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작곡가들이 웅장한 교향곡을 쓸 때, 쇼팽은 오직 피아노만을위해 음악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건반 위에 시를 얹었습니다.
음악사에서 사진으로 남은 첫 번째 음악가
위대한 음악가들 중, 실제 모습이 사진으로 전해지는 첫 번째 인물이 바로 쇼팽입니다. 1840년대 막 등장한 다게레오타입 기술 덕분에 우리는 그의 날카롭고 창백한 얼굴, 깊이 패인 눈가, 병약하면서도 예리한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음악처럼 예민하고 서정적인 그 얼굴은,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선명하게 상상하게 해줍니다.
폴란드의 혼을 품고, 파리에서 꽃핀 삶
1810년 폴란드 젤라조바 볼라에서 태어난 쇼팽은 프랑스인 아버지와 폴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4세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8세에는 바르샤바에서 첫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1831년 파리에 정착한 뒤에는 리스트, 들라크루아, 조르주 상드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는 살롱의 소규모 청중 앞에서 즉흥 연주하는 것을 가장 사랑했고, 대형 공연장은 좀처럼 즐기지 않았습니다. 30년의 연주활동 동안 공개 무대에 선 것은 불과 30회에 그쳤습니다. 생애 전체를 통해 230여 개의 작품을 남겼고, 거의 전부가 피아노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몸과 심장이 따로 쉬는 이유
1849년, 서른아홉의 쇼팽은 세 가지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완성 악보는 모두 파기할 것, 장례식에서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주할 것, 그리고 자신의 심장을 떼어 조국 폴란드 바르샤바로 보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유언은 철저히 지켜졌습니다. 그의 몸은 파리페르-라셰즈 묘지에, 심장은 바르샤바 성십자가 교회 기둥안에 따로 안치되어 있습니다. 조국을 떠나 살 수밖에 없었던 망명 예술가의슬픔이자, "내 몸은 여기있어도 내 심장은 폴란드에 있다"는 가장 시적인저항이었습니다.
왜 초보자에게 딱 좋은가, 3~5분의 기적
클래식이 길고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께는 아주 좋습니다. 야상곡, 마주르카, 왈츠, 전주곡 등 그의 소품들 대부분은 길어야 5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3분, 커피 내리는 5분. 그 짧은 시간 안에 쇼팽은 밤하늘의 별빛과 고향을 그리는 애절한 그리움을 선사합니다. 클래식 입문자에게 이보다 부담 없는 친구는 없을 것입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난 음악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는 실존했던 폴란드 출신 유대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자서전을 토대로 만들어 졌습니다. 영화는 스필만이 한 방송국의 스튜디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격에 연주는 중단되고, 스필만은 사선(死線)을 오르내리는 온갖 경험을 겪게 됩니다. 영화는 참혹한 전쟁으로 인해 개인의 삶이 얼마나 처절하게 망가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쇼팽의 《발라드 1번》과 《야상곡 c단조》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 존엄성의 마지막 울림으로 등장합니다. 쇼팽의 음악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한 민족의 눈물과 저항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잘 보여줍니다.

"쇼팽의 음악은 꽃 아래 숨겨진 대포다."
— 로베르트 슈만
조성진의 숨결로 듣는 쇼팽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은 오늘날 쇼팽 연주의 가장 섬세한 해석자 중 한 명입니다. 특히 야상곡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숨결과 정교한 페달링은 "소리로 그리는 수채화"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깊고 차분한 감성이 필요한 일요일 오후, 그의 연주로 쇼팽의 녹턴을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음악은 무한한 위로의 원천이다."
— 프레데리크 쇼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