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 지역 생활체육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더 빠르게 뛰고, 더 강하게 경쟁하는 스포츠만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무장애 스포츠’가 지역사회 곳곳에 확대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네덜란드 전통 실내 스포츠인 ‘슐런(Sjoelen)’이 광주·전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지도자 및 심판 자격과정으로 소개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출발이다.
슐런은 긴 나무 보드 위에서 원반 모양의 퍽을 밀어 점수 구역에 넣는 경기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경기에는 힘 조절, 집중력, 공간 감각,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과격한 신체 접촉이 없고 넓은 경기장이 필요하지 않으며, 실내의 작은 공간에서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 복지관, 경로당, 주민자치센터, 장애인 체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현장에 적용하기 쉽다.
무엇보다 슐런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휠체어 이용자도, 어르신도, 어린이도, 신체활동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각자의 조건에 맞게 참여할 수 있다. 승패가 있기에 경기의 재미가 있고, 동시에 함께 웃고 응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소통이 생긴다. 이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세대 간 교류와 공동체 회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광주와 전남은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역이다. 따라서 생활체육 정책 역시 청년층 중심의 활동형 종목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년층의 건강 유지, 고립감 완화, 치매 예방,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 활동, 마을 단위 공동체 프로그램까지 연결할 수 있는 종목이 필요하다. 슐런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잘 맞는 스포츠다.

특히 이번 과정은 포항시에서 슐런 교육을 담당해 온 평생교육 리더들이 직접 참여해 경기 방식뿐 아니라 지도법, 심판 운영 기준, 참여자별 프로그램 조정 방법까지 전했다는 점에서 실질적 의미가 크다. 단순히 새로운 종목을 체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광주·전남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지도자 기반을 만드는 첫걸음이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지역 확산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주민자치 프로그램,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시설, 학교 방과후 활동, 마을교육공동체, 평생학습관과 연계해 슐런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 지도자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소규모 교류전이나 세대통합 대회를 열어 참여 동기를 높여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좋은 스포츠는 일부 사람만 잘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몸 상태와 나이에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고, 경쟁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며 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스포츠다. 슐런은 그런 가능성을 가진 종목이다. 광주·전남이 슐런을 통해 무장애 생활체육, 세대통합 스포츠, 지역 공동체형 건강 프로그램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