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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공부병] 가격은 선언이다

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위치다

낮추는 순간 고객이 바뀐다

가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가격을 정하지 못하는가?”

 

사업을 하다 보면 마지막에 반드시 멈추는 지점이 있다. 상품은 만들었고, 고객도 어느 정도 정의했으며, 판매할 준비도 끝났는데 가격을 정하는 순간에서 머뭇거린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경쟁사 가격을 확인하고, 시장 평균을 비교하고, 원가를 계산한 뒤 그 사이 어딘가에서 가격을 맞추려고 한다.

 

겉으로 보면 매우 합리적인 과정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절대 강한 가격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건 결정을 하는 과정이 아니라 눈치를 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못 정하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계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하고 있다”

 

가격을 낮추는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 고객이 부담을 덜 느낄 것 같고, 판매가 더 쉬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일단 낮게 시작해보고 반응을 보자.” 이 문장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이건 전략이 아니라 회피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낮추는 순간 무엇이 바뀔까? 단순히 구매 장벽만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수준이 바뀌고, 기대치가 바뀌고, 브랜드의 위치가 바뀐다. 결국 가격은 매출이 아니라 고객을 바꾼다.

 

그래서 가격을 정하지 못하는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다.

 

“AI는 가격을 추천할 수 있지만, 포지션은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

 

AI를 활용하면 가격 전략도 쉽게 만들 수 있다. 경쟁사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장 평균을 기반으로 적정 가격을 제안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비교해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AI를 활용하면 가격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AI는 숫자를 추천할 수 있지만, 위치는 정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고객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시장에서 경쟁할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을 것인가는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다. 이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AI를 쓰면 가격은 더 흔들린다. 반대로 기준이 명확하면 AI는 그 기준을 강화하는 도구가 된다.

 

“가격은 고객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가격은 신호다.

 

이 상품이 어느 수준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를 한 번에 전달하는 메시지다. 그래서 고객은 가격을 보고 판단한다. 비싼지 싼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맞는지를 판단한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가격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고객을 선택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가격이 명확할수록 고객도 명확해진다. 반대로 가격이 애매하면 고객도 애매해진다.

 

“좋은 가격은 ‘설득’이 아니라 ‘일치’에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가격을 설득의 문제로 생각한다. 어떻게 설명하면 이 가격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설명이 아니라 일치다.

 

고객의 문제, 상품의 가치, 가격이 하나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일치하면 고객은 가격을 비교하지 않는다. 반대로 이 세 가지가 어긋나면 아무리 싸도 구매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격 전략은 할인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 설계다.

 

“실전에서 바꿀 한 가지”

 

지금 판매하고 있는 상품 하나를 기준으로 이렇게 정리해보자.

 

이 가격을 지불할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다면 가격은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니다. 그 다음 이렇게 이어가보자.

 

이 가격을 지불하는 고객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이 두 문장이 연결되는 순간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포지션이 된다.

 

그리고 AI에게 이렇게 요청해보자.

“이 가격을 기준으로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메시지 구조를 만들어줘”

 

이 순서를 지키면 가격은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가격을 낮추면 팔릴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가격이 명확할수록 고객은 더 빠르게 결정한다. 가격은 계산해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해서 선언하는 것이다.

 

선택의 기록

 

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내가 어떤 고객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선언이다
 

 

 

최병석 칼럼니스트 기자 gomsam@varagi.kr
작성 2026.04.18 19:15 수정 2026.04.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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