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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이야기 2 - 정진채 지음

배고픔의 가마솥, 인간 세상을 보다

무화과 이야기 2 - 정진채 지음

 

 

마치 커다란 가마솥 같은 곳에 인간세상의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우글거리고 있었습니다.

무화선녀가 좀 높은 언덕에서 아래로 기아지옥을 내려다보자니 까, 가마솥 안의 사람들이 자기 쪽으로 우루루 몰려들었습니다.

 

“선녀님! 배가 고파 죽겠습니다. 제발 먹을 것을 좀 주십시오!”

 

“선녀님! 똥강아지가 먹다 남은 거라도 좋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이 사람들 중에서 내가 제일 배가 고픕니다. 자, 무엇이든지 좀 주십시오.”

 

무화선녀는 눈앞으로 봄날 고사리 솟듯 헤일 수도 없는 수많은 손들이 올라와서 허우적거렸습니다.

서로 앞을 다투는 바람에 밀리고 밟히고 온통 가마솥 안이 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당신들은 왜 이 곳이 왔어요?”

 

무화선녀가 인간세상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몸집이 좀 뚱뚱하고 올챙이처럼 배가 튀어나온 한 사람이 대 답을 했습니다.

 

“저는 여기 온지 사흘 밖에 안됩니다. 아무 죄도 없는데 이렇게 배고픈 곳으로 오게 하다니 억울합니다. 옥황상제님께 따지 고 싶어요.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 집 창고 안에는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며, 맛난 과일들과 달콤하게 마실 수 있는 좋은 음식들이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어디 그 뿐인가요? 방 10개보다도 더 큰 광 속에 입을 것, 먹을 것, 쓸 것들이 가득 차 있어요. 아이구 답답해!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내가 두고 온 것들을 마음껏 쓰고 먹고 마실 것을 생각하면, 난 미친다구요. 그게 어떻게 긁어 모은건데……, 선녀님 이렇게 빕니다. 나에게 만 먹을 것을 좀 주시면, 내가 집에 돌아가서 닭고기 다리 한 개 쯤은 드릴 테니까요.”

 

뚱뚱이는 손을 싹싹 빌면서 수없이 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까부터 뚱뚱이 옆에 있던 또 바짝 마른 한 사람이 나섰습니다. 

 

“선녀님, 만약 나에게만 먹을 것을 좀 주신다면 나는 꼭 약속을 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집에 새로 꾸민 꽃가마가 두 대나 있어요. 참말은 옆집 큰 아기 시집 갈 때도 안 빌려 준 꽃가마지요. 선녀님처럼 예쁜 아가씨라면 잘 어울릴 테니까 한 번쯤은 꼭 태 워 드리지요.”

 

무화선녀는 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부자인데 어찌 그리 바짝 말랐어요?”

 

“선녀님! 말도 마십시오. 내가 부자가 되기까지 얼마나 피땀을 흘렸는지 말로는 다 못해요. 그런데 나라에서 엄청난 세금을 내 라고 하니까 말이 되나요? 세금을 낼 때면 몸무게가 줄어요. 또 도둑이 내 재산을 훔쳐 갈까봐 잠도 못 잤어요. 어디 그 뿐인가 요? 잘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꾸역꾸역 찾아와서 도와 달라고 야단들이니까 귀찮아서 신경이 바늘 끝처럼 곤두선다니까요.” 

 

무화선녀는 마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인간 세상에는 잘 살다 온 당신들처럼 부자들만 사나요?”

 

“천만의 말씀이올시다. 가난하다 못해서 끼니를 놓고 있는 사람들이 우글우글 하지요.”

 

뚱뚱이가 대답을 했습니다. 그 사람들도 배가 고파 쩔쩔 맨다는 것입니다.

 

무화선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가마솥 안의 사람들보다 인간세상의 더 많은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인간 세상에 내려가서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눈앞에 보이는 가마솥 안의 사람들이 더 급한 것 같았습니다.

무화선녀는 문득 옥황상제님의 과일밭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탐스럽게 잘 익은 복숭아가 머릿속에 주렁주렁 무겁게 매달렸습니다.

 

‘옳지, 그 복숭아를 우선 가지고 오자.’

 

무화선녀는 나비처럼 너울너울 날아서 옥황상제님의 복숭아밭으로 갔습니다.

 

무화선녀의 이런 모습을 본 가마솥 안의 인간세상 사람들은 좋아서 날뛰었습니다.

 

“선녀님이 주실 음식은 내꺼다. 난 닭다리를 주기로 했단 말씀야.” 

 

뚱뚱이가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아냐, 몽땅 내꺼지. 난 꽃가마를 태워주기로 했거든.”

 

마른이가 뽐내며 말했습니다.

 

“홍, 선녀가 닭다리를 먹는다는 이야기는 책에도 없어. 꽃가마 도 소용없을걸. 날개옷은 두었다가 어디에 쓰누?”

 

나이 많은 한 사람이 약을 쓰듯 말했습니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3.18 09:32 수정 2026.03.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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