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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누가 길을 묻는가: 이슬람의 법전과 기독교의 세미한 음성 사이에서

-이슬람의 '파트와'가 정해진 길을 편안히 따르는 자율 주행이라면, 기독교의 성령 인도는 거친 파도 속에서 직접 방향을 잡게 하는 나침반이다.

-무슬림들은 율법학자의 판결에 의존하여 안도를 얻지만, 기독교인들은 성령과 치열하게 씨름하며 스스로 거룩한 순종을 선택한다.

-참된 신앙은 누군가 정해준 정답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내주하는 성령님과 함께 삶의 답을 직접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아랍어로 '판결' 혹은 '답변'을 뜻하는 ‘파트와’는, 자격을 갖춘 이슬람 법학자(무프티)가 꾸란과 하디스(무함마드의 언행록)에 근거해 내리는 종교적 유권 해석을 의미한다. 예배드리는 법부터 시작해 복잡한 현대 금융, 결혼, 심지어 최신 기술 사용의 적법성까지, 율법(샤리아)이 현대 생활의 구체적인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밝혀주는, 무슬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삶의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다. 이것은 법적 강제성은 없으나, 신실한 무슬림의 양심에는 국가의 법보다 더 무거운 권위를 지닌다.

 

최근 중동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끊이지 않는 전쟁과 테러, 그리고 급변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길을 잃었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쏟아지는 참혹한 뉴스를 보며, 내가 만난 무슬림 이웃들은 더욱더 확실하고 명쾌한 답을 갈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들은 ‘파트와(Fatwa)’라는 이슬람 고유의 해법에 매달린다. 이슬람 율법학자인 무프티(Mufti)가 꾸란과 하디스에 근거해 내려주는 이 종교적 판결은,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무슬림들에게 강력한 삶의 나침반이 되어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토록 다른 종교적 토양 위에서도 인간이 던지는 근원적 질문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절박한 물음 앞에서 이슬람은 ‘명문화된 규범’을 내밀고, 기독교는 ‘인격적인 인도하심’을 제시한다. 나는 이 두 세계의 경계선에 서서, 우리 기독교인이 소유한 ‘성령의 인도’와 ‘양심’의 무게가 얼마나 존귀하고도 무거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통찰하게 되었다.

 

최근의 세계적인 혼란 속에서 무슬림들이 ‘파트와’를 찾는 빈도는 더욱 늘어났다. 가령,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비트코인 투자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합당한지, 혹은 서구의 새로운 교육 방식이 자녀에게 허용되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문제들이다. 그들은 고민하지 않고 무프티에게 묻는다. 무프티가 "할랄(허용됨)" 혹은 "하람(금지됨)"이라고 판결을 내리면, 그들은 그 즉시 모든 번뇌를 내려놓는다. 그것은 마치 복잡한 도심 속에서 빨간 불과 파란 불을 명확히 지시해 주는 신호등과 같다. 그들에게 순종은 곧 마음의 평안이며, 알라의 뜻에 굴복했다는 안도감이다. 이것은 외부의 권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하향식(Top-down) 평화다.

 

반면,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의 길은 이와 사뭇 다르다. 기독교인들에게는 매 순간 “이것 하라, 저것 하지 마라”라고 지정해 주는 인간 중재자가 없다. 물론, 목회자의 설교와 신학적 조언은 중요하지만, 최종적 결단은 언제나 신자 개인의 몫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기계적인 율법의 준수자가 아니라, 인격적인 교제의 대상으로 부르셨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실존적인 고뇌의 현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업 위기에 처한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독실한 무슬림이었고, 다른 한 명은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 무슬림 친구는 고금리 대출 상품을 두고 고민하다가, 지역의 유명한 무프티에게 파트와를 요청했다. 며칠 뒤, "이슬람 금융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라는 파트와가 떨어지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의 얼굴에는 티끌만큼의 의심도 없는 명료함이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인 사업가의 모습은 달랐다. 그는 성경을 펴고 밤을 지새우며 기도했다. 단순히 "이것이 죄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차원이 아니었다. “이 선택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가?”, “이 결정이 내 영혼과 가정, 그리고, 이웃에게 덕이 되는가?”를 두고 그는 성령 하나님과 씨름했다. 겉으로 보기에 그의 결정은 느리고 답답해 보였다. 때로는 고통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긴 고뇌의 터널을 지나 그가 내린 결론은 단순한 ‘허용’이 아닌, 하나님을 향한 깊은 ‘신뢰’와 ‘사랑’에서 나온 자발적 헌신이었다.

 

이슬람의 파트와가 정해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율 주행 자동차’라면, 기독교에서 성령의 인도는 거친 파도 속에서 직접 키를 잡고 북극성을 바라보게 하는 ‘나침반’과 같다. 물론, 자율 주행은 편하지만, 운전자의 실력을 키우지는 못한다. 그러나, 나침반을 들고 항해하는 자는 파도를 넘으며 노련한 선장이 되어간다. 성령은 우리에게 정답지만을 던져주시는 분이 아니라, 인간 안에 내주하시며, 인간과 함께 고민하고, 탄식하며, 마침내 인간을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자라게 하시는 분이다.

 

물론, 이 자유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서에서 경계했듯, 기독교인은 이 자유를 육체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산다. 그래서 어떤 기독교인은 때때로 이슬람의 파트와처럼 명확한 규율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목회자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으며, “그냥 답을 알려주세요”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우리 안에 있는 ‘종교적 의존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이 율법의 노예로 회귀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그분은 인간이 십자가 사랑에 매인 바 되어, 스스로 거룩함을 선택하는 성숙한 자녀가 되기를 원하신다.

 

지금 이 시대는 전쟁과 전염병, 그리고 가치관의 붕괴로 인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에 있다. 인간은 불안을 잠재울 강력한 통제와 확실한 답을 원한다. 이슬람의 파트와는 그러한 인간의 불안 심리에 완벽한 피난처를 제공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그 불안의 한복판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을 잡으라고 초대한다.

 

나는 이슬람권에서 율법의 울타리 안에서 안도하는 무슬림 친구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연약함을 보았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밤새 눈물 흘리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위대함을 보았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쉬운 길'이 아니라 '생명의 길'을 주셨다. 그 길은 때로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지만, 그 길 끝에는 율법 조문이 줄 수 없는 참된 자유와 생명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신앙이란, 누군가 정해준 답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성령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나만의 답을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파트와는 흔들리지 않는 '벽'을 세워줄지는 모르지만, 성령은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잡는 '근육'을 키워준다.

 

작성 2025.11.22 16:16 수정 2025.11.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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