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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지도받으면 괜찮다”는 말이 아이의 시간을 멈출 때: 놀이치료·특수교육·보험 사이의 공백

골든타임은 달력 위에만 있지 않다

장애전담어린이집 ‘지도’와 개인치료 ‘중재’는 다르다

국가·센터·부모가 함께 수긍할 수 있는 해법

[놀이심리발달신문] “어린이집에서 지도받으면 괜찮다”는 말이 아이의 시간을 멈출 때: 놀이치료·특수교육·보험 사이의 공백 조우진 기자 

골든타임은 달력 위에만 있지 않다

 

“아직 어리니까, 어린이집에서 잘 봐주면 괜찮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고위험(의심)이라는 말을 들은 부모에게 이런 위로는 달콤하다. 치료실로 뛰어다닐 필요도, 매달 수십만 원을 쥐어짜낼 필요도 없어 보인다. 아이가 장애전담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 ‘전문가가 지도해 주니’ 이제부터는 좋아질 거라는 기대가 생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아이가 거의 달라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장면이다. 두 살 무렵부터 눈맞춤이 드물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약하고, 감각 예민으로 울음과 떼가 잦던 아이가 있다. 어린이집에서는 “잘 적응하고 있다,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지만 집에서는 여전히 말이 늘지 않고,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부모는 ‘원래 시간이 필요하다’고 스스로를 달래다 어느 날 깨닫는다. 몇 달이 아니라, 이미 1년이 지나 있었다는 사실을.

 

발달 영역에서는 이 1년이 너무 크다. 여러 전문가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가능한 한 이른 시기(만 24개월 전후부터)부터 집중적인 조기 중재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한다. 조기 개입이 단지 ‘열심히’의 문제가 아니라, 뇌 발달이 빠르게 재편되는 시기와 맞물린 ‘시기의 문제’라는 뜻이다.

 

더 불안한 신호도 있다. 국가 통계 인용을 포함한 연구에서는 영유아 발달선별검사에서 ‘추적검사 요망·심화평가 권고·지속관리 필요’를 받은 비율이 2012년 2.5%에서 2021년 12.4%로 증가했다고 정리한다.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늘어나는 흐름이라면, 사회는 더 촘촘해져야 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더 헐거워 보인다.

 


장애전담어린이집 ‘지도’와 개인치료 ‘중재’는 다르다

 

부모가 가장 많이 혼동하는 지점이 있다. 어린이집의 ‘지도’와 치료실의 ‘중재’는 비슷해 보여도 목적과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장애전담어린이집과 특수학급은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일상 루틴을 만들고, 또래 환경에서 사회적 규칙을 익히고, 돌봄과 안전을 보장한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개별 아동의 핵심 결손 영역을 겨냥한 집중 중재를 대체하지는 않는다.

 

특히 자폐 고위험 유아에게는 ‘그냥 잘 지내는 것’과 ‘의사소통·상호작용 기술이 실제로 늘어나는 것’ 사이에 큰 간격이 있다. 어린이집에서 “오늘은 울지 않고 앉아 있었다”는 보고는 소중하지만, 그 자체가 언어·사회성·감각조절·공동주의 같은 핵심 기술의 성장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아이의 변화가 ‘표정이 편안해졌다’ 수준에서 멈추고, 기능적 의사소통이나 또래 접근이 전혀 늘지 않는다면, 그건 “괜찮다”가 아니라 “개입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 만 3세 미만 장애영아의 학급 설치 기준을 더 소규모로 마련하려는 법 개정이 추진된 것도 같은 맥락을 말한다. 영아기는 발달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라 더 촘촘한 개별화 지원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즉, 제도도 ‘더 어린 시기’에 ‘더 작은 단위’로 ‘더 집중’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어린이집에서 하니까 괜찮다”는 말로 치료를 미루는 일이 여전히 반복된다. 이 불일치는 결국 아이의 시간에서 비용으로 청구된다.

