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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상사, 휠체어 동행자와 산티아고 800km 완주기 출간

'속도보다 호흡' 강조...관계의 본질 되돌아보게 하는 메시지

 

목욕탕에서 시작된 우연한 만남, 800km의 약속

 

현역 해병대 상사이기도 한 신현승씨는 휠체어 사용자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완주한 감동적인 여정을 담은 책 '너니까 하는거야 — 함께 간다, 끝까지'를 오는 11월 출간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함께 걷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 43일간의 기록이다.

 

사연은 목욕탕에서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한 남성이 조심스럽게 꺼낸 말, "산티아고 순례길,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그의 말에는 희망보다 체념이 짙게 배어 있었다. 혼자서는 어렵고, 함께 갈 사람도 없다는 현실 앞에서 그는 '가겠다'가 아닌 '가보고 싶다'고만 말할 수 있었다.

 

저자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 길, 저랑 같이 가요. 제가 함께할게요." 짧은 인연이었지만, 그 한마디는 즉흥이 아니라 누군가의 새 출발에 자신의 숨을 보태려는 응답이었다. 

이 결심은 이후 수많은 난관을 거쳐 현실이 됐다.


해병대 최초 43일 국외휴가, 정당한 절차로 벽 넘다

 

해병대 현역 상사가 43일간의 국외휴가를 받는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저자는 법무관실을 오가며 관련 조항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지름길 대신 정당한 절차를 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이건 해병대의 도전 정신을 증명할 일"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주임원사는 "멋진 일이다. 다만 네가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를 누군가 대신 채워야 한다는 것도 잊으면 안 돼"라며 응원과 함께 책임의 무게를 일깨웠다. 

결재 도장이 찍히기까지 수차례의 검토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저자는 도전이 언제나 책임의 다른 이름임을 배웠다.

 

조직의 문을 넘었지만, 이제는 가족이라는 또 다른 문턱이 남아 있었다. 

아내에게 말을 꺼내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 

마음은 이미 길 위에 있었지만, 거절이 두려워 계속 미뤘다. 

결국 고백한 후, 저자는 허락보다 약속을, 질타보다 감당을 선택했다.


진흙과 비 속에서 배운 '호흡 맞추기'

 

43일간의 순례는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형(동행자를 부르는 호칭)의 속도에 발을 맞추는 일은 걸음을 새로 익히는 과정이었다. 

자갈에 스치는 바퀴 소리, 손잡이를 통해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이 보폭을 조율했다.

 

'빨라야 한다'는 강박이 빠져나가자,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호흡을 되찾는 시간이 되었다. 

저자가 기력이 떨어져 서 있던 날, 형의 어깨가 낮아지던 날—그 짧은 정지마다 두 사람의 숨은 한 박자를 찾아갔다.

 

휠체어가 진흙에 빠진 날, 비에 젖어 추위에 떤 날, 가파른 언덕 앞에서 좌절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곁에 설 수 있었고, 빈 자리는 온기로 메워졌다. 

저자는 "속도의 의미는 남에게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리듬을 지키는 능력"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돌을 내려놓으세요"...관계의 본질 성찰

 

길 위에서 만난 성경 구절 하나가 저자의 마음을 멈춰 세웠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들어 치라"(요한복음 8:7). 

타인에게는 단호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에는 너그러웠던 이중적 태도가 낯설게 떠올랐다.

 

아이들이 고맙다는 말을 잊었을 때 서운했고, 배우자가 수고를 헤아려 주지 않을 때 마음이 가라앉았던 경험들. 

그 밑바닥에는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단순한 욕구가 있었다. 

그것은 저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품고 사는 오래된 그리움이었다.

 

저자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듣고 싶던 그 말과 행동을, 정작 나는 먼저 건넸는가. 

'고맙다', '네 덕분이다'라는 짧은 말을 가족과 가까운 이들에게 얼마나 남겨 두었는가." 

그 질문은 심판이 아니라 초대였다. 손에 쥔 돌을 내려놓는 순간, 마음은 응답하기 시작했다.


연평도 희생 전우 추모..."곁을 끝까지 지킨다는 것"

 

이 책에는 저자의 또 다른 다짐도 담겨 있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당시 희생된 고 서정우 하사와 고 문광욱 일병. 

당시 해병대 1사단에서 훈련을 받던 저자는 전우들의 희생 소식을 듣고 깊은 충격에 빠졌다.

 

"이름이 불리던 순간, 몸속 온도는 급격히 식었고, 그날 이후 내 안의 안일함은 죄책과 분노로 뒤섞여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았다"고 회고한 저자는 "아버지가 된 지금, 그날 불렸던 이름들은 더 이상 사건의 기록이 아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자리를 떠올릴 때마다, 그날의 상실이 내 안에서 다시 운다"고 적었다.

 

그날의 다짐처럼, 곁을 끝까지 지킨다는 것은 마음으로 이어가야 하는 약속이었다. 

그 약속은 세월을 건너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다시 살아났다. 

누군가의 멈춘 꿈 옆에 자신의 걸음을 포개는 일만으로도 마음은 깊어졌다.


"못 먹어도 고"...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확신보다 중요한 건 시도입니다. 모든 걸 계산할 수 없기에, 우리는 여전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못 먹어도 고"라는 표현은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시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저자의 철학을 담고 있다. 

생계를 위해 일하면서도 피곤한 밤과 새벽의 어둠 속에서 펜을 들었던 이유도, "지금 아니면 영영 쓰지 못한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따랐기 때문이다.

 

진짜 강함은 혼자 버티는 완고함이 아니라, 함께 흔들릴 줄 아는 마음의 유연함이라는 메시지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비교보다 호흡을, 속도보다 방향을 택하는 삶의 태도는 관계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한다.


책은 오는 12월 초에 정식 출간이 예정되었다.

신현승 저자는 현재 해병대 상사로 복무 중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이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오래 타오르기를 바란다"며 "불완전한 세상에서도 서로의 온기를 남기며 걸어가는 삶을 실천하고 싶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책은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총 6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출발 전 준비 과정부터 순례길에서의 에피소드, 그리고 길 위에서 얻은 깨달음까지 상세히 담겨 있다. 

특히 휠체어와 함께 800km를 완주하기까지의 구체적인 어려움과 극복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용기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성 2025.12.01 09:01 수정 2025.12.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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