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AI 협업 플랫폼 '레고라(Legora)'가 역대급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리걸테크(Legal-Tech) 업계의 새로운 지배자로 우뚝 섰다. 레고라는 최근 진행된 시리즈 D 투자 라운드에서 약 5억 5,000만 달러(한화 약 8,100억 원)를 확보하며, 기업 가치를 무려 55억 5,000만 달러(약 8조 2,000억 원)로 끌어올렸다.
법률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AI 리걸테크
이번 투자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벤처캐피털 액셀(Accel)이 주도했으며 벤치마크, 세일즈포스 벤처스, 베인 캐피털 등 내로라하는 투자 기관들이 대거 합류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성장 속도다. 지난해 10월 시리즈 C 투자 당시 약 18억 달러 수준이었던 기업 가치가 불과 수개월 사이에 3배 넘게 폭등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법률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시장의 강력한 확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레고라의 고속 성장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소송 수요가 막대한 미국 시장이다. 화이트앤케이스, 클리어리 고틀립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대형 로펌들이 이미 레고라를 '원픽'으로 선택했다. 현재 뉴욕과 덴버에 거점을 둔 레고라는 휴스턴과 시카고 등 주요 도시로 영역을 확장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맥스 준스트랜드 레고라 CEO는 미국 법률 시장의 규모가 유럽을 압도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지 최적화 전략이 성공의 열쇠였음을 시사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레고라', 8100억 규모 시리즈 D 투자 유치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 장악
레고라의 탄생 비화 또한 드라마틱하다. 불과 2년 전, 스물다섯 살의 스웨덴 청년 맥스 준스트랜드가 만든 단순한 '문서 요약 챗봇'이 그 시초였다. 2022년 챗GPT 등장 직후 출시된 초기 모델은 와이콤비네이터(YC)의 전문적인 육성 과정을 거치며 고도화되었다. 이제 레고라는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복잡한 계약서 초안 작성, 법률 데이터베이스 교차 검증, 방대한 판례 비교 등 변호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완벽히 수행한다.
기존의 범용 AI 모델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현장 밀착형' 설계에 있다. 레고라는 로펌이 기존에 사용하던 문서 관리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업무 흐름을 끊지 않는다.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들이 범용적인 답변을 내놓는다면, 레고라는 법률 전문가의 워크플로우 자체를 혁신하는 '법률 전용 운영체제(OS)'를 지향한다.
실리콘밸리 거물 VC들 줄지어 베팅, 2026년 미 전역 거점 확대 및 에이전틱 워크플로우 선점
향후 레고라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2026년 말까지 미국 내 인력을 300명 이상으로 확충하고 전역에 지역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투자사 액셀의 아룬 매튜 파트너는 "법률 업무가 AI 에이전트에 의해 운영되는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레고라가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스톡홀름 경제대학의 작은 연구실에서 출발한 이 스타트업은 이제 전 세계 50개 시장에서 800여 개의 고객사를 거느린 '데카콘' 후보로 거론되며 리걸테크의 글로벌 표준을 정립하고 있다.
레고라의 성공은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전문직의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대체하고 효율화하는 '에이전틱 워크플로우'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시사하며, 향후 법률 서비스 단가 하락 및 접근성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과 전문 지식의 결합이 가져올 미래는 명확하다. 레고라의 사례는 젊은 창업자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시장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줄 때 어떤 폭발력을 갖는지 증명했다. 리걸테크의 진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며, AI와 인간 변호사의 협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