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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분쟁, 그리고 평화로 가는 길

-중동의 갈등은 하나의 실이 아니라, 수천 년의 역사와 종교, 민족의 자존심과 강대국의 이권이 엉겨 붙어 도저히 풀 수 없게 된 거대한 매듭이다.

-군사적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쪽의 '승리'는 다른 한쪽의 '억압'을 의미하며, 그 억압은 반드시 더 큰 증오가 되어 돌아온다.

-진정한 평화는 지도자들의 서명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 그 자체에서 온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세상은 중동을 볼 때마다 늘 같은 렌즈를 낀다. 피와 모래, 석유와 분쟁. 헤드라인은 언제나 폭발과 보복, 그리고 끝없는 갈등의 연대기이다. 이 땅은 마치 인류의 모든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덧나는 거대한 환부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 땅을 향한 가장 깊은 오해이다. 중동은 분쟁의 땅이기 이전에, 인류의 가장 위대한 영적 유산이 태동한 요람이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아브라함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세 형제가 태어난 곳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조상을 가졌다는 이 사실이 평화의 이유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가장 깊은 갈등의 명분이 되어왔다.

 

오랜 기간 중동 전문가로서 내가 깨달은 것은, 이 분쟁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땅의 갈등은 하나의 실이 아니라, 수천 년의 역사와 종교, 민족의 자존심과 강대국의 이권이 엉겨 붙어 도저히 풀 수 없게 된 거대한 매듭이다.

 

매듭의 뿌리: 무엇이 이들을 싸우게 하는가

 

첫째, 이 땅은 '영적인 무게'를 지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에 예루살렘이 있다. 이곳은 세 종교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성지이다. 이 영적인 무게는 갈등을 '땅'의 문제가 아닌 '존재'의 문제로 격상시킨다.

 

둘째, '강대국의 체스판'이다. 중동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중심지이다. 이 검은 황금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되었다. 미국과 유럽은 이스라엘과 걸프 왕정들을 후원하며 이 지역의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과 시리아를 지원하며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한다. 이 땅의 젊은이들은 강대국들의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 소모되는 체스 말에 불과하다.

 

셋째, '지역 패권'을 향한 내부의 암투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립은 이슬람 세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다. 이는 단순히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 갈등이 아니다. 그것은 고대 페르시아의 자존심과 아랍의 맹주라는 자부심이 충돌하는, 정치적이고 민족적인 권력 다툼이다. 이 두 세력은 직접 싸우는 대신, 시리아, 예멘, 리비아, 레바논을 대리전의 무대로 삼아 그 땅을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넷째, '국가 없는 민족'의 눈물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독립 국가를 원하지만 그들의 땅은 정착촌으로 쪼개지고 있다. 수천만 명의 쿠르드족은 수천 년간 나라 없이 살아오며 주변국 모두에게 억압받고 있다. 이처럼 영토와 민족의 문제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가장 아픈 뇌관이다.

 

칼로는 매듭을 풀 수 없다

 

이 복잡한 매듭 앞에서, 세상은 가장 원시적인 해법을 택했다. 바로 '힘'이다.

 

팔레스타인이 로켓을 발사하면, 이스라엘은 수십 배의 폭격으로 보복한다.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늘리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는 테러로 반발한다. 이 끝없는 복수의 순환은 수십 년간 단 한 뼘의 평화도 가져오지 못했다.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낳을 뿐이다. 이는 마치 불길을 잡기 위해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군사적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쪽의 '승리'는 다른 한쪽의 '억압'을 의미하며, 그 억압은 반드시 더 큰 증오가 되어 돌아온다. 시리아와 예멘의 내전이 증명하듯, 힘의 논리는 오직 폐허와 난민만을 남길 뿐이다.

 

평화로 가는 길: 세 개의 문을 열다

 

그렇다면 진정 길은 없는가? 이 험하고 먼 길 위에서, 나는 세 개의 문이 열려야만 평화의 빛이 스며들 수 있음을 보았다.

 

첫째,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문이다. 협상은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이 아니다. 상대의 '핵심 이해관계'를 인정하는 과정이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를 생존의 문제로 여긴다. 팔레스타인은 '독립 국가'라는 인간의 존엄을 요구한다. 이란과 사우디는 '지역 내 영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협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이든, 예루살렘의 '국제 공동 운영'이든, 그 형태가 무엇이든 간에, 시작은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고 가장 원하는 것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총을 겨누는 대신, 상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둘째, '외부의 개입'을 차단하는 문이다. 중동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외부 세력이다. 그들은 '중재자'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한쪽 편을 든다. 미국과 유럽은 이스라엘의 안보만 외칠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권리도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되, 반군과 쿠르드족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포괄적 평화 협정을 압박해야 한다.

 

한쪽만 편드는 외교는 '불' 위에 '부채질'을 하는 것과 같다. 강대국들이 이 땅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한, 중동의 자생적인 평화는 불가능하다.

 

셋째,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 문이다. 증오와 불신을 녹이는 가장 현실적인 힘은 '경제'이다. 전쟁이 지속되면 경제는 무너지고, 가장 고통받는 것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경제특구를 만들어 함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상상해 보라. 이란과 사우디가 군비 경쟁 대신 공동의 담수화 플랜트나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상상해 보라.

 

전쟁보다 협력이 더 큰 '이익'이 된다는 것을 양측이 깨닫는 순간, 평화는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된다. 경제적 협력은 증오의 고리를 끊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물과 전기를 나누어 쓰기 시작할 때, 비로소 신뢰의 싹이 튼다.

 

평화는 결과가 아닌, 걷는 길이다

 

어쩌면 오늘 저 회담장에 모인 지도자들은 또다시 빈손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의심이 가득하고, 그들의 손은 악수 대신 무기를 잡는 데 더 익숙할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평화는 지도자들의 서명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 그 자체에서 온다.

 

총칼이 아니라 외교로, 승리가 아니라 공존으로, 보복이 아니라 이해로 나아가야 한다. 그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하더라도, 우리는 평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중동의 사막에도 꽃은 피어난다. 그 꽃을 피우는 것은 결국 서로를 인간으로 마주 보는 용기이다.

 

작성 2025.11.11 09:43 수정 2025.11.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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