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성진용 건축사]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이주와 철거 단계에 돌입하고 있으나, 정작 원주민들이 머물 임대차 물량은 자취를 감췄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수급 문제를 넘어, 지난 수년간 시장 메커니즘을 외면하고 시장보다 앞서가려던 정책의 후유증에 가깝다.
■ “집을 짓기 위해 집이 사라지는 역설”
최근 서울 재건축 현장에서는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 이주민들이 인근 빌라로 밀려나거나 먼 외곽 지역으로 떠밀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부 대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이 ‘0건’을 기록하는 등 수급 불균형이 극에 달했다.
이는 재건축이라는 ‘공급을 위한 과정’이 오히려 ‘주거 불안’을 야기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 정비사업을 통해 새 집을 짓기 위해서는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임대차 시장의 완충 능력이 이미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 임대 공급 옥죈 정책의 부메랑
전세난의 근본 원인은 임대차 시장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 했던 정책적 실책에 있다. 전월세 규제와 대출 제한, 그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제는 결과적으로 민간 임대 공급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1. 임대사업자 제도 축소: 안정적인 장기 전세를 공급하던 통로가 차단.
2. 다주택자 규제: 전세 물량의 핵심 공급원인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시장 경직성 강화.
3. 이주 수요 미고려: 대규모 정비사업 시기와 주변 전세 수급 상황을 조율하지 못한 정책 설계.
결국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인위적으로 억제된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는 전세가격 급등과 물량 실종이라는 예견된 결과로 이어졌다.
■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는 ‘주거 시스템의 균열’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전세 불안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강남권의 입주 물량이 소진되고 여의도,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임대차 시장의 혼란은 수도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이 완전히 끊기는 지점에 도달하면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의 문제를 넘어 주거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는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정책이 시장의 흐름을 억누를수록 거래는 줄고 공급은 위축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실거주자인 서민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이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 시장 흐름 인정하고 임대 공급 회복해야
지금의 전세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 통제 위주의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임대 공급 주체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여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주택자를 무조건적인 규제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민간 임대 공급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재건축 이주 수요를 사전에 고려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사 갈 집이 없다”는 현장의 외침은 정책이 시장을 이기려 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이제라도 시장의 메커니즘을 인정하고 공급 확대와 거래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성진용 건축사·교수
토지·건축물 건강검진센터 대표
주식회사 화신 대표
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매경부동산센터 대표교수
https://blog.naver.com/yto6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