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빛 3 -정진채 지음
달도 찾아오지 않고, 별들마저 숨어버린 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진주조개의 머릿속에는 낮의 기억들이 너무나 밝게 떠올라서 바위게와, 참새우와, 날치의 아픔들이 하나하나 마음의 잔가지에 매달렸습니다.
힘을 잃어버린 바위게의 가위발 하나가, 되돌려 달라고 진주조개의 신경을 물어뜯었습니다.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참새우의 왼쪽수염 하나가, 방향감각을 되돌려 달라고 숨통을 막았습니다.
자유를 잃어버린 날치의 왼쪽 날개 하나가, 자유를 되돌려 달라고 숨통을 막았습니다.
“휴우-.”
진주조개로서는 참으로 아픈, 악몽의 밤이었습니다. 온 몸이 들쑤셨습니다.
‘차라리, 한 곳만 아팠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이 날 정도였습니다.
산호 숲의 낮과 밤이 달랑게의 옆걸음만큼이나 빨리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진주조개 아주머니는 수많은 자식들을 낳았습니다. 자식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 쏟았지마는, 자식들은 자라나면 모두 엄마 곁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진주조개는 마음이 텅 비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자식들이 야속했습니다.
그런데 복어만은 전혀 생각이 달랐습니다. 진주조개의 이웃에 살면서, 자식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세월을 보내는 그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 복어의 막내아들 뽁이 그만 잘못하여 낚시꾼의 미끼에 걸려들게 되었습니다.
“야앗! 미끼가 위로 도망간다아.”
뽁이 남긴 마지막 말을 진주조개한테서 전해들은 복어는 그날로 완전히 미쳐버린 것 같았습니다.
“뽁아, 뽁아, 뽁 뽁 뽁…….”
“뽁 뽁 뽁, 뽁 뽁 뽁…….”
복어는 이를 바드득 뽁뽁 갈면서 낚시꾼을 원망하였습니다. 바위에 머리를 부딪기도 하고, 산호가지 끝에서 거꾸로 떨어
져 내리기도 하면서, 뽁만 자꾸 불렀습니다.
부르다가, 부르다가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복어야, 이젠 좀 진정을 하렴. 네가 그런다고 자식이 살아 돌아올 것도 아니잖아. 자아, 자식을 잃은 아픔의 절반을 내가 맡을게. 다시 시작하는 거야. 더 많은 자식들을 기르는 거야.”
“무슨 소리야 뽁은 내 막내였어. 그런데 무엇을 다시 시작해?”
복어가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막 깨물 듯이 대들었습니다.
“어, 진정하라니까, 잘 살펴 봐. 꼭 내가 낳은 자식만이 자식인지를. 어제 오후에 한꺼번에 부모를 잃은 네 조카들도 있지. 오늘 아침에 홀엄마까지 잃어버린 저 가자미 아기들을 봐. 저것들이 모두 바다의 가족이야. 그리고 모두가 다 당하는 슬픔을 너는 너무 외면해 왔어. 네게만은 그 슬픔이 없었으면 좋았겠지. 하지만 이제 그 슬픔들이 모두의 것이야. 나누어 가져야 해.”
하고 진주조개가 타일렀습니다.
“아아, 그렇지만 그것은 하나 남은 막내였고, 나의 모든 것이었어. 내 모든 희망이고 사랑이었어. 괴로워. 괴로워 미칠 것 같아.”
복어는 가슴을 통통 쳤습니다. 그러자, 복어의 가슴이 자꾸만 부풀어 올랐습니다. 복어는 이제 완전히 둥근 풍선이 되었습니다.
그 풍선 가운데에 눈알이 두 개 찍혀 있고, 입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 입이 가끔 뽁 뽁 뽁 하는 소리를 내었습니다.
“용왕마마, 저 복어의 괴로움도 절반을 저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하고 진주조개가 빌자, 복어의 부풀어 오른 배가 차츰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 진주조개의 배속으로 또 하나의 반짝이는 빛살이 들어 와 박혔습니다.
얼마 뒤에 복어는, 아기 가자미와 조카들을 데리고 산호 숲 속으로 구경을 떠났습니다.
진주조개는 비로소 웃을 수가 있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의 웃음이었습니다.
“진주조개 아주머니, 이제 할머니라 불러야 할 만큼 늙으셨군요. 무엇이 좋아서 그렇게 웃으시나요?”
보니까, 굴속에서 잠만 즐기던 뱀장어였습니다.
“오냐, 나도 이제 할멈이 되어 버렸지. 하지만, 넌 왜 그렇게 시무룩하냐? 또 그 고향 생각이냐?”
“까짓 고향 이야긴 이제 꺼내지도 마셔요. 그 흉악한 이무기란 놈의 부자가 길을 막고 있다구요.”
하고 언짢은 듯 뱀장어가 내뱉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뚫고 나갈 길을 생각해야지. 그래야 고향에 닿을 수 있고, 수많은 새끼들을 깨여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힘을 썼지만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 이젠 숫제 굴속에서 가슴만 태우지요.”
“네가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나도 절반은 힘을 내어 주마. 그러나 네가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버리게 된다면 나의 힘은 없어질 게다. 용왕마마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라고 말씀하셨어.”
“알겠어요. 이제 저희 가족들은 힘을 모아 고향길이 열리도록 노력하겠어요.”
“참으로 잘 생각했다. 용기와 끈기가 있어야 한다.”
진주조개는 뱀장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