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이득세, 창업가 정신을 어떻게 좌우하는가
창업가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투자자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을 추구하지만, 세금 정책이라는 예기치 못한 장벽에 직면하곤 한다. 특히 자본 이득세(Capital Gains Taxation)의 과세 방식은 창업 초기부터 엑시트(exit)에 이르기까지 창업가들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러한 세제 구조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의 창업 생태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을 입증하고 있다. 과연 자본 이득세의 과세 방식은 창업가 정신과 위험 감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2026년 3월 26일, 자본 이득세의 과세 방식이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위험 감수 및 기업가 정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NBER Working Paper 34512로 발간되었으며, 제목은 'Dilution vs. Risk Taking: Capital Gains Taxes and Entrepreneurshi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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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주도한 에두아르도 아제베도(Eduardo M. Azevedo) 외 연구진은 Northwestern Pritzker School of Law와 협력하여 실현 기반 과세(realization-based taxation)와 발생 기반 과세(accrual-based taxation) 방식의 차이가 창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현재 미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실현 기반 과세는 자산이 실제로 매각될 때 세금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이는 창업가들이 세금 납부 시점을 연기할 수 있게 해주며,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동안 보유 자본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창업가는 회사가 엑시트하거나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지 세금 부담 없이 소유권을 유지할 수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성장에 집중할 수 있다. 반면 발생 기반 과세는 자산 가치 증가분을 주기적으로 평가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창업가들은 회사의 가치가 상승할 때마다 세금을 납부해야 하며, 현금 흐름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세금 납부를 위해 소유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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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창업 생태계의 활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NBER 연구진은 1987년부터 2021년까지 약 96,000개의 미국 벤처 캐피탈 지원 스타트업, 48,000개의 엑시트(exit), 167,000개의 펀딩 라운드, 그리고 180,000명의 창업가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식 서류 및 PitchBook, CB Insights, PrivCo 등 주요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로부터 수집되었으며, 35년에 걸친 미국 벤처 생태계의 변화를 포괄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현 기반 과세에서 발생 기반 과세로 전환할 경우 발생하는 두 가지 상반된 효과를 규명했다. 첫째, 성공적인 창업가들은 세금 선납으로 인해 소유 지분 희석(ownership dilution)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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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치가 상승할 때마다 세금을 납부해야 하므로, 창업가들은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하거나 외부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해야 한다. 이는 창업가가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장기적 비전을 실현하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실패한 창업가들은 세금 공제를 통해 부분적인 보험(partial insurance)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발생 기반 과세 하에서는 회사 가치가 하락할 경우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실패에 따른 재정적 타격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 이는 창업가들이 위험한 프로젝트에 도전할 때 일종의 안전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한국의 자본 이득세 제도 비교
연구진은 실현 기반 과세가 창업가들에게 자금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결론지었다. 세금 납부를 연기할 수 있기 때문에 창업 초기 단계에서 자본을 최대한 보존하고, 이를 연구개발, 인력 채용, 시장 확대 등 성장 동력에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미국이 발생 기반 과세로 전환한다면 성공적인 창업가들의 경우 세금 선납으로 인해 자신의 지분 희석이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창업 의욕을 약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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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실패 위험이 높은 초기 창업가들에게는 세금 공제를 통한 보험 효과가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창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다. 그러나 발생 기반 과세가 반드시 창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발생 기준 과세가 세수 확보에 기여하며, 자산 가치 증가분이 발생한 시점에 세금을 징수함으로써 공적 재원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금 납부의 시기가 예측 가능하고 주기적이므로, 기업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주식 구조를 투명하게 조정하고 내부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기적인 가치 평가 과정을 통해 기업의 재무 상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합리적인 경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론하는 측에서는 창업 초기 단계에서 창업가들이 소유 지분을 꾸준히 매각해야 세금 비용을 충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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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금 흐름이 불안정한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매년 발생하는 세금 부담이 결국 장기적 기업 운영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창업가가 회사 지분을 지속적으로 희석시켜야 한다면, 회사에 대한 통제권과 의사결정 권한이 약화되고, 이는 장기적인 투자와 자체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제에서 보다 유연한 접근을 제공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한국도 미국과 유사하게 실현 기반 과세 방식으로 자본 이득세를 운용하고 있다.
자본 이득은 주식이나 자산을 매각할 때 발생한 이익에 대해 과세되며, 보유 기간 동안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율 구조나 특정 스타트업 관련 세제 혜택에서는 미국과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스타트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초기 창업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세액 공제나 유예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로 인해 초기 창업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세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력을 갖추기 전 단계에서 자본 접근성이 제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자본 이득세 개편의 필요성과 한국 경제의 방향성
더욱이 한국의 벤처 캐피탈 생태계는 아직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며,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 문화가 미국만큼 활발하지 않다. 세제 혜택의 부족은 투자자들이 고위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이는 결과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자본 이득세를 포함한 세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단순히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의 정책을 모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경제 구조와 창업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한국 정부는 자본 이득세의 과세 방식과 관련된 다각적인 정책 검토를 통해 스타트업 창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예를 들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세금 납부 유예 기간을 연장하거나, 일정 규모 이하의 창업 기업에 대해서는 자본 이득세를 면제 또는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실패한 창업가들에게 세액 공제나 손실 이월 공제 혜택을 확대하여 재도전을 장려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NBER 연구가 제시한 바와 같이, 세제 정책은 창업가들의 위험 감수 행동과 소유권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정책 설계 시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자본 이득세는 창업가 정신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 NBER의 연구는 실현 기반 과세와 발생 기반 과세가 창업가들에게 미치는 상반된 효과를 명확히 밝혔으며, 이는 각국 정부가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최적의 세제 모델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근거를 제공한다. 창업가들에게 자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면서도 스타트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주는 세제 모델은 각국 정부가 고민해야 할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자본 이득세 개혁을 통해 창업 생태계를 보다 활성화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화된 접근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번 NBER 연구 결과는 한국이 세제 정책을 재설계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미국의 35년간 데이터 분석이 보여주듯, 세제 정책은 단기적 세수 확보를 넘어 장기적인 경제 성장과 혁신 역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연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창업가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세제 정책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고민할 때 반드시 필요한 대화의 시작점이며, 정책 입안자, 투자자, 창업가 모두가 함께 답을 찾아가야 할 과제다.
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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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