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예술이 하나였던 시대 그리고 '하이 아트(High-Art)'의 탄생
우리는 언제부터 예술을 미술관이나 전시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원래 고대 그리스어에서 기술(Technology)의 어원이 되는 '테크닉(teknik)'이라는 단어는 예술과 공예를 모두 아우르는 뜻을 가지고 있다.
18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공예가와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물건은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 깊이 통합되어 있었다. 즉 과거에는 인간이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기술과 일상의 예술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특정한 규칙과 기대를 따르는 이른바 '하이 아트(high-art)'의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술은 점차 특별한 재능을 가진 전문 예술가와 부유한 후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고 평범한 사람들의 능력 밖의 일로 밀려났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삶의 근원적인 창작 욕구가 일상과 서서히 분리되기 시작한 첫 번째 역사적 변곡점다.
산업혁명과 대량생산, 수동적인 소비자로 전락한 현대인
예술과 일상이 멀어진 빈자리를 더욱 철저하게 갈라놓은 것은 바로 '산업혁명'이었다. 공장이 세워지고 기계가 도입되면서 사람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고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창작하고 여유를 즐길 시간조차 잃어버리게 되었다. 집이나 작은 공방에서 물건을 만들던 가내수공업과 전통적인 공예 도제 방식은 경제적 논리에 밀려나며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 결과 오늘날의 우리는 스스로 물건을 수리하거나 손으로 창조하는 법을 잊은 채 그저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을 돈으로 소비하는 일에만 익숙해졌다. 작가 마크 크로포드(Mark Crawford)는 이를 두고 도구 사용의 감소가 우리를 주변 환경과 물건에 대해 더욱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존재'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한다.
쉼 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도구를 다루는 주체성을 잃어버리는 '수작업의 단절(manual disengagement)'을 겪고 있으며 이는 곧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애정과 유대감마저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잇다 - 수공예와 느린 삶(Slow Living)의 위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산업화와 대량생산 체제에 반발하며 일어난 '미술공예운동(Arts & Crafts movement)'은 공장제 물건들에 인간의 영혼과 인간미가 결여되어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들은 획일화된 제품 대신 자연의 소재를 사용하고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으로 회귀할 것을 촉구했다.
도공이 빚은 머그잔이나 직접 깎아 만든 나무 숟가락은 기계가 찍어낸 완벽한 제품과 달리 저마다 조금씩 다른 모양과 미세한 흠집을 가지고 있지만 바로 그 다름 속에 물건을 만든 이의 따뜻한 손길과 애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디지털 화면을 바라보며 앉아서 일하는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갖기 어려워졌으며 원인 모를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우리에게 손으로 직접 나무를 깎고 다듬는 목공예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끊어졌던 인간의 본성을 잇는 치유의 행위가 된다.
'느린 삶(Slow Living)'의 철학과 맞닿아 있는 수공예는 빠르고 쉽게 버려지는 대량생산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효율과 결과만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묵묵히 나무의 결을 느끼며 몰입하는 시간은 당신의 일상에 잃어버린 의미와 가장 인간적인 위로를 되찾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