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 하나로 채웠던 어린 시절
어린 시절의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운동선수가 될 만큼 뛰어난 기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공 하나만 있으면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뛰어다니는 아이였다. 친구들과 운동을 하면 크게 뒤처지지 않는 편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은 재능 덕분이 아니라 연습 덕분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운동은 농구와 축구였다. 초등학교 시절, 마을에는 작은 학원이 하나 있었다. 학원 건물 뒤편에는 오래된 농구 골대가 서 있었다. 철제 링은 녹이 슬어 있었고 골망도 군데군데 끊어진 채 매달려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낡은 시설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연습장이었다.
슛을 던지고 또 던지던 시간
수업이 끝나면 나는 늘 그곳으로 달려갔다. 농구공을 들고 골대 앞에 섰다. 그리고 슛을 던졌다. 공을 주워 다시 던졌다. 처음에는 공이 림에 맞고 튕겨 나왔다. 어떤 날에는 백보드에도 닿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계속 던졌다. 자유투 연습을 했다. 같은 자리에서 공을 던지고, 다시 주워 와 또 던졌다. 공이 손을 떠나 공중을 가르는 그 순간이 이상하게도 좋았다. 공이 골망을 스치며 떨어질 때면 마음속에서 작은 환희가 올라왔다. 주말이 되면 더 오래 그곳에 머물렀다. 몇 시간씩 공을 던지기도 했다. 손바닥은 땀으로 젖고 숨은 거칠어졌지만, 그 시간은 싫지 않았다. 오히려 반복되는 연습 속에서 묘한 즐거움이 있었다.
담벼락 앞의 또 다른 연습장
우리 집 앞에는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였다. 그 옆에는 큰 별장이 있었고, 나는 그 담벼락을 또 하나의 연습장으로 삼았다. 담벼락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놓았다. 그리고 축구공을 차기 시작했다. 공은 담벼락에 부딪혀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그 공을 다시 찼다. 그리고 또 찼다. 비가 오는 날도 있었다. 젖은 흙 위에서 공을 차면 신발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공을 찼다. 눈이 오는 날도 있었다. 차가운 공이 발끝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공을 찼다. 어떤 날에는 마음이 힘든 날도 있었다. 부모님에게 혼이 난 날도 있었고 학교에서 속상한 일을 겪은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담벼락 앞에 서서 공을 찼다. 공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반복되었다.
쿵. 쿵. 쿵. 그 소리를 듣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연습이 만든 작은 결과
그렇게 이어진 연습은 결국 나를 중학교 축구부로 이끌었다. 그리고 화성 지역 대회에 처음 출전해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보이스카우트 행사에서 농구 종목 1등을 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내가 대단한 선수라도 된 것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재능의 결과라기보다 반복의 결과였다. 나는 단지 많이 던지고, 많이 찼을 뿐이었다.
재능보다 중요한 것
사람들은 종종 결과를 보며 재능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과 뒤에는 반복의 시간이 숨어 있다. 나 역시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반복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 시절의 연습은 지금의 나에게 하나의 믿음을 남겨 주었다. 연습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글쓰기도 결국 같은 연습이다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소년은 이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어떤 날에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어떤 날에는 한 문장을 쓰는 데에도 오래 걸린다. 그래도 나는 글을 쓴다. 어린 시절 농구 골대 앞에 서서 공을 던지던 것처럼. 담벼락을 향해 축구공을 차던 것처럼. 글도 그렇게 연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서툴렀다. 하지만 계속 쓰다 보니 문장이 쌓이고 이야기가 쌓였다. 그리고 어느 날 그 기록들이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문학지에 글을 싣게 되었고, 결국 등단이라는 결과를 만나게 되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우리는 어떤 일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어떤 연습이 우리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가.
그리고 그 연습을 얼마나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가.
어쩌면 삶의 많은 변화는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반복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연습뿐
사람들은 종종 비결을 묻는다. 하지만 나에게 특별한 비결은 없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였다. 연습. 어린 시절 농구공을 던지던 소년처럼, 담벼락에 축구공을 차던 그 아이처럼. 나는 지금도 연습하고 있다. 글을 쓰는 일도 결국 같은 것 같다. 재능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반복이고, 열정보다 오래 남는 것은 꾸준함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펜을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연습뿐이기 때문이다.
* 해당 글은 네이버 블로그 ‘일상생활소통연구소’에 게시한 문학수필을 보통의가치 뉴스 칼럼식으로 바꿔 작성한 글임을 밝힌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