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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식 칼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김관식

불교 수행의 핵심 정신으로 인간의 인식과 깨달음의 실천 사례로 원효대사의 해골 물을 마신 이야기가 있다. 원효대사께서 당나라 유학 가는 도중 노숙을 하다가 한밤중에 심한 갈증을 느껴 머리맡에 놓여있는 물을 마셨는데, 매우 시원하다고 느꼈다. 다음 날, 아침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살펴보니, 어젯밤에 마신 물은 해골 속에 고여 있던 물을 마신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고 당나라 유학을 포기했다.

 

어젯밤에는 마셨던 물은 분명 시원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해골에 담긴 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역겨운 느낌이 드는 것은 자신의 마음 상태가 변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다.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필자도 했던 적이 있다. 수십 년 전에 교직에 있을 때 일본정부 초청으로 일본을 한 달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일본의 교육 문화 탐방을 했는데, 그 인솔 업무를 자이카 직원들이 맡아 했다.

 

탐방 도중 어느 날, 저녁식사를 하려고 음식점에 들어갔다. 음식 메뉴는 소고기라고 했다. 우리 일행은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육식을 했기 때문에 모두들 그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다 먹고 난 뒤 인솔하던 자이카 직원이 여러분이 방금 맛있게 먹은 음식은 소고기가 아니라 말고기라고 일러주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었다. 일행 중 어떤 이는 구역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차라리 끝까지 말고기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건데, 일부러 흔치 않은 음식을 대접하려는 뜻에서 그러했겠지만, 만약 미리 말고기라고 알려주었더라면 먹지 않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소고기라고 했기 때문에 그런 줄 알고 맛있게 먹었는데, 말고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괜스레 역겨운 느낌이 드는 것은 원효대사의 해골 속에 들어있는 물을 마신 이야기와 똑같은 체험을 한 셈이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우리 주위에 많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특정 식품을 먹지 않으려는 편식이 심한 아이가 있다면, 그 부모는 자신의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아이가 반응하는 특정 식품을 먹게 하려고 특정 식품이 보이지 않게 요리해서 맛있게 먹이는 것을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식품이라면 탈이 나겠지만, 특정 식품에 대해 무조건 기피하는 어린이들에게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기 위한 방편으로 요리 기술을 발휘하면, 특정 음식 혐오감이나 트라우마를 없애는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특정 식품을 먹기를 거부하는 아이가 나중에 특정 식품을 요리로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특정 식품에 대한 거부반응이 자신의 심리적인 거부반응이었다는 일체유심조의 깨달음을 터득하는 계기가 될 것이 아니겠는가?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깨우침은 이 세상 모든 게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해석한다. 현실 자체보다 그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따라서 일체유심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겪는 괴로움과 기쁨도 전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마음이 맑고 평온하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마음이 어두우면 아무리 좋은 것도 싫증이 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색안경의 색깔에 따라 바라보는 대상이 달리 보인다고 한다.

 

우리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람을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대우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사회적인 관습적 인식으로 우리는 상대를 인식한다. 값비싼 장신구를 걸치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말쑥한 차림을 한 사람에게는 깍듯이 대접하고, 수수한 옷차림을 한 사람에게는 소홀히 하는 사람의 외형으로 신분을 인식하고 그에 합당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우리 생활 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습적인 외모지상주의 인식은 사람을 신분에 따라 대접하는 물질주의적인 노예 습성 때문에 우리는 외모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남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게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인간관계에 기본적인 예절이지만, 지나친 외모 꾸미기는 허영심이 노출되는 속 빈 강정일 경우가 많다.

 

사람을 인식할 때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초지일관 누구나 똑같이 평등하게 인식하고 대접하는 자세가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그렇지만 한번 자리 잡은 고정관념을 깨뜨리기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습관화된 행동을 바꾸려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등도 모두 사람의 마음에 따라 사물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일체유심조라고 하지만, 한번 길들여진 습관은 의도적으로 고치려고 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반복적인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갇혀 무조건 반사 행동을 보이게 된다. 고정관념은 마음을 일정한 틀에 가두어 두는 일이고, 습관은 그러한 길들여진 마음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런 고정관념이나 고정관념으로 길들여진 습관이 되풀이되기 쉽다. 그래서 유연한 마음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과 소통이 안 되는 세대 간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시대가 변하면 사회적인 관행도 변한다. 사람이 사는 곳에 따라 이러한 사회적 관행이 다르게 된다. 사람의 교류가 적었던 옛날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그러나 오늘날 인적 물적 교류가 빈번해지고, 전자정보통신, 컴퓨터의 일상화, 매스컴 등으로 인해 획일적인 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텔레비전에 소개되는 맛집이 방영되면 사람들은 생각 없이 반응한다. 방영된 맛집을 찾아가는 바람에 그 식당을 갑자기 인산인해를 이룬다. 정보 매체들에서 소개되는 소식을 믿고 움직인다. 일체유심조라는 주체적인 마음이 없이 매체에 소개된 곳을 찾아간다. 그런 오늘날 사람들의 반응을 이용하여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일체유심조는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일이고, 오늘날 현대인들은 텔레비전이나 전자 매체의 정보를 따라 생각 없이 움직인다. 마치 불나방처럼 불빛을 향해 마구 달려간다. 주체성의 부재 상태로 타인이 하는 행동대로 모방행동을 하며 살아간다.

 

주체적인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자신의 판단과 결정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문학인이나 예술인들은 주체적인 삶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일체유심조가 무색하게 타인 지향의 모방행동을 반복하면 감동을 주는 작품을 창작할 수 없다. 모두 그저 그러하다거나, 누구 작품인지 구별이 어려운 AI가 쓴 작품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문학작품과 예술작품은 독창적인 개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일체유심조로 콘크리트가 되어 굳어버린 마음의 벽을 허물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는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정신으로 무장해야 심금을 울리는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것이다. 적당히 작품 쓰고 남에게 과시하려는 허영심은 문학과 예술의 본질과는 역행하는 행동이며, 대중적이고 속물적인 타인 지향의 모방문화의 산물일 뿐이다. 

 

문학과 예술은 주체적이고 개성적인 인간의 자기 의지의 산물이다. 따라서 일체유심조의 정신으로 본질을 추구하는 원효대사의 깨달음을 실천하여 극치의 미적 희열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문학인이요, 예술인으로 거듭나시길 바란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6.04.06 10:11 수정 2026.04.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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