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보호, 이제는 실효적 조치로
인류의 마지막 미개척지라 할 수 있는 공해(High Seas)는 그 중요성에 비해 너무도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왔습니다. 공해는 전 세계 해양의 약 60%를 차지하며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지역으로, 대규모 어업, 해저 광물 채취, 생물 탐사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파괴 압력을 받아왔습니다.
이 지역은 외딴섬과 같아 과거엔 규제의 사각지대로 취급되며, 지금까지 공해의 단 1.5%만이 공식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최근 영국이 국제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선구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어 환경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17일, 영국 정부는 해외 영토 법무장관 회의를 통해 '국가 관할권 이원지역 생물다양성법 2026(United Kingdom 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Act 2026)'의 개발을 논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2026년 1월 17일 발효된 유엔 생물다양성 조약(BBNJ: 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의 국내 이행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기도 합니다.
광고
유엔 생물다양성 조약은 공해 보호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최초의 글로벌 협정으로, 많은 국가와 전문가들이 조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조약은 전 세계 해양의 약 60%, 즉 국가 관할권을 넘어선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최초의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제공합니다.
구체적으로 해양 보호 구역 지정, 환경 영향 평가, 해양 유전자원으로부터의 공정한 활용 및 이익 공유, 빈곤국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수십 년간 방치되어온 해양 생태계 보호를 본격적으로 이뤄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공해 보호가 시급한 이유는 이 지역이 지구 전체 해양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 때문입니다. 공해는 지구 해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과거에는 약한 감시와 관할권의 공백으로 인해 과도한 어업, 해저 광물 채굴 가능성, 생물 탐사 등으로 압력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공해의 1.5% 미만만이 공식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은 국제사회가 얼마나 이 지역을 방치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광고
이는 육상의 보호 지역 비율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치로,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에 큰 공백이 존재했음을 의미합니다. 영국의 국내법 제정 노력과 국제적 의미
영국이 BBNJ 조약을 신속하게 국내법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국제사회에 중요한 선례를 제공합니다. 영국 법무장관 회의에서는 단순히 공해 보호만이 아니라 해양법 전문 지식 개발, 배타적 경제 수역 및 어업 보호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영국이 자국의 해양 관할권과 국제 해역을 포괄하는 통합적 해양 관리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국 정부는 이번 국내법 제정을 통해 국제 해양 생물다양성 보호에 대한 약속을 구체화하고, 광대한 공해 생태계의 건강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해양 자원을 보존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러한 선도적 움직임은 다른 국가들이 BBNJ 조약을 자국 법률 체계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광고
특히 영국의 이러한 조치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질적 이행 메커니즘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조약이 국제적으로 발효되었다 하더라도 각국이 이를 국내법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영국은 발효 불과 3개월 만에 국내법 개발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조약 이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국제 협력의 필요성과 도전 과제
공해 보호는 본질적으로 국제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입니다. 어느 한 국가의 관할권에도 속하지 않는 공해는 모든 국가의 공동 책임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영국 법무장관 회의에서도 지속적인 협력이 해양 안보를 지키고 지속 가능한 해양 관리를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되었습니다.
그러나 국제 협력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각국은 서로 다른 경제적 이해관계, 기술 수준, 해양 자원 의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해양 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은 보호 구역 확대가 자국 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할 수 있습니다.
광고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해양 관리를 위한 기술적, 재정적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BBNJ 조약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곤 국가들을 위한 역량 강화 메커니즘을 포함한 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입니다. 해양 유전자원으로부터의 이익 공유 조항 역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형평성을 고려한 장치입니다.
이는 단순히 보호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공정하게 참여하고 혜택을 나눌 수 있는 체계를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유엔 생물다양성 조약의 한국적 시사점
공해 보호의 역사적 맥락 공해 보호를 위한 국제적 논의는 사실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1982년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공해에서의 국가들 간의 협력 필요성을 명시했지만, 구체적인 생물다양성 보호 메커니즘은 부족했습니다. 당시에는 해양 자원이 무한하다는 인식이 강했고, 공해의 생태적 가치에 대한 이해도 지금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과도한 어획, 기후변화, 해양 오염 등으로 인해 공해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증거들이 축적되었습니다.
