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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에세이] 술탄의 방패는 왜 술탄의 목을 겨눴나: 주인이 키운 괴물, 예니체리의 최후

-오스만 제국 500년의 암덩어리를 도려낸 날.

-총을 버리고 계산기를 든 전사들: 제국의 심장을 파먹은 영웅의 타락.

-양날의 검이 된 절대 충성: 예니체리는 어떻게 오스만 제국을 삼켰는가.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오스만제국을 명실상부한 대제국으로 만든 데에는 '예니체리'라고 부르는 최고의 군대 덕분이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은 아니다. 14세기 '데브쉬르메'라고 부르는 군 시스템에 기반으로 창설부터 말기에 오스만제국을 위협하는 불안정 세력으로 변모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예니체리 군단의 약화는 비정상적인 징집, 상업 활동으로의 경제적 개입, 그리고 정치적 간섭에서 비롯되었으며, 이에 따라 예니체리들은 잦은 반란과 쿠데타를 통해 중앙 권력을 위협했다. 

 

예니체리가 술탄 직속의 정예 보병이었다면, 오스만제국의 '티마르' 기병 부대는 주로 지방에서 동원되어 제국 군사력의 핵심을 이루었다. 티마르 기병은 토지에서 나오는 수입을 받는 대가로 기병 전투를 담당했다. 이들은 오스만제국 군대의 주축을 이루는 기병이었으며, 제국의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오스만제국의 군사적 우위는 당시, 균형추 구실을 하던 티마르 기병 세력의 약화로 더욱 심화되었고, 예니체리들은 울라마(종교학자)의 지원과 대중 여론 조작을 통해 정변의 중심이 되었다. 무라트 4세와 같은 술탄들이 이런 반란에 대응하기 위해 성스러운 깃발(Sancak-ı Şerif)을 중심으로 충성파를 결집했고, 결국, 군단의 폐지(Vaka-i Hayriye)라는 결과를 맞게 되었다. 술탄은 대포와 민중의 지지를 동원하여 예니체리 세력을 근절했다. 그러나, 군단 폐지 이후에도 오스만제국 내에 내재한 군부 개입과 쿠데타 전통이 지속되었다.

 

주인인가, 괴물인가: 오스만 제국의 심장에 박힌 양날의 검, 예니체리

 

역사의 흐름 속에서 권력은 언제나 아이러니를 잉태한다. 가장 믿었던 방패가 주인의 목을 겨누는 칼날이 되고, 영광의 상징이 수치의 낙인으로 변하는 비극. 오스만제국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이 역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존재가 바로 '예니체리'다. 그들은 술탄의 절대 권력을 위해 만들어진 최정예 친위대였으나, 끝내 제국의 숨통을 조이는 가장 큰 위협으로 변모했다. 오늘 우리는 이들의 탄생과 몰락을 통해, 절대 권력을 향한 욕망과 인간 집단의 타락이 어떤 파국을 맞이하는지 묵상해 보고자 한다.

 

고독한 권력자의 선택: 피로 맺어진 '술탄의 아들들'

 

오스만제국 초창기, 술탄의 자리는 절대 안전하지 않았다. 제국의 개국 공신이자 지방 호족 세력인 '베이(beyler)'들은 막강한 군사력을 쥐고 언제든 중앙 정부를 위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고독 속에서 술탄은 자신만을 위해 죽고 살 수 있는, 오직 자기의 입술만 쳐다보는 사병 집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술탄의 친위대 예니체리였다.

 

이들을 모으는 방식은 잔혹하리만치 철저했다. 초기에는 전쟁 포로 5명 중 1명을 술탄의 소유로 징집하는 방식이었으나, 제국이 팽창하면서 '데브시르메(Devshirme)'라는 독특한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는 발칸 반도의 기독교 가정에서 8세에서 18세 사이의 건장한 소년들을 강제로 징집하는 것이었다.

 

상상해 보라. 부모의 품에서 억지로 떼어내진 아이들이 낯선 땅으로 끌려와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철저한 훈련을 통해 오직 술탄을 아버지로 여기는 살인 병기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가족과의 연을 끊고 세상의 모든 인연을 뒤로한 채, 그들은 '카프쿨루(Kapıkulu)', 즉 '술탄의 종'이 되어 제국의 심장부로 들어왔다. 이것은 인간을 도구화하여 만든 권력의 바벨탑이었다.

 

화약 연기 속의 혁명: 구시대를 무너뜨린 신식 군대

 

예니체리는 단순한 경호 부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전장의 판도를 뒤바꾼 혁명가들이었다. 당시 전장은 활과 칼, 그리고 말을 탄 기병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니체리는 달랐다. 그들은 '머스킷 소총'이라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화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보병이었다. 전통적인 기병대인 '티마르 시파히'가 말발굽 소리와 함께 돌격할 때, 예니체리는 자욱한 화약 연기 속에서 불을 뿜어댔다. 

 

이는 칼과 창이 부딪치는 낭만적인 결투의 시대가 끝나고, '화약 냄새 진동하는 냉혹한 살육'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평시에는 수도 이스탄불의 치안을 담당하고, 전시에는 술탄의 지휘 본부를 목숨 걸고 사수하는 최후의 방어선, 그것이 예니체리의 영광스러운 소명이었다. 그들은 제국 그 자체이자, 술탄이 쥔 가장 예리한 검이었다.

