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71문
Q. What is required in the seventh commandment? A. The seventh commandment requireth the preservation of our own and our neighbor’s chastity, in heart, speech, and behavior.
문. 제7계명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제7계명이 요구하는 것은 마음과 말과 행동으로 우리 자신과 이웃의 정결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음행을 피하기 위하여 남자마다 자기 아내를 두고 여자마다 자기 남편을 두라 남편은 그 아내에게 대한 의무를 다하고 아내도 그 남편에게 그렇게 할지라(고전 7:2-3)
서로 분방하지 말라 다만 기도할 틈을 얻기 위하여 합의상 얼마 동안은 하되 다시 합하라 이는 너희가 절제 못함으로 말미암아 사탄이 너희를 시험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고전 7:5)
시집 가지 않은 자와 처녀는 주의 일을 염려하여 몸과 영을 다 거룩하게 하려 하되 시집 간 자는 세상 일을 염려하여 어찌하여야 남편을 기쁘게 할까 하느니라(고전 7:34)
그러므로 만일 누가 자기의 혼기 지난 딸에 대한 처사가 합당하지 못한 줄로 생각되면 그 딸의 혼기도 지났고 그같이 할 필요가 있거든 원하는 대로 하라 그것은 죄 짓는 것이 아니니 그들로 결혼하게 하라(고전 7:36)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맛을 냄과 같이 하라 그리하면 각 사람에게 마땅히 대답할 것을 알리라(골 4:6)
너희의 두려워하며 정결한 행실을 봄이라(벧전 3:2)

현대 사회는 무한한 연결의 시대인 동시에 경계가 실종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클릭 한 번으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고, 화려한 필터로 가공된 타인의 욕망을 소비하며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선을 너무도 쉽게 넘나든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71문이 강조하는 '정결(Castitas)'의 가치는 단순한 성적 금욕을 넘어선 인격적 존엄의 최전선이다. 정결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나와 타인의 영혼이 안전하게 거할 수 있는 성소를 짓는 작업이다.
개혁주의 신학이 말하는 제7계명의 요구사항은 소극적인 금지를 넘어, 우리 자신과 이웃의 정결을 마음과 말과 행동으로 적극적으로 지켜낼 것을 명한다. 이것은 'קָדוֹשׁ'(카도쉬, 거룩함/구별됨)의 실천이며,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하라는 칸트적 정언명령의 신학적 완성이라 할 수 있다.
마음에서 시작되는 정결은 욕망의 방향을 교정하는 일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말하는 '소프로쉬네(σωφροσύνη, 절제)'는 영혼의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 덕목이었다.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타인의 영역을 탐닉하려 하지만, 성경은 마음의 정결이 곧 하나님을 보는 통로라고 선언한다(마 5:8).
이는 심리학적으로 볼 때 '정서적 경계(Emotional Boundaries)'의 확립과 맞닿아 있다. 나 자신의 내면을 정돈하지 못한 상태에서 타인의 감정을 무분별하게 침범하거나, 타인의 매력을 나의 결핍을 채울 도구로 삼는 순간 관계의 질서는 붕괴된다. 진정한 정결은 타자를 그 자체로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며, 내 안의 충동을 거룩한 의지 아래 두는 능동적인 사랑의 행위이다.

언어의 정결은 관계의 방역선을 구축하는 소금과 같다. 골로새서 4:6절은 우리의 말이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맛을 냄과 같이" 되어야 한다고 권면한다. 소금은 부패를 방지하고 맛을 돋운다. 일상의 대화 속에서 타인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음담패설로 인격을 훼손하는 행위는 언어적 정결을 파괴하는 독소이다.
언어의 품격은 곧 그 사람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척도가 된다. 감정적 유혹이나 부적절한 암시가 섞인 언어는 조직의 심리적 안전망을 무너뜨리고 협력의 토대를 부식시킨다. 우리는 말을 통해 이웃의 명예와 정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곧 "은혜 가운데 말할 것을 아는" 지혜로운 자의 태도이다.
행동의 정결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통찰로도 연결된다. '충성심(Loyalty)'과 '정직(Integrity)'은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고부가가치 자산이다. 가정을 지키고 이웃의 정결을 존중하는 행위는 개인의 도덕성을 넘어 사회적 계약의 신성함을 유지하는 근간이 된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 자신의 욕망보다 공동체의 윤리를 우선시하는 리더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베드로전서 3:2절이 말하는 "두려워하며 정결한 행실"을 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리더십의 원천이다. 부부 관계에서의 신실함은 모든 사회적 관계의 기초 모델이며, 이 기초가 튼튼할 때 비로소 건강한 사회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안전한 존재일까? 정결은 타인의 삶을 존중하기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고결한 자기희생이다. 이것은 억압적인 율법이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을 보호하기 위해 하나님이 설계하신 가장 따뜻한 울타리이다. 우리가 마음과 말과 행동으로 정결을 보존할 때, 세상은 소유와 소비의 각축장에서 존중과 신뢰의 정원으로 변화될 수 있다.
고결한 거리두기를 통해 서로의 영혼을 빛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지향해야 할 정결의 참모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허동보 목사 | 수현교회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