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지성과 영국의 기술을 결합해 산업 표준을 세웠던 미국 성공 공식이 저무는가
1776년, 미합중국의 시작은 초라했다. 북미 대륙 동부 해안의 비좁은 귀퉁이, 고작 13개 주가 모여 독립을 선언했을 때 누구도 이 나라가 세계의 주인이 될 거라 믿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건국 주역들은 영리했다. 그들은 당시 유럽의 진보적인 사상 체계와 영국의 첨단 산업 기술을 과감하게 결합하여 산업문명의 표준 패러다임인 국가 운영체제(OS)를 구축해냈다.
이 표준화된 이상향의 매력은 강력했다. 이병한 교수는 오늘날 미국의 핵심 주로 자리 잡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역사적 변화를 단순한 영토 이동이 아닌,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해석한다.
그는 본래 멕시코의 영토였던 두 지역이 미국 연방에 편입된 과정이 군사적 충돌과 정치적 선택을 넘어, 당시 국제 질서와 힘의 구조가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이라는 OS 위에서만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라는 기적의 꽃이 필 수 있었던 것이다.
식민지가 종주국을 살리는 역설, ‘마셜 플랜’의 미합중국 스케일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한때 자신들을 식민 지배했던 영국을 포함해 초토화된 유럽을 통째로 재건하겠다는 ‘마셜 플랜’을 발표한다. 식민지였던 나라가 옛 상전들을 먹여 살리는 계획을 짠 순간, 명실상부한 패권국이 되었다.
이 계획을 설계한 곳은 국가가 아니라 브루킹스 연구소였다. 그들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국가 간 연합체인 유나이티드 네이션스(United Nations, UN)라는 구체적인 비전도 내놓았다. 전 세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살려내겠다는 포부는 지난 100년간 인류 문명의 표준이자 실제적인 구원책이었다.
창설자조차 분담금을 외면하는, 고장 난 국제기구 UN
그러나 유효기간이 다한 것일까. 산업문명의 총아였던 UN조차 이제 이름만 남은 채 'System error'로 표류하고 있다. 이 교수는 UN을 창설하고 디자인했던 몸통인 미국조차 작년에 1조 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주인이 돈을 내지 않는 기구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산업문명 결합체 UN은 이제 인공지능(AI)의 폭주와 기후 격변이라는 21세기의 복합 특이점을 감당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교수는 앞으로 20년 뒤, 현재의 UN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며, 새로운 ‘만국활계萬國活計’의 비전을 제시하는 나라가 AI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국활계남조선’의 기개, 21세기판 마셜 플랜으로
이 대목에서 이 교수는 우리 조상들의 원대한 스케일을 소환한다. 구한말 ‘개벽’과 함께 선포되어 독립운동가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만국활계남조선(萬國活計南朝鮮)’의 기개가 그것이다. 내 나라의 독립운동 수준을 넘어, 장차
“남조선에서 전 세계를 살리는 계책이 나온다”
는 비전이 100년 전 이미 선포된 것이다.
인간·로봇·자연이 하나 되는 '유나이티드 네이처스', 새로운 문명의 운영체제 제안
이병한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만국활계의 현대적 버전 UN, ‘유나이티드 네이처스(United Natures, UN)’다. 인간 중심의 국가 연합을 넘어 인간과 동식물, 그리고 지능을 장착한 AI 로봇(활물)까지 포용하는 거대한 생명 의회다. 그는 이 플랫폼의 본부를 한국에 세우면 세계의 영성적·기술적 종주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 1년 뒤의 선거에 사활을 거는 주로 법조인 출신 ‘1년짜리 계약직’ 정치권에는 미래 계획에 대한 사유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러면서 이제는 상생문화연구소와 같은 민간 지성이 나서서 21세기판 마셜 플랜을 짜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든 존재가 각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한국판 '새 하늘 새 땅'의 설계도가 필요하다. 유나이티드 네이션스의 시대가 저물고 유나이티드 네이처스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의 설계자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디지털 창세 시대를 맞이한 한국의 숙명이라는 것이었다.
※ 필자의 코멘트 :
이병한 교수가 제안하는 ‘유나이티드 네이처스’ 등을 시대를 통찰하는 지성의 발현으로 고찰해 본다면, 그 사상적 뿌리는 근대 ‘개벽’을 예고하고 선포했던 동학과 증산도에 역사적 맥락이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만국을 구제하기 위한 설계도로 역사(道史)속에 새겨진 ‘천지공사(天地公事)’의 논리가 오늘날의 생태·문명적 담론과 결합하여 시대정신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만국활계는 증산상제님에 의해 이미 설계된 청사진이며, 현대 사회는 그 계획이 현실화되는 진행 과정 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천지공사’의 내용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읽어내고, 남은 공정에 대해 지성적 연대를 꾀하여 정밀하게 완수해 나가는 ‘협일(천지인 협치) 체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건축에서 설계도면이 실제 시공 현장에서 구조물로 구현되는 과정과 흡사하며, 사상적 원형과 현실의 집행이 맞물려 돌아가는 고도의 문명 건설 작업으로 이해된다. 건축 프로젝트에서 설계(Design)가 구체적인 시공(Construction)을 통해 실체화되듯, 설계와 현실의 실천적 행위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연재 中 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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