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 마을
하늘을 머리에 이고 보는 바다
세월을 빨아들인 슬레이트 지붕들
단단한 근육질 되어 있고
노파는 오늘의 운세라도 보는지 화투패를 뜨고
앵구*는 주인 옆에서 두 다리를 쭉 펴고 늘어져 있다
강아지풀을 따라 토끼, 강아지, 송아지, 돼지 그림들이
출퇴근길에 발목 잡힌 차량처럼
담벼락 앞에 줄을 서 있다
별마저 얼어버린 한 겨울 그믐밤에도
지는 해 그림자도 쉬었다 가는 하늘이 가까운 곳
흑백을 배경으로 꽃을 피웠던 봄날의 하늘
짓궂은 꽃샘추위 바람을 피해
살랑이는 바람에 꽃잎들 씻어 만개한 들꽃들
엷은 바람 코끝을 스치는 여름날에 여우비 내리니
오목한 슬레이트 지붕 따라 다림질 하듯 흘러내리는 빗방울이
신비한 샘을 만들어 방긋 미소를 짓는 곳
해지고 어두운 밤 오면 전깃불은 졸고
지나간 세월 엮임의 흔적을 찾아 주는 동피랑마을
그곳에는 통영의 화석化石이 숨 쉬고 있다
*앵구 : 고양이의 통영사투리

[김태식]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온마음재가센터 사회복지사(현)
울산신문 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해양문학상 논픽션 소설 당선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 wavekt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