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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지농원 방선호 대표 ‘흙 속에 새긴 40년 유기농 필생의 업’

-방선호 대표가 일궈낸 전남 광양 마장지농원의 기적

[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굽이 흐르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유난히 푸르고 생명력이 넘치는 산자락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전라남도 유기농 명인 제8호로 지정된 방선호 대표가 40년 넘게 일궈온 ‘마장지농원’이다. 남들이 수확량과 효율성을 따지며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할 때, 홀로 산비탈을 지키며 ‘자연의 방식’을 고집했던 한 남자의 뚝심이 이제는 대한민국 친환경 임업의 표준이 되고 있다. 최근 2025년 10월 ‘이달의 임업인’으로 선정되며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 방선호 대표의 유기농 철학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1980년대 '증산'의 시대, 홀로 '자연'을 선택한 뚝심

방선호 대표가 처음 유기농 밤 재배를 선언했던 1980년대 초반, 대한민국 농촌의 지상 과제는 오직 ‘증산(增産)’이었다. 더 많이, 더 빨리 수확하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쏟아 붓는 것이 성공한 농부의 척도였던 시절이다. 그 서슬 퍼런 개발의 논리 속에서 방 대표는 돌연 ‘무농약·무비료’라는 폭탄선언을 던졌다.


당시 주변의 반응은 냉담을 넘어 조롱에 가까웠다. 잡초를 베지 않고 밤나무와 함께 키우는 그의 농법을 본 이웃들은 혀를 찼다. 산에 풀이 무성해지자 사람들은 그를 향해 ‘게으른 농부’라는 낙인을 찍었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낫을 내려놓고 나무 아래 무성해진 풀들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나태함이 아니라, 자연의 자생력을 믿는 고독한 개척자의 기다림이었다.


◆목초액과 자연의 지혜

방선호 대표는 방치하는 농법이 아닌, 과학적이고 세심한 관찰을 통한 ‘기술적 유기농’을 완성했다. 그의 전매특허는 목초액을 활용한 천연 방제법이다. 밤나무의 가장 큰 적인 밤바구미와 복숭아명나방을 잡기 위해 수천 번의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목초액 희석 비율과 살포시기를 찾아냈다.


또한, 그는 토양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화학비료 대신 산에서 얻은 부산물과 유기물만을 사용해 지력을 높였다. 이렇게 자란 밤은 일반 밤보다 당도가 높고 저장성이 뛰어나다. 껍질을 벗겼을 때 속살이 뽀얗고 단단하며, 쪄서 먹었을 때 포근포근한 식감과 깊은 풍미가 살아있다. “내 손자는 내가 키운 밤을 껍질째 입에 넣어도 안심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서 유기농 명인으로서의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관동마을을 ‘유기농 성지’로

방선호 대표는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를 마을 주민들과 아낌없이 나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주민들도 방 대표의 농장이 안정적인 고수익을 올리는 것을 보고 하나둘 유기농 대열에 합류했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광양시 다압면 관동마을은 지난 2009년 전라남도 제1호 유기농 생태마을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마을 전체가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면서 생태계가 복원되었고, 이는 다시 고품질 농산물 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방 대표는 밤뿐만 아니라 유기농 매실, 고사리, 감 등을 재배하며 유기농 가공식품(식초 등)으로 영역을 넓혀 연간 1억 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유기농은 돈이 안 된다'는 해묵은 편견을 실력으로 입증해낸 사례다.


◆기후 위기 시대, 임업의 미래를 제시하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전국의 밤 농가가 냉해와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방선호 대표의 농원은 비교적 평온하다. 건강한 토양과 튼튼한 뿌리를 가진 나무들이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견뎌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임업은 지구의 허파를 가꾸고 먹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생명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공로는 대외적으로도 높이 평가받아 왔다. 2011년 전라남도 유기농 명인 지정에 이어, 2021년 대표산림과수 선발대회 밤 부문 최우수상, 그리고 2025년 10월 이달의 임업인 선정까지. 이는 40년 세월 동안 흔들림 없이 한 길을 걸어온 장인에 대한 국가적 예우이자 찬사다.


◆나무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방선호 대표는 유기농업을 단순히 농약을 배제하는 기술이 아닌, 흙과 대화하며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효율을 앞세운 화학 농법 대신 잡초와 벌레까지 포용하며 일궈온 그의 투박한 손마디에는 “내 자식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야 진짜 농사”라는 숭고한 책임감이 서려 있다. 이러한 유기농업인들의 노력이 널리 알려지고 정당한 가치로 인정받을 때,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미래도 비로소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방선호 대표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생명

방선호 대표의 손은 거칠고 투박하다. 40년 넘게 산을 오르내리며 나무를 어루만지고 흙을 만진 세월이 그 손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지금도 새벽이면 산에 올라 나무들과 대화를 나눈다. ‘나무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는 매일 몸소 실천하고 있다.


묵묵히 유기농의 길을 걸어온 방선호 대표의 삶은 우리 임업이 나아가야 할 건강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마장지농원의 밤나무들이 매년 풍성한 결실을 보듯, 자연을 향한 그의 올곧은 고집이 대한민국 먹거리의 미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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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4.06 15:06 수정 2026.04.0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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