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대한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이 기존 서울시 안보다 크게 수정되어 눈길을 끈다. 정부는 기존 약 6,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주택 수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에 따라 업무·상업·문화 시설 배치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개발 계획은 단순한 주택 공급 확대를 넘어, 서울의 중요한 국제업무 중심지를 주거 중심 복합지구로 재편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1만가구 공급 계획으로 변화하는 용산지역 개발 성격
업계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이 지역에 공동주택 5,000가구와 주거용 오피스텔 5,000실을 포함해 총 1만가구 공급을 추진 중이다. 이는 서울시가 제안한 6,000가구 계획보다 공동주택은 1,500가구, 오피스텔은 2,500실이 각각 증가한 숫자다.
이같은 계획 조정은 사업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지역 내 학교 확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안됐으며, 현재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교육청 등 관련 기관들이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옛 철도정비창 부지 약 45만6099㎡에 조성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복합단지로, 크게 ‘국제업무존’, ‘업무복합존’, ‘업무지원존’ 세 구역으로 나뉜다. 기존 서울시 안은 국제업무존에는 업무 기능을 집중 배치하고, 주거는 외곽 부지에 분산 배치하는 형태를 띠었다. 특히 국제업무존에는 최고층 랜드마크 건물과 광역환승센터, 전시컨벤션 시설, 호텔, 상업시설이 계획되어 있었다.
주거 비중 확대로 업무·문화 기능 조정 불가피한 상황
하지만 정부안에서는 이 핵심 구역인 국제업무존에도 주거용 오피스텔 796실이 새로 포함되어 있어, 주거 기능이 업무 중심지 내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또한 업무복합존 내 오피스텔 수도 기존 1,850실에서 2,822실로 크게 증가했으며, 복합문화존에 신규로 382실이 추가된다.
인근 철도 용지에도 1,000실의 오피스텔이 계획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주거 공간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당초 서울시가 구상한 프라임급 업무 공간과 문화시설 면적은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무지원존에서는 공동주택 물량이 1,500가구 추가되어 특정 구획의 주거 밀도가 크게 상승했다. C1 구역은 815가구에서 1,371가구로, C2 구역은 460가구에서 1,363가구로 늘면서, 비주거 기능을 희생해가며 주거 면적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건축업계 일각에서는 업무지원존이 사실상 ‘주거지’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대주택 비중 역시 기존 25%에서 35%로 확대될 전망이며,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중소형 임대주택 공급이 증가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발맞춰 공원 및 녹지 면적 완화 규정 적용도 검토되고 있다.
주거 기능의 대폭 확대는 전체 연면적 대비 주거 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시 안에서는 주거 비율이 약 29% 수준에 불과했으나, 1만가구 공급안은 가구당 평균 면적 35평을 급격히 유지할 경우 주거 비율이 50%에 육박할 전망이다. 다만 이를 40%대로 낮추려면 가구당 평균 공급 면적을 약 92㎡(28평)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계획의 주택 공급 확대는 도심 내 주거난 해소와 토지 매각 기반 사업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분양 물량 증가가 민간 사업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지녀온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로서의 정체성이 약화될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업무 기능이 강화될 경우 일자리 창출과 도시 세수 확대 등 장기 성장 동력이 강화되지만, 주거 비중이 확대되면 이런 핵심 기능이 희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승철 교수(수원대 부동산학전공)는 "용산은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개발 적지이자 서울 도심을 보완하는 광역 중추지"라며 "주거 비중 증가로 핵심 업무·문화 기능이 훼손되면 시민이 체감하는 핵심 거점의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용산은 한강과 남산을 품은 서울의 경제·교통·문화 중심지로, 이번 1만가구 주택 공급안은 오히려 서울 미래의 중추 역할을 하는 거점을 거대한 주거 지역, 즉 베드타운으로 변질 시킬 위험이 있다" 고 우려를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