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斷水
핸드폰 긴급 알림은 산동네에 물이 끊긴다는 문자이다
예고도 없었고 원인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지 않다
화장실은 마을회관을 이용하고
급수차와 식수를 제공하겠다는 연이은 문자이다.
맘카페에선 요즘 이런 동네가 어딨냐며 불편을 토로하지만
일 년에 두어 번 있는 일이다.
비 오는 밤
급수차가 있는 마을회관은
생활용수와 식수를 받으려는 차량과 퇴근 차량이 서로 엉키고
그 사이로 물통과 우산을 든 사람들이 급하게 오간다.
식수는 하나씩만 가져가라는 공무원의 간절한 공지와 세찬 빗소리
간헐적이지만 계속 울려대는 경적은
비 협주곡에 클라이맥스를 달리는 심벌즈처럼 들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에 멈춰있는 듯하다
적은 양에 생활용수로 밥은 어떻게 먹을까? 설거지는? 목욕은?
잠들 수는 있을까? 변기에 오물처리는 어떻게 하지?
불편에 대한 염려도 있지만 이보다 더 큰 걱정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삶에 대한 원망을
너덜너덜한 가난에 덤터기 씌어 토해낼 것에
미리 준비하는 작아진 부모 마음이다
단수斷水는 단수일 뿐
단수斷壽는 아니다
가난은 아니다

[한용수]
1968년 충북 청주 출생.
2017년 《문학바탕》 등단.
현재 유치원 교사.
율동시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