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빛 1 -정진채 지음
산호숲의 바위틈에 진주조개가 살고 있었습니다.
산호숲의 바위틈에는 열 개의 발을 가진 바위게도 살고 있었고, 긴 촉각과 열두 개의 다리를 가진 참새우도 살고 있어서 모두들 정다운 이웃이 되었습니다.
멍게, 담치, 좁쌀무늬고동, 따개비, 큰구슬우렁, 초록성게, 보 라성게, 가리비, 해삼, 붉은해면, 말미잘 등도 가까운 이웃이 되어 서로 얼굴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모래 바닥에는 꽃게와 가자미, 모래무치 등이 있었고, 바위굴 속에는 뱀장어와 복어도 살고 있었습니다.
바다위에 떠서 나는 날치도 가끔은 산호숲을 방문하였고, 떼를 지어다니는 멸치들도 가끔 놀러왔습니다.
바닷물이 끊임없이 움직여서, 신선한 공기가 가슴 가득 밀려 와서는 살아있다는 기쁨을 이들 어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산호숲에도 슬픔은 불청객으로 찾아들기 예사였습니다.
햇빛이 바다의 산호 숲 위로 번지는 어느날 아침의 일이었습 니다.
바위틈에서 아침끼니를 찾아먹으려고 엉금엉금 기어 나오던 바위게가 갑자기 덮쳐온 불가사리 때문에 목숨을 건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너를 조반으로 해치우겠다. 각오해라!”
하고 다섯 개의 힘센 다리를 활짝 펴 들고 불가사리가 바위게를 덮쳤습니다.
“어림없다! 죽어도 너 같은 악당에겐 질 수 없다.”
바위게는 납작한 몸으로 바위의 틈속에 숨어들면서, 그 험상 궂은 가위발을 휘둘렀습니다.
그러나, 바위게는 불가사리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으아악, 내 다리…… 다리가…….”
비명을 지르던 바위게는, 거품을 뿜으면서 바위틈으로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진주조개는 바위게의 비명을 들으면서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아픔 절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아파보지 않고는 저 아픔을 몰라.”
하고 입 속으로 말했습니다.
진주조개는 바위게를 찾아갔습니다. 한쪽 가위발에 찍힌 불 가사리가 저만치서 움찔움찔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난폭자가 결국 아침식사를 단념한 것이었지만, 바위게는 오른쪽 집게발을 잃고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바위게야, 참 안됐어. 네 아픔의 절반을 내가 대신 가지고 싶어.”
하고 진주조개가 말하였습니다.
“고마워요. 말뿐이겠지만.”
하고 바위게가 말하였습니다.
“아니야, 절대로! 말만은 아니야.”
진주조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진지한 얼굴로,
“이제 곧 절반의 아픔이 네게서 물러 갈 것이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한줄기 빛이 내려와서 진주조개의 둘레를 감돌다가 곧 배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 정진채
• 1936년 경북청도출생
• 1955년 「학원」지에 시 ‘그 냇가에서’ 천료
• 1965년 시집「꽃밭」출간 이후 「문학예술」에 시 추천
• 1967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이후 <중앙일보>에 시조 입선
• 1973년 부산아동문학회 창립회장
• 1988년 <부산문예대학>설립
• 1990년 계간 「동화문학」 창간 1997년 종간
• 1992년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수석 부회장 아세아아동문학학회 공동부회장
• 1993년 부산남구 문인회 회장. 「남촌문예」 창간
• 1996년 부산수영구 문화예술회 회장. 「수영문예」 창간
• 2001~2003년 부산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역임
• 2001~2008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역임
• 2002~2005년 한국바다문학회 초대회장 역임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역임
• 2001년 계간 「문학예술」 주간
• 2017년 국제펜한국본부 고문
• 2024년 별세
수상
• 1985년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
• 1997년 부산광역시 문화상 수상(문학)
• 2000년 한맥문학 대상(평론)
• 2018년 한국바다문학상 수상
저서
• 시집 <모과>외 2권
• 시조시집 <귀뚜라미>
• 수필집 <가을산조>외 1권
• 소설집 <주모시대>외 10권, 동화집 <연밥>외 30권
• 평론집 <80년대의 동화문학>
• 이론서 <현대동화창작법>외 1권
• 전기집 <우장춘> <김정호> <안데르센>등 10여권
• 번안서 <오헨리단편집>외 10권 등 70여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