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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칼럼] 121화 400번째 글을 쓰기까지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지금 우리는 어떤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가

멈추지 않고 쌓아 온 시간은 사람을 앞으로 데려간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기록의 시작, 아주 사소한 마음

2024년 6월 23일, 처음 블로그에 글을 올렸던 날이 또렷이 떠오른다. 그날의 시작은 특별하지 않았다. 하루를 한 번 남겨 보고 싶다는 마음, 그 소박한 동기가 전부였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도 아니었고, 거대한 목표를 세워 둔 것도 아니었다. 다만 흘러가는 일상을 붙잡아 두고 싶었다. 그로부터 1년 8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일상생활소통연구소’ 카테고리에 400번째 글을 쓰는 날을 맞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단순한 누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하루의 흔적, 고민의 결, 다짐의 온기가 겹겹이 쌓여 있다. 그래서 이번 400이라는 숫자는 유난히 오래 마음에 머문다.

 

쌓인 글, 쌓인 시간

‘일상생활소통연구소’에는 참 많은 장면들이 담겨 있다. 가족의 순간, 여행의 풍경, 책에서 건져 올린 문장, 일상 속에서 발견한 배움, 사람과의 인연, 문득 떠오른 생각들, 감사의 기록, 새로운 도전, 그리고 때로는 후회의 고백까지. 돌아보면 그 모든 글은 각각의 하루였고, 각각의 선택이었다.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조금씩 빚어 왔다. 블로그 전체로 시선을 넓히면 기록은 더 많다. 추억을 담은 글, 창작시, 문학수필, 단상, 책 속의 한 줄까지 합하면 어느덧 488편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일상생활소통연구소’의 400편은 일상의 온도가 가장 진하게 배어 있는 기록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꾸준함 뒤에 숨은 진짜 동력

여기까지 걸어오는 과정이 결코 가벼웠던 것은 아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노트북 앞에 앉는 일, 하루를 되짚어 문장으로 옮기는 일, 다시 읽고 다듬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돌아보면, 그것이 오로지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조용히 다녀간 방문자, 짧은 댓글로 마음을 건네 준 이웃, 묵묵히 글을 읽어 준 독자들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이어진 그 동행이 있었기에 기록의 흐름도 끊어지지 않았다. 글은 혼자 쓰지만, 꾸준함은 결코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과정에서 배웠다.

 

글쓰기가 바꿔 놓은 삶의 방향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삶의 결도 분명히 달라졌다. 막연하게만 품고 있던 꿈은 조금씩 방향을 갖기 시작했고, 새로운 도전을 향한 마음도 이전보다 단단해졌다. 하루를 글로 옮기는 과정은 곧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고, 문장을 다듬는 일은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이 되었다. 기록은 단순히 남기는 행위가 아니라, 삶의 흐름을 점검하는 장치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글쓰기는 결과보다 과정의 힘이 더 큰 작업이었다.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 주었고, 흔들릴 때마다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며 지금의 자리까지 이어져 왔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쌓아 가고 있는가.

누군가는 묻는다. 이렇게 꾸준히 기록하는 일이 과연 어떤 의미를 남기느냐고. 그러나 질문은 오히려 반대로 향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어떤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시간들 중 얼마나 많은 순간을 의식적으로 붙잡아 두고 있는가. 기록은 거창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하루를 한 번 더 바라보겠다는 사람에게 조용히 열리는 문에 가깝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자신의 시간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느냐일지도 모른다.

 

400이라는 숫자가 남긴 것

400번째 글에 도달했다고 해서 갑자기 무언가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배울 것은 많고, 써야 할 문장도 남아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확인하게 된다. 멈추지 않고 쌓아 온 시간은 반드시 사람을 앞으로 데려간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기록의 속도를 서두르지는 않으려 한다. 눈에 띄는 성과가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한 편씩 쌓아 갈 생각이다. 꾸준함이 만든 변화는 대개 가장 늦게, 그러나 가장 단단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400번째 글을 쓰는 오늘,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기록은 계속될 것이고, 배움도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축적의 끝에서 언젠가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 해당 글을 필자의 블로그 ‘일상생활소통연구소’에 게시한 에세이를 보통의가치 뉴스 칼럼 형식으로 바꿔 작성한 글임을 밝힌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2.25 19:55 수정 2026.02.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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