1.30%), 안성(1.04%) 등이 수도권 집값 상승의 온기를 전혀 누리지 못한 채 낙폭 지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하락 지역들의 침체와는 대조적으로, 핵심 선호 지역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같은 기간 수도권에서 가장 폭발적인 상승을 기록한 곳은 성남시 분당구로 무려 32.54% 급등했다. 뒤를 이어 경기 광명시가 23.62%, 서울 성동구가 23.23% 오르며 폭발적인 장세를 연출했다. 동일한 수도권 하늘 아래서 분당은 30% 이상 폭등하고, 평택과 이천은 7% 이상 폭락하는 극단적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 흐름이 아닌 구조적 양극화의 고착화라고 분석한다. 고준석 연세대 교수는 “현재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매수 열기가 강북과 수도권 외곽으로 번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 온기가 과거처럼 전 지역으로 퍼지지 않고 철저히 ‘특정 선호 지역’에만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은 묻지마식 동반 상승이 아닌, 인프라와 미래 가치가 검증된 지역만이 살아남는 철저한 ‘옥석 가리기’ 장세로 재편될 전망이다.
‘반도체’나 ‘재건축’이라는 단편적인 호재만으로는 더 이상 집값을 방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완성된 생활 인프라와 주거 쾌적성을 갖춘 핵심 지역으로만 자금이 쏠리는 블랙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이제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철저히 분절된 각자도생의 시장으로 진입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