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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보건의료계는 지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라는 거대한 혁신의 파도와 맞닥뜨리는 동시에, 제도적 갈등과 안전망 재정비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기술은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으나 이를 규율할 법과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한국의료법학회를 이끄는 김소윤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연구원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는 AI 시대의 모호한 책임 공백을 메울 구체적인 입법 대안과 ‘시스템 중심 환자안전망’ 구축이라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AI·디지털 의료,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 법적 기준은 여전히 멈춰 있다
최근 의료 현장은 AI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비대면 진료, 디지털 치료기기,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치료 등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기술들이 일상이 되는 시대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이 도입되는 속도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인프라는 현격히 뒤처져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진단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책임 소재의 모호함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진단 시스템이 내린 판단을 토대로 의사가 처방을 내렸으나 오진이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알고리즘을 개발한 기업에 있는지, 데이터를 학습시킨 주체에게 있는지, 혹은 해당 시스템을 도입한 병원과 이를 활용한 의사 중 누구에게 있는지 현행 법제도 안에서는 명확한 선을 긋기 어렵다"
그는 이 같은 법적 공백이 의료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혁신성을 수용하여 산업과 환자의 편익을 도모해야 하지만,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법적 분쟁에 대비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보험급여과, 보건산업진흥과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행정 실무를 겪고,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공공 보건의 최전선을 지킨 그의 경력은 이러한 법적 과제를 진단하는 데 날카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는 기술 발전의 속도에 발맞춘 ‘속도감 있으면서도 안전한 입법 가이드라인’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의료 사고의 근본적 해결, 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시스템 정비’로 가야
김 회장은 최근 대한환자안전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며 환자 안전 분야에서도 폭넓은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현재 대한민국 환자 안전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고 발생 시 개인의 책임 추궁이나 ‘처벌 위주’로 흘러가는 경향이다.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을 형사처벌하거나 과도한 소송의 대상으로 내몰기만 해서는,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의료진 개인의 부주의로만 치부하기에는 의료 현장의 시스템 자체가 너무나 복잡하고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는 사고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투명하게 분석하고,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는 구조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와 의료진이 소송과 불신의 공포 속에서 대립하는 소모적인 구조를 깨고, 진정한 의미의 ‘환자 중심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소신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환자안전법의 전향적인 개정과 시스템 정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사고 정보를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공유하여 학습할 수 있는 ‘비처벌적 자발적 보고 체계’가 활성화되어야만 의료 기관 전체의 안전 수준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의료법학회가 제시하는 ‘상생의 나침반’
최근 수년간 한국 보건의료계는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었다. 정책을 둘러싼 마찰과 현장의 이견 속에서 사회적 비용은 커졌고,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김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법과 윤리가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법학은 단순히 딱딱한 법 조문을 해석하는 학문이 아니다.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 의료진의 전문성과 진료권, 그리고 국가 보건정책이라는 세 가지 축이 가장 조화롭게 맞물리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찾는 것이 우리 학회의 사명이다”
그는 앞으로 한국의료법학회가 상아탑 속에 갇힌 학술적 연구 단체에 그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어 실효성 있는 입법 대안으로 연결하는 명실상부한 ‘보건의료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포부다.
◇대한민국 미래 의료의 청사진을 그리다
김소윤 회장은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갈 길에 대해 깊은 애정과 책임감을 드러냈다. AI와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술과 제도가 엇나가지 않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안전한 환경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그가 그려나가는 최종적인 미래다.
첨단 의료 기술의 명암을 꿰뚫어 보는 혜안과, 처벌이 아닌 시스템으로 환자 안전을 지키겠다는 따뜻한 소신이 담긴 그의 행보는 다가오는 보건의료계 입법 정국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 의료법학의 최전선에서 법과 제도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김소윤 회장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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