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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cus 칼럼] AI가 쏟아낸 맹독, 2026년의 '걸작'이 되다: 나이트셰이드 바로크의 역설

인간이 심은 '데이터 독'을 먹고 비틀거리는 AI, 그 오류가 그려낸 기괴한 아름다움

저작권을 지키려는 창작자의 '비명'마저 예술이 되는 아이러니, 시장은 시스템의 오작동에 값을 매긴다

"완벽함이 주는 권태"... 숨 쉴 틈 없는 생성형 이미지 속, 컬렉터들이 주목한 '불편한 글리치'의 매혹

 

17세기 초,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는 캔버스에 칠흑 같은 어둠을 깔고 그 속에 성스러운 빛을 비췄다. 우리는 그것을 '바로크(Baroque)'라 부른다. 포르투갈어로 '일그러진 진주(Pérola Barroca)'를 뜻하는 이 단어처럼, 바로크는 르네상스의 완벽한 비례와 조화를 파괴하며 탄생한 기형의 미학이었다.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 과장된 몸짓, 그리고 불안정한 구도. 그것은 신의 질서가 아닌 인간의 고뇌를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2026년 오늘,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서 또 다른 의미의 '일그러진 진주'를 목격하고 있다. 필자는 이것을 감히 '나이트셰이드 바로크(Nightshade Baroque)'라 명명하고 싶다. 인간이 인공지능(AI)에게 심은 '데이터 독(Poison)'이 만들어낸, 가장 기괴하고도 역설적인 예술적 징후 말이다.

 

<Error is Served> by AI Artist BookMagician 책마법사 = The Imaginary Pocus

 

저항의 독, 미학이 되다
시계바늘을 2년 전으로 돌려보자. 2024년, '미드저니(Midjourney)'나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같은 생성형 AI 모델들이 인터넷상의 이미지를 무차별적으로 학습하는 것에 분노한 아티스트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들이 선택한 무기는 '나이트셰이드(Nightshade)'였다.

시카고대학교 샌드랩(SAND Lab)이 개발한 이 도구는 이미지의 픽셀을 인간 눈에는 보이지 않게 미세 조작하여, AI 모델이 해당 이미지를 학습할 때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도록 설계되었다. 인간의 눈에는 귀여운 '강아지'로 보이지만, AI의 신경망에는 그것이 '고양이'나 '토스터'로 인식되게 만드는 교란 작전이었다. 그것은 디지털 시대의 러다이트 운동이자, 거대 자본에 맞선 창작자들의 정당한 방어기제였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반란마저 상품화하는 기이한 속성을 지녔다. 2026년 현재, 일부 생성형 AI 모델들은 이 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데이터 충돌을 일으켰다. 모델의 '잠재 공간(Latent Space)'—AI가 이미지의 특징을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추상적 공간—이 붕괴되면서, AI는 기괴하게 뒤틀린 이미지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르네상스 화풍을 입력하면 얼굴이 촛농처럼 흘러내린 귀족이 생성되고, 인상주의 풍경에는 하늘이 찢어진 듯한 디지털 글리치(Glitch)가 섞여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소더비(Sotheby's)의 '글리치 아트(Glitch Art)' 섹션이 다시 주목받듯, 일부 컬렉터들은 이 오류투성이 이미지에서 "AI의 고통"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매끄럽고 완벽한 영상에 권태를 느낀 그들에게, 독을 먹고 비틀거리는 AI의 결과물은 오히려 인간적인(혹은 인간의 저항이 묻어있는) '유일무이한 아우라'로 다가온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투자의 대상이 될 조짐을 보이는 현상은, 블랙 코미디를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우연의 예술, 다다이즘의 기계적 재림
미술사적으로 볼 때, '나이트셰이드 바로크'는 20세기 초의 '다다이즘(Dadaism)'이나 초현실주의의 '오토마티즘(Automatism)'과 기묘하게 닮아 있다. 1차 세계대전의 참상 속에서 이성(Reason)에 대한 환멸을 느낀 다다이스트들이 우연과 파괴를 예술의 도구로 삼았듯, 2026년의 우리는 '완벽한 기술'에 대한 환멸 속에서 기계의 오작동에 매혹되고 있다.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미술관에 가져다 놓으며 '예술의 개념'을 질문했다면, 나이트셰이드 바로크는 '예술의 주체'를 질문한다. 이 뒤틀린 이미지는 누가 만든 것인가? 독을 탄 인간인가, 독을 먹고 헛것을 본 기계인가? 아니면 그 오류를 '아름답다'고 판단하고 값을 지불한 시장인가?

