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com, pub-9952897869402010, DIRECT, f08c47fec0942fa0

[홍영수 칼럼] 가난, 죄일까?

홍영수

필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시골 동네 몇 가구를 제외한 대다수는 가난한 살림살이었다. 그 이유는 도시와 농촌뿐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배경인 한국전쟁으로 인한 영향이 컸고, 그래서 경제적 기반이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생활고의 어려움 속 가난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야 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우연히 티브이를 시청하던 중 차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순간을 믿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어느 나라에서는 족쇄 같은 목걸이를 찬 어린 소녀들은 돈으로 사 갈 수 있다는 징표라는 것이다. 그들은 가난 때문에 학교는 갈 수 없고,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 소녀는 8살에 팔려? 가서 밥하고, 살림하고, 아이를 낳고, 어떤 소녀는 가축 몇 마리에 팔려가 60세 된 남편의 병시중을 들면서 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한마디로 장식품의 목걸이가 아닌 빈곤을 목에 두른‘가난’ 때문이었다.

 

우린 살아가면서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잠든 후 수많은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어떤 사물이나 풍경 등이 눈앞을 무심코 스쳐 지나간 듯하고, 누군가는 우습게 바라보는 시선과 조롱하는 듯 눈을 흘기면서 지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 상념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그러한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수치심이나 부끄러움 또는 특히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일상적으로 오가는 언어 사용의 높낮이와 오해와 이해 사이, 세대 간의 차이, 특히 부와 빈곤의 차별 등 수없이 많다.

 

이러한 삶 속에서 가난한 사람에게는 고양이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안개마저도 비애로 다가온다. 낮에는 마천루의 그림자를 밟고, 밤에는 휘황찬란한 불빛이 유혹하는 도시에서 가난한 자는 그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자욱한 안개뿐이다. 칼 샌드버그의 “안개”의 시를 보자.

 

작은 고양이의 걸음으로

안개는 온다.

 

조용히 앉아

항구와 도시를

허리 굽혀 바라본 뒤

다시 일어나 걸음을 옮긴다.

 

그의 관조적 시선의 창작을 엿볼 수 있는 시다. 어쩜, 시인 자신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짐꾼, 벽돌공, 기타 노동자 등, 밑바닥 생활을 했다. 그렇기에 안개와 고양이 같은 권력자들이 삼켜버린 도시를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가난한 사람은 자기가 사는 빈곤한 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없이 사는 생활의 모습도 굳이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것은 가난 그 자체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게 아니고, 또한 엄청난 권력과 부가 아니라, 그들이 바라보는 비웃음과 야릇한 미소, 내리까는 눈동자의 시선들이다. 이러한 시선들은 가난한 자의 영혼까지 피 멍들게 해서 두 번 죽이는 꼴이 된다. 

 

과연 우리의 속담처럼 ‘가난이 죄일까?’ 물론 가난 때문에 죄를 짓는 경우가 있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 빵을 훔쳐 먹고 19년간 감옥생활을 하고 나온다. 그 후 주교를 만나 숙식의 도움을 받는 도중 성당의 은촛대를 훔쳐서 또 경찰에 붙잡힌다. 이러한 그에게 미리엘 주교는 고발하지 않고 오히려 그 물건을 장발장에게 주면서 관용을 베푼다. 그 후 이름을 마들렌으로 개명하고… 새로운 사람이 된다.

 

며칠 전 화물차 기사가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400원짜리 초코파이 하나와 650원짜리 커스터드, 도합, 1050원에 상당한 과자를 꺼내먹었다는 이유로 물류회사 측에서 절도 혐의로 고소했고. 그 결과 1심에서 절도죄의 유죄가 인정되어 5만 원이 선고되었다고 한다.

