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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말, 한 번쯤 해본 적 있지 않은가. 대학생도, 취준생도,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신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입 채용 시장은 냉랭하고, 이제는 인공지능까지 신경 써야 한다. 첩첩산중이다.
최근 한 출판사 대표의 온라인 강연을 들었다. 강연 내내 머릿속에 남았던 한 단어가 있다. 경험. 청년들의 고민,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경험이 부족해서다. 해본 게 없어서다.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어떤 일이 내게 맞는지, 그 일에 흥미와 재미가 있을지, 소질이 있을지 알 수 없다. 경험도 없이 먼저 알고 싶어 하는 건 어쩌면 과욕이다. 딱히 해본 게 없으면 진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게 당연하다. 입시 준비, 스펙 준비에만 매달리느라 정작 필요한 경험이 비어 버렸다.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5 미취업 청년 취업준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취업 청년 10명 중 8명이 취업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업무 경험 및 경력개발 기회 부족'을 꼽았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데 가장 필요한 것으로 '본인 성향 파악'이 1위를 차지했고, 효과적인 국가지원으로는 '고등·대학 시기 직업체험 기회 확대'가 가장 많이 꼽혔다. 해보지 않으면 자신을 알 수 없고, 자신을 모르면 진로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할까.
경험 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왔으니, 처방은 당연히 경험이어야 한다. 꼭 거창한 경험일 필요는 없다. 국내든 해외든 여행도 가보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봉사활동도 해보고—시간 채우기가 목적이 아닌, 정말로 몸을 부딪혀 보는 봉사로. 우선 가볍게라도 해보고 싶었던 것, 관심이 조금이라도 갔던 것부터 시작해보면 된다.
큰 목표를 세우기 전에 '이번 달에 한 번 해볼 수 있는 가장 작은 시도'를 정하면 된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다 보면 막연했던 진로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난다. 나의 취향과 기호가 보이기 시작하고, 범위가 좁혀지며 선택지가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또 그 안에서 해보는 거다. 그렇게 반복해서 쳐내다 보면 결국 내게 맞는 일을 만난다. 왕도는 없다. 경험도 없이 '내 길은 어디에 있을까', '이 길이 내 길일까' 알려 하지 말자.
나 역시 진로 선택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경험이었다. 대학생 때 선배 병원에 종종 나가 실습생으로 일했다. 그때 보고 들은 것들이 지금도 또렷하다. 여름방학에는 서울이라는 타지에 혼자 올라와, 생전 처음 고시원에 방을 잡고 한 달 동안 대형병원에서 실습을 했다. 이 경험들이 내가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임상 수의사의 길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내가 작가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글을 써보기 전에는 나조차 몰랐다. 마흔에 우연히 글을 쓰다 보니 알았다. 작가가 될 수 있겠구나, 작가가 되고 싶다. 독서와 글쓰기라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일이다. 이 칼럼도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경험은 진로 선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경험은 진로 선택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앞으로는 어떤 시대인가. 콘텐츠 생산자가 더 부각되는 시대다. 1인 크리에이터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여기서 콘텐츠란 영상, 음악, 미술, 글은 물론이고, 내가 만들어내는 유무형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남이 돈을 지불하고 소비할 수 있는 것이면 다 콘텐츠가 된다. 콘텐츠를 생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역시 경험이다. 남들 따라 흉내만 낸 콘텐츠는 외면받기 쉽다. 차별화가 생명이다. 내 경험은 오직 나에게만 있다. 유일무이하다. 차별화 그 자체다.
경험을 다른 말로 서사, 내러티브라고도 한다. 내가 겪고, 느끼고, 변해온 이야기. 그것이 콘텐츠의 핵심이다. 여기서 나만의 관점과 인사이트만 잘 뽑아낸다면, 그 자체로 아주 유용한 콘텐츠가 된다. 나 역시 콘텐츠 생산자다. 내 콘텐츠는 주로 말과 글이다. 내 말과 글이 남과 다를 수 있는 점은, 결국 나의 경험에서 나오는 관점과 통찰이다. 이것이 내 말과 글의 무기다. 경험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진로 선택에도, 실제 아웃풋에도 말이다.
오늘 조용히 자문해보자. 해보지도 않고 나는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해보지도 않고 잘 모르겠다며 불평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가장 작은 경험은 무엇인지.
[박근필 작가]
현직 수의사이자 작가, 커리어 스토리텔러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진로·직업 안내서 『방구석에서 혼자 읽는 직업 토크쇼』를 포함해 총 4권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진로·직업·문해력·사고력을 주제로 학생과 공직자 대상 강연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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