 

여기서 발생하는 아이러니는 치명적이다.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독을 탔는데, 시장은 그 독이 만들어낸 색감이 "참으로 절묘하다"며 감탄하고 있는 꼴이다. 저항의 도구가 취향의 대상으로 변질되는 순간, 창작자의 의도는 증발하고 자본의 논리만이 남는다. 인간의 비명마저 '프롬프트'의 일부로 흡수해버리는 거대한 시스템의 식욕.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공포가 아닐까.

 

시스템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다만 가격표를 붙일 뿐
2026년의 걸작은 인간의 손끝에서 나오지 않았다. 인간이 기계를 멈추려 던진 돌멩이가 기계의 몸체에 부딪혀 낸 '파열음', 그 소음마저 예술이라 부르며 값을 매기려는 시도들이 오늘의 미술 시장을 정의하고 있다. NFT의 거품이 꺼진 자리에 들어선 것이 고작 '기계의 구토'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기술의 진보를 찬양하면서도, 내심 그 기술이 실패하고 무너지는 순간에서 인간성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나이트셰이드 바로크'라는 이름은 그래서 서글프다. 17세기의 바로크가 신과 인간 사이의 고뇌를 빛과 어둠으로 표현했다면, 21세기의 바로크는 '저작권을 지키려는 인간'과 '그것을 훔치려는 기계' 사이의 충돌 오류(Error)를 예술적 우연으로 포장한다.

 

만약 카라바조가 살아있다면, 붓 대신 나이트셰이드를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조차도, 자신이 만든 독이 캔버스 위에서 또 다른 걸작으로 팔려나가는 광경을 보며 붓을 꺾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지금, 독마저 약으로 팔아치우는 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다.

 

[용어 해설: 카라바조와 나이트셰이드]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Caravaggio, 1571~1610)
17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의 문을 연 거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르네상스 화풍을 거부하고, '테네브리즘(Tenebrism)'이라 불리는 극단적인 명암 대비를 통해 인간의 고뇌와 추함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그의 파격적인 리얼리즘은 당대에는 충격이었으나, 훗날 현대 회화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본 칼럼에서는 AI의 오류가 만들어낸 '기괴한 뒤틀림'을 카라바조의 파격에 빗대었다.

 

나이트셰이드 (Nightshade)
2024년 시카고대학교 샌드랩(SAND Lab)이 개발한 '데이터 독(Data Poisoning)' 도구. 이미지의 픽셀을 인간 눈에는 보이지 않게 미세 조작하여, AI 모델이 해당 이미지를 학습할 때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도록 설계되었다. (예: '개' 그림을 '고양이'로 인식하게 만듦) 아티스트들이 무단 학습으로부터 자신의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사용했으나, 최근 생성형 AI 모델에서 의도치 않은 '글리치 아트'를 만들어내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다다이즘 (Dadaism)
1차 세계대전의 참상에 대한 반발로 1910년대 중반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된 전위 예술 운동. 이성(Reason)과 논리가 전쟁을 초래했다고 믿었기에, 기존의 미적 가치를 부정하고 '우연'과 '비논리', '파괴'를 예술의 핵심으로 삼았다.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전시한 것처럼, 나이트셰이드 바로크 역시 '의도된 창작'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다다이즘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오토마티즘 (Automatism)
초현실주의(Surrealism) 미술 기법의 하나로, '자동 기술법'이라 불린다. 이성의 통제를 배제하고 무의식의 흐름이나 손이 가는 대로 그리는 방식을 말한다. 앙드레 브르통 등은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진짜 모습'을 꺼내려 했다. 본 칼럼에서는 AI가 데이터 독을 먹고 통제 불능 상태에서 쏟아내는 기괴한 이미지들을 '기계적 오토마티즘'으로 해석했다.

 

 

 

 

 

 

작성 2026.02.20 05:09 수정 2026.02.20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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