광고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며 국제사회는 보다 강력한 보호 체계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BBNJ 조약은 이러한 오랜 논의와 우려의 결과물로, 공해 보호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첫 사례입니다. 특히 이 조약이 중요한 것은 단순히 보호 구역을 지정하는 것을 넘어, 환경 영향 평가를 의무화한다는 점입니다.
공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주요 활동에 대해 사전에 환경 영향을 평가하도록 함으로써, 예방적 접근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피해가 발생한 후 복구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글로벌 해양 거버넌스의 새로운 장
BBNJ 조약과 영국의 국내법 제정은 글로벌 해양 거버넌스에 새로운 장을 여는 사건입니다. 그동안 공해는 '모두의 것이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영역이었습니다.
이제 국제사회는 공해를 '모두가 함께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공동 유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국제 질서와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합니다.
공해 보호는 어느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달성할 수 없으며,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일부 조정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기후변화, 팬데믹 등 다른 글로벌 과제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 협력 모델입니다.
영국의 사례는 국제 조약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신속하고 성실한 이행이 필수적임을 보여줍니다. 조약 자체가 아무리 잘 설계되어 있어도, 이를 국내법으로 전환하고 실제 정책과 규제로 구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영국이 보여준 신속한 대응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압력과 동기를 제공할 것입니다. 해양 생태계 보호의 경제적 가치 해양 생태계 보호는 단순히 환경적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한 해양은 수산 자원, 관광, 기후 조절, 산소 생산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공해는 많은 상업적 어종들의 중요한 서식지이자 이동 경로입니다.
공해 생태계가 파괴되면 연안 국가들의 수산업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해양은 지구 기후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하며,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공해의 건강한 생태계는 이러한 탄소 흡수 능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공해 보호는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해양 유전자원도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지닙니다. 심해 생물들은 극한 환경에 적응하며 독특한 생화학적 특성을 발달시켰고, 이는 의약품, 산업용 효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큽니다.
BBNJ 조약이 해양 유전자원으로부터의 이익 공유를 명시한 것은 이러한 잠재적 가치를 모든 국가가 공정하게 나누기 위한 것입니다.
국제 공조가 필요한 해양 생태계 보전
향후 전망과 과제 BBNJ 조약과 영국의 국내법 제정은 해양 생태계 보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아직 초기 단계로, 그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가들의 참여와 신속한 이행이 필수적입니다.
현재 조약을 비준한 국가들도 이를 국내법으로 전환하고 실제 집행하는 데는 시간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기술적, 재정적 지원 없이는 조약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약에 명시된 역량 강화 메커니즘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해양 보호 구역 지정과 관리에는 과학적 근거가 필수적입니다. 어떤 지역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지, 어떤 활동을 제한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국제사회는 공해 생태계 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기술 혁신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위성 모니터링, 자율 해양 탐사 장비,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광대한 공해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속 가능한 어업 기술, 친환경 선박 기술 등의 발전은 해양 보호와 경제 활동의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인류 공동의 책임
환경보호는 단순히 조약과 법규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공동의 책임입니다. 공해는 법적으로는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지만, 생태적으로는 지구 전체 해양 시스템의 일부이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영향을 미칩니다. 영국의 선도적 움직임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공해 보호는 본질적으로 글로벌 협력이 필요한 과제입니다. 각국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 민간 부문, 시민사회, 그리고 개인까지 모두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지속 가능하게 어획된 수산물을 선택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공해 보호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방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연구자들은 해양 생태계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고, 정책 입안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보호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BBNJ 조약의 발효와 영국의 국내법 제정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제 국제사회는 이 프레임워크를 실제로 작동시키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해 국제적 협력을 촉진하고, 우리 모두가 동참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공해는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미개척지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입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공해의 운명, 나아가 지구 해양 전체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영국의 사례가 보여주듯, 국제적 합의를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최민수 기자
광고
[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