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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칼럼] 39화 다시 시작된 아버지의 일기장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가족이 함께 써 내려가는 이야기

기록은 세대를 잇는 사랑의 언어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미리캔버스 활용]

 

낡은 노트에서 시작된 시간 여행

며칠 전, 아버지께서 20년 전 내가 썼던 일기장을 보여주셨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 일기장을 직접 보고 싶어 며칠 뒤 친가로 향했다고 이야기 나누었다. 아버지 책장 한 켠에 있던 나의 일기. 

 

연필로 눌러 쓴 글씨, 투박한 표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솔직한 마음. 그것은 분명 ‘어린 나’의 손끝에서 태어난 문장이었다.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일기장을 다시 읽는 일은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듯한 따뜻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일기의 끝, 아버지의 시작

그런데 일기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낯익은 글씨가 덧붙여져 있었다. 분명 아버지의 필체였다. “아들의 일기를 보고 나도 다시 일기를 써보려 한다. 하루하루의 기록이 곧 나의 발자취가 될 테니까.”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남긴 오래된 기록이 세월을 건너 아버지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정말로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하셨다. 추석 연휴에 다녀온 남해, 거제, 통영 여행 이야기부터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써 내려가고 계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기록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조용한 힘이구나.”

 

가족이 함께 써 내려가는 이야기

어머니 역시 노트를 꺼내 펜을 잡기 시작하셨다. “글을 잘 못 써서 어렵다”라며 머뭇거리시던 분이 이제는 하루의 일상을 몇 줄씩 남기신다.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문장들이 모여 우리 가족만의 작은 역사로 쌓여가고 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제 우리 가족 모두가 기록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아버지의 일기, 어머니의 메모, 그리고 나의 글이 세대의 벽을 넘어 한 줄씩 이어지고 있었다. 글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가족의 서사’가 되어가는 순간이었다.

 

기록이 만들어내는 유산

지금은 작고 평범한 일기일지라도, 언젠가 시간이 흘러 다시 펼쳐보게 된다면 그 속에는 우리 가족이 함께 살아온 흔적, 웃음, 그리고 사랑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때의 감정과 풍경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며, 그 글들은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될 것이다.

 

기록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한 줄의 감사, 한 장의 여행기, 하루의 소소한 기억이라도 좋다. 그 꾸준함이 결국 인생의 발자취가 되고, 한 가정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긴다. 아버지의 펜 끝에서 다시 시작된 일기장은 결국 우리 가족 모두의 일기가 되었다.

 

함께 던지는 질문

우리는 종종 말로만 추억을 나눈다. 하지만 말은 흩어지고, 기록은 남는다. 한 사람의 일기가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고, 그 마음이 또 다른 이야기를 낳는다. 기록은 사랑이 머무는 또 하나의 형태다. 당신의 가정에도 오늘, 한 줄의 기록이 시작되길 바란다.

 

기록은 세대를 잇는 사랑의 언어다.

아버지의 일기장에 적힌 그 한 문장은 시간을 건너 내 마음을 울렸다. 이제는 내가 그 이야기를 다시 쓰고, 언젠가 내 아들도 또 다른 문장으로 이어가겠지. 삶은 흘러가지만 기록은 남는다. 그리고 그 기록이 세대를 잇고, 가족의 사랑을 이어주는 가장 따뜻한 다리가 된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0.22 15:13 수정 2025.10.22 15:17

RSS피드 기사제공처 : 보통의가치 미디어 / 등록기자: 김기천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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