 

저 높고 높은 하늘을 떠나 이 땅에 오신 예수님,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설산의 수행을 한 부처, 버리고 떠나기의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 스님 등, 이들은 세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삶의 지향점과는 분명 다르다. 뜬구름 잡는다고 해야 할까? 온갖 부정이 난무하고, 치졸한 수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과 명예를 탐하는 그들 앞에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 말씀하신 것은, 예수님 최대의 실언일까? 이들 앞에선 그 어떤 수식어도 한낱 부질없는 소음일 뿐이다.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즐기는 공자의 글을 보자.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었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 <논어> ‘술이(述而) 편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4회 한탄강문학상 대상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작성 2025.10.06 11:48 수정 2025.10.06 11:55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스미안뉴스 / 등록기자: 한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경기도가 세금 100억 넘게 태워서 꽃을 심는 진짜 이유
엉덩이 무거우면 돈 준다고? 경기도의 미친 챌린지 ㄷㄷ
병원 검사하다 방사선 더 맞는다? 기준 바뀐 이유
병원 가지 마세요, 한의사가 집으로 갑니다!” 경기도 역대급 복지 ㄷㄷ
용인특례시 보라동 행정복지센터 신축개청
파킨슨 환자 길치되면 치매 7.3배위험
DMZ 옆에 삼성이 온다고?" 경기도 접경지에 돈바람 불기 시작했다!
꽃피는 봄인데 왜 나만 우울할까?
4년 만에 45%가 사라졌다고? 경기도에서 벌어진 기적!
MZ 입맛 저격한 두바이 찹쌀떡부터 보양 끝판왕 흑염소까지
뇌는 잠들기 전 10분의 정보를 가장 중요하게 처리한다
폭락장에서 내 지갑 지키는 3단계 필살기
766억 기부한 이수영 이사장 "또" 서울대에 노벨과학상 인재육성 기부
우리 집 앞 도로, 2030년에 이렇게 바뀐다고?
베드로와 유다의 차이 한국어
가마지천 자전거
아직도 공중화장실 갈 때 구멍부터 확인하세요?
빚 때문에 인생의 끝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자전거 타기와 인생은 똑 같다. 자전거와 인생 이야기 #쇼츠 #short..
자산 30억인데 밥 굶는다? 강남 노인들의 눈물겨운 흑자 도산
디알젬의 거침없는 진격: 초음파까지 접수 완료!
삼성의 역습? 엔비디아의 1,500조 파트너 낙점!
벤츠E 300 주행후기, 음이온 2억개 공기정화, 연비향상 50%가 동시..
내 아이 입으로 들어가는 건 무조건 확인! 경기도 농업의 미친 변화
주말에 뭐해? 도서관에서 갓생 살자!
봄의 생명력으로 마음을 채우다
중동발 경제 한파 터졌다! 한일 재무수장 도쿄서 긴급 회동, 왜?
중동발 경제 쇼크,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유튜브 NEWS 더보기

일론 머스크의 경고, 2030년 당신의 책상은 사라진다

부의 이동심리, 타워팰리스가 던지는 경제적 신호

그대는 소중한 사람 #유활의학 #마음챙김 #휴식

나 홀로 뇌졸중, 생존 확률 99% 높이는 실전 매뉴얼

숨결처럼 다가온 희망. 치유.명상.수면.힐링

통증이 마법처럼 사라지다./유활도/유활의학/유활파워/류카츠대학/기치유

O자 다리 한국, 칼각 일본? 앉는 습관 하나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겨울마다 돌아오는 ‘급성 장폭풍’… 노로바이러스, 아이들 먼저 덮쳤다

아오모리 강진, 철도·항만·도심 모두 멈췄다… 충격 확산

경기도, 숨겨진 가상자산까지 추적했다… 50억 회수한 초정밀 징수혁신으로 대통령상 수상

간병 파산 막아라... 경기도 'SOS 프로젝트' 1천 가구 숨통 틔웠다 120만 원의 기적,...

100세 시대의 진짜 재앙은 '빈곤'이 아닌 '고독', 당신의 노후는 안전합니까...

브레이크 밟았는데 차가 '쭉'... 눈길 미끄러짐, 스노우 타이어만 믿다간 '낭패...

"AI도 설렘을 알까?"... 첫눈 오는 날 GPT에게 '감성'을 물었더니

응급실 뺑뺑이 없는 경기도, '적기·적소·적시' 치료의 새 기준을 세우다

GTX·별내선·교외선이 바꾼 경기도의 하루… 이동이 빨라지자 삶이 달라졌다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용기, 삶을 존중하는 가장 아름다운 습관

아이젠사이언스생명연, AI 신약 개발 초격차 확보 전략적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