 


 


국가·센터·부모가 함께 수긍할 수 있는 해법

 

민간자격 치료사의 ABA, ESDM 포함의 발달놀이치료는 법원 판결에 따라 실손보험의 ‘의료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 부모가 기대했던 치료비 보장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놀이치료에 대한 단일 국가자격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며, 그 공백을 민간 센터가 메우고 있다. 결국 제도 밖이라는 이유로 치료 접근이 제한되면서, 아이의 조기 개입 기회와 사회적 비용 부담이 함께 커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갈등을 줄이려면, 각 주체가 “상대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부터 인정해야 한다. 보험사는 말한다. 의료법과 약관의 틀이 있고, 자격이 난립하면 소비자 피해가 커진다고. 그 우려는 현실적이다. 국가는 말한다. 교육과 돌봄 체계를 보완하고 있고, 영아기 특수교육 여건도 개선하려 한다고. 실제로 만 3세 미만 장애영아 학급 기준을 더 촘촘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센터와 치료사는 말한다. 현장에는 당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고, 부모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부모는 말한다.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고, 치료는 생활이 됐는데 ‘제도’가 그 속도를 못 따라온다고. 이 네 목소리를 동시에 살리는 방식은 ‘찬반’이 아니라 ‘설계’다. 방향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국가가 최소한의 공적 인증·등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자격이 당장 어렵다면, 적어도 교육·수련·감독·윤리 기준을 충족한 치료 인력을 공적으로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센터의 질을 끌어올리고, 보험사의 불확실성을 낮춘다.

 

둘째, 어린이집·특수교육과 치료의 역할을 ‘대체’가 아니라 ‘연계’로 재정의해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관찰한 신호가 치료로 연결되고, 치료 목표가 어린이집의 일과 속에서 강화되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어린이집 다니니 괜찮다”가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이런 신호가 보이니 어떤 중재가 맞다”로 말이 바뀌어야 한다.

 

셋째, 보험에는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 법원 판결 흐름을 존중하되, 제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사회적 합의도 병행돼야 한다. 예컨대 공적 인증을 받은 기관·인력에 한해 일정 범위의 비용 보전을 허용하는 방식 같은 현실적 절충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는 약관 고지와 표준화가 필수다.

 

넷째, 부모에게는 ‘괜찮다’가 아니라 ‘판단 근거’가 제공돼야 한다. 아이가 진전이 없는 사례에서 가장 큰 상처는 뒤늦은 자책이다. 부모 탓이 아니다. 정보를 주지 못한 시스템 탓이 크다. “진전이 없다”는 감각이 들었다면, 발달평가와 목표 설정을 다시 하고, 치료 강도를 조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사회가 말해줘야 한다.

 


“괜찮다”는 말이 아이의 시간을 가리지 않도록

 

자폐 스펙트럼 장애 고위험 유아가 NDBI방식의 ESDM과 ABA방식의 자연주의 발달중재 방식의 놀이치료를 받지 못하고, 장애전담어린이집의 지도만으로 “괜찮다”는 말을 들으며 시간이 흘렀는데도 진전이 없는 사례는 우리에게 한 가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부모의 성실함이 아니라, 치료·교육·보험이 서로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책임을 흩어놓은 구조라는 사실이다.

 

국가는 영아기 특수교육 환경을 더 촘촘히 만들려 한다. 그 방향은 옳다. 보험사는 법과 약관의 테두리 안에서 위험을 관리하려 한다. 그 우려도 이해할 수 있다. 센터는 제도 밖에서 아이들을 붙들고 있다. 그 현실도 부정할 수 없다. 부모는 그 사이에서 아이의 시간을 지킨다. 

 

그러니 다음의 합의가 필요하다. 어린 시기의 발달 지원은 ‘누가 대신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연결하느냐’의 문제라는 합의다. “괜찮다”는 말이 위로가 아니라 지연의 핑계가 되지 않도록, 근거와 연계가 있어야 한다. 아이의 변화가 없는 시간이 쌓일수록, 그 비용은 개인을 넘어 사회가 함께 치른다.

작성 2026.02.22 20:20 수정 2026.02.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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