 

변질된 소명: 군인인가, 장사치인가?

 

그러나,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만고의 진리는 이 강철 같은 부대도 비껴가지 않았다. 16세기 중반을 넘어서며, 제국의 수호자들은 서서히 괴물로 변해갔다. 타락의 시작은 원칙의 붕괴였다. 엄격했던 선발 기준이 무너지면서 자격 없는 자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전쟁터에는 나가지도 않으면서 명부에 이름만 올려 월급을 타가는 '유령 부대원'들이 급증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의 정신이 무너진 것이다. 본래 결혼이 금지되고 병영 생활이 의무였던 그들이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다.

 

칼을 갈아야 할 손으로 그들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막강한 조직력을 이용해 상인 조합인 '길드'를 장악하고 시장 상권을 독점했다. 이제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군인이 아니라, 이익을 좇는 거대 상인 집단이 되어버렸다. 국가 재정이 어려워 급여가 밀리면 그들은 서슴없이 백성을 약탈했고, 종교 지도자 계층인 '울레마'와 결탁하여 자신들의 탐욕에 종교적 정당성까지 부여했다. 궁중의 파벌 싸움에 개입하여 입맛에 맞는 권력자를 세우고, 개혁을 시도하는 술탄을 폐위시키는 패륜까지 저질렀다. 술탄의 종이었던 그들이, 이제는 술탄의 주인 행세를 하게 된 것이다.

 

무너진 균형과 술탄의 절규: "예언자의 깃발을 올려라"

 

수도 이스탄불은 예니체리의 인질이 되었다. 본래 지방의 기병대(티마르 시파히)가 예니체리를 견제하는 균형추 구실을 해야 했으나, 티마르 제도가 붕괴하면서 수도에는 예니체리에 맞설 세력이 전혀 없었다. 당시 관료였던 코치 베이가 "수도의 유일한 권력"이라고 한탄할 만큼 그들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술탄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오직 신성한 권위뿐이었다. 술판 무라트 4세는 반란의 위기 앞에서 '산작으 셰리프(Sancak-ı Şerif)', 즉,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깃발'을 꺼내 들었다. 이것은 단순한 깃발이 아니었다. "신앙과 국가를 위해 단결하라"는 신의 명령이었다.

 

새벽녘, ‘시난 파샤’ 정자에 이 깃발이 나부끼자, 기적이 일어났다. 이슬람 학자, 상인, 그리고 분노한 백성들이 '인간의 바다'를 이루며 술탄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그 거대한 민심의 파도 앞에 천하의 예니체리 반란군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권력 투쟁이 아니었다. 타락한 힘에 맞선 정통성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최후의 심판: 피로 씻긴 역사

 

하지만, 미봉책으로는 썩은 환부를 도려낼 수 없었다. 개혁 군주였던 셀림 3세는 예니체리를 대체할 서구식 신식 군대 '니잠으 제디드'를 창설하려 했으나, "백성의 피를 흘리기 싫다"라며 유약하게 대응하다가 결국 폐위당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악을 제거하려면 선한 의도만으로는 부족했다. 치밀한 전략과 냉혹한 결단이 필요했다. 

 

그 과업을 완수한 이는 술탄 마흐무트 2세였다. 그는 선대의 실패를 거울삼아 철저하게 준비했다. 내부의 적들을 숙청하고, 충성스러운 포병 부대를 비밀리에 포섭했다. 그리고 마침내, 예니체리가 또다시 반란을 일으켰을 때, 그는 주저 없이 '산작으 셰리프'를 내걸고, 그들을 '반역자'로 규정했다. 술탄은 백성들에게 무기고를 열어 무기를 나누어 주었고, 예니체리의 병영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수백 년간 제국을 호령하던 병영은 포탄 세례 속에 잿더미가 되었다. 이 사건은 '상서로운 사건(Vaka-i Hayriye)'이라 불리며, 제국의 암 덩어리가 제거되었음을 선포했다. 오스만 정부는 그들의 기억조차 지워버리기 위해 그들이 모이던 커피숍까지 파괴하고, 관련 소방 조직마저 해체해 버렸다. 철저한 삭제, 그것이 배신자들에게 내려진 형벌이었다.

 

권력의 덧없음과 역사의 교훈

 

이제 예니체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그림자는 길었다. 군대가 정치에 개입하여 정권을 뒤엎는 '쿠데타의 전통'은 이후 오스만제국을 넘어 현대 튀르키예 역사에까지 어두운 유산으로 남았다. 오늘 우리는 예니체리의 흥망성쇠를 보며 깊은 탄식을 내뱉는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힘이 통제를 벗어날 때, 그것은 주인을 물어뜯는 괴물이 된다는 사실을. 소명을 잃어버리고 탐욕에 물든 집단은 결국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목격한다. 

 

어쩌면 우리 내면에도 작은 예니체리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순수한 열정으로 시작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안락함에 취해 본분을 잊고, 나에게 주어진 힘을 나의 이익을 위해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가. 술탄의 방패에서 제국의 위협으로 변해버린 그들의 비극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권력과 책임, 그리고 초심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성 2025.11.29 11:33 수정 2025.11.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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