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 TURK에 따르면, 튀르키예 내 친 쿠르드 당인 인민평등민주당(DEM)이 발표한 수감 중인 압둘라 외잘란의 메시지를 통해 무장 투쟁의 종식과 민주적 정치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번 메시지는 과거의 폭력적인 방식을 완전히 거부하고, 국가의 통합과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건설적 단계에 진입했음을 강조한다. 특히, 튀르키예 공화국의 가치를 정신적으로 수용하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평화적 로드맵이 상세히 다루어졌다. 또한, 이 변화가 단순한 전술적 선택이 아닌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임을 밝히며 정치권 전반의 협조를 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번 선언은 조직 내부와 외부 세력 모두에게 민주주의와 법치를 우선시하라는 강력한 경고와 지침을 포함한다.
앙카라를 뒤흔든 임랄리섬의 서신, 수십 년의 유혈 갈등을 넘어 '긍정적 건설'의 시대로
2026년 2월 27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의 공기는 평소와 다른 무게를 머금고 흐른다. 인민평등민주당(DEM)의 기자회견장에는 수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이 숨을 죽인 채 한 장의 메시지를 기다린다. 그곳에서 발표된 압둘라 외잘란(Abdullah Öcalan)의 서신은 단순한 정치적 성명을 넘어, 튀르키예 현대사의 물줄기를 근본적으로 돌리려는 거대한 의지의 발현이다.
사실 이 선언은 갑작스러운 변심이 아니다. 정확히 1년 전인 2025년 2월 27일, 그는 이미 비폭력과 정치적 해결이라는 방향타를 꺾었다. 지난 1년이 그 일방적 의지를 증명하는 ‘인내와 검증의 시간’이었다면, 이번 메시지는 그 흐름이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확정적 선언임을 온 세상에 알리는 종소리와 같다. 수십 년간 이어진 증오의 고리를 끊고 ‘포스트 폭력’ 시대로의 진입을 알린 이 메시지에 담긴 핵심 코드를 심층 분석한다.
패러다임의 전격 전환: 파괴에서 건설로
외잘란은 서신을 통해 지난 세월의 무장 투쟁과 저항을 ‘부정적 단계’로 규정하며 과감한 작별을 고한다. 이제는 무엇인가를 파괴하는 힘이 아니라, 사회를 다시 세우는 ‘긍정적 건설’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역설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폭력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 교정이다. 그는 폭력을 단순히 ‘효용이 다한 낡은 수단’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규칙 위반’으로 못 박았다.
"폭력에 기반한 정치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그의 발언은 게임의 법칙 자체를 바꾼 혁명적 선언이다. 이는 폭력이 더 이상 선택지가 될 수 없음을 공식화함으로써, 향후 모든 활동의 에너지를 민주적 정치 통합에 쏟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파괴의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 건설의 언어가 들어서는 순간, 튀르키예의 정치는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친다.
지독한 증오를 넘어선 '시민의 뇌'
앙카라 정계가 가장 숨을 죽이며 주목한 대목은 ‘공화국과의 정신적 화해’다. 이는 단순히 총기를 내려놓는 물리적 항복을 뜻하지 않는다. 외잘란은 테러와 무장 투쟁을 정당화하며 외부 세력과 결탁해 온 이른바 ‘조직적 사고방식’ 자체를 완전히 해체하라고 주문한다.
이것은 일종의 지적 단절이자 영혼의 세척이다. 적대적 분리주의에 갇혀 있던 ‘조직의 뇌’를 버리고, 공화국의 틀 안에서 함께 고민하는 ‘시민의 뇌’로 갈아 끼우라는 요구다. 내부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위험한 승부수이지만, 동시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로 가는 길목에 놓인 가장 정직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증오를 자양분 삼아 자라온 낡은 관성을 끊어내는 일은 그 어떤 무장 투쟁보다 고통스럽지만, 필연적 과정이다.
엔테그라시온: 여성이 이끄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시대의 목표는 특정 권력을 쟁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주체적인 책임감을 느끼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다. 메시지 속에 등장한 ‘엔테그라시온(Entegrasyon, 통합)’이라는 키워드는 국경을 넘어선 지정학적 파장을 지닌다. 이는 튀르키예 내부뿐만 아니라, 시리아 내 연계 조직을 향해 ‘분리주의적 환상에서 벗어나 민주적 주체로 통합되라’라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거대한 전환의 원동력으로 ‘여성’을 지목한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여성을 민주적 통합의 핵심 엔진으로 명명한 것은, 과거의 폐쇄적이고 가부장적인 구조에서 탈피하여 사회 밑바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꽃피우겠다는 보편적 가치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여성이 주도하는 평화는 더 이상 부서지지 않는 유연하고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된다.
거부할 수 없는 실존적 운명: 연대
메시지는 튀르키예 공화국 건국 초기 정신인 ‘연대와 단결’로의 회귀를 강력하게 호소한다. "쿠르드 없는 튀르키예인은 없고, 튀르키예인 없는 쿠르드인은 없다"는 문장은 두 민족의 결합이 단순한 정치적 전략이 아닌, 거부할 수 없는 실존적 운명임을 상기시킨다.
눈앞의 짧은 정치적 이익이나 분리주의적 계산에 매몰되지 말고, 역사적 뿌리에 근거한 거대한 연대를 복원하자는 호소다. 이는 민주적 공화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양측 모두의 미래가 담보될 수 있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나온 생존의 문법이다. 한 뿌리에서 나온 두 가지가 서로를 찌르는 고통의 시간을 끝내고, 이제 서로를 지탱하는 거목으로 성장하자는 다짐과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