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이른바 '한강벨트'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국민평형(전용면적 84㎡) 20억 원' 시대가 서울 외곽 지역으로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전셋값 상승과 극심한 매물 품귀 현상에 시달리던 세입자들이 벼랑 끝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매매 시장으로 등 떠밀리듯 진입한 결과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을 그나마 피할 수 있는 상대적 중저가 지역으로 젊은 층의 매수세가 강하게 쏠리면서, 비강남권의 집값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기형적인 폭등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은 뚜렷하게 감지된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소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는 지난 7월 20억 원에 거래가 성사되며 단숨에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이는 불과 한 달 전인 6월의 실거래가 대비 1억 5000만 원이나 폭등한 수치다. 인접한 '롯데캐슬클라시아'의 동형 면적 역시 6월 19억 1000만 원에 손바뀜하며 20억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불과 1년 전인 작년 6월 무렵 13억 원에서 15억 원대 사이를 횡보하던 두 단지의 시세가 단기간에 4억 원에서 최대 6억 원까지 수직 상승한 셈이다.
이러한 가격 급등세는 비단 성북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 강서구 '마곡엠벨리7단지'가 19억 8500만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은평구 'DMC센트럴자이'는 19억 1000만 원, 구로구 '신도림4차e편한세상'은 18억 90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비강남권 주요 거점 지역 곳곳에서 전용 84㎡ 실거래가가 20억 원 턱밑까지 차올랐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외곽 지역의 가파른 집값 상승 랠리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전세난'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시장에 나올 전셋집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데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결국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매입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전체 매매 가격을 강하게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은 극도의 매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 규제마저 겹치면서, 서울 시내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 2만 3167건에서 현재 2만 357건으로 12.2%나 쪼그라들었다. 특히 중저가 주거지가 밀집한 자치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랑구의 전세 매물은 무려 71.7% 급감했으며, 동대문구(68.3%), 구로구(65.1%), 금천구(56.9%), 노원구(55.3%), 도봉구(51.3%), 관악구(46.2%) 등에서도 매물이 반토막 났다.
물량 감소는 필연적으로 가격 폭등을 야기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첫째 주를 기준으로 서울 전체 누적 전셋값 상승률은 7.61%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중저가 지역의 오름세가 유독 매서웠다. 성북구가 12.57% 폭등하며 최고치를 기록했고, 노원구(11.76%), 성동구(9.90%), 도봉구(9.68%), 강북구(9.59%)가 그 뒤를 이으며 세입자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나아가 노원, 도봉, 강북구를 위시한 서울 동북권의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만 10.11% 상승하며 2015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이라는 충격적인 기록을 남겼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의 통계에서도 작년 10·15 대책 발표 이후 동북권 아파트 전세 매물이 44.6%나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작금의 사태에 대해 "신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 가격이 상승하고, 이렇게 오른 전셋값이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다시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현상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된 부동산 시장의 기본 메커니즘"이라며, "전셋값 상승폭이 클수록 매매가 상승폭 역시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고가 주택을 겨냥한 정부의 엄격한 대출 및 세제 규제가 역설적으로 규제가 덜한 외곽 지역으로의 수요 쏠림을 부추기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매수 주체의 연령대다. 현재 서울 중저가 지역 아파트 매매 시장은 30대가 완벽하게 주도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강서구와 구로구의 30대 아파트 매입 비중은 각각 50.8%, 50.5%를 기록하며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을 휩쓸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5%포인트, 10.7%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관악구, 노원구, 성북구 등 다른 외곽 지역에서도 30대의 매입 비중이 40~50%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과거 집값 상승기 당시 매수 타이밍을 놓쳐 벼락거지로 전락했던 쓰라린 경험이 30대들의 뇌리에 강렬한 학습효과로 남아, "지금 아니면 영영 집을 못 산다"는 절박한 '생존 매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상과 같은 거시경제적 하방 압력이 존재하더라도, 근본적인 공급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중하위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고 원장은 "정부가 다급하게 주택 착공 물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것이 실제 입주로 이어져 시장 안정화 효과를 거두려면 최소 2029년에서 2030년은 되어야 한다"며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비아파트 공급 확대 대책이 궁여지책이라는 비판을 받을지라도, 현재의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가용 대책을 총망라해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비강남권의 아파트 가격 폭등은 자발적인 투자 수요라기보다, 붕괴된 임대차 시장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의 절박한 주거 확보 투쟁의 결과물이다.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동북권의 전셋값 상승률과 반토막 난 전세 매물은 당분간 매매가 하방을 단단히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최소 3~4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규제 완화와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포함한 전방위적이고 실효성 있는 주거 안정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