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폐렴과 증상 비슷하지만 원인균 달라…노출 이력과 신속한 진단 중요
러시아 방문 입국자 감시 강화…의심환자 발생 시 격리치료·접촉자 관리
러시아에서 폐페스트가 의심되는 원인불명 폐렴으로 연구소 직원 1명이 사망한 가운데, 질병관리청이 국내 유입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면서도 해외 감염병 감시와 방역 대응태세를 점검했다.
질병관리청은 13일 러시아 이르쿠츠크 지역의 원인불명 폐렴 사망 사례와 관련해 검역·감시·진단·역학조사 등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국내 종합위험도를 ‘낮음’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망 사례는 폐페스트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원인 병원체가 확인되지 않아 폐페스트 확진 사례로 볼 수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현재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지속적인 전파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 연구소 직원 사망…원인 병원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아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 지역의 항페스트연구소 직원 1명이 지난 9월 29일 폐렴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상태가 악화해 10월 2일 사망했다.
연구소 직원과 의료진 등 접촉자는 총 197명으로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189명은 격리 관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사망 원인이 페스트균 감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WHO와 해외 주요 보건당국도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번 사례의 위험을 대체로 낮게 평가하고 있으며, 사망자의 확진 진단이 없는 점을 주요 불확실성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7일 신속위험평가에서 국내 발생 가능성을 ‘매우 낮음’, 발생 시 영향력을 ‘낮음’으로 평가했다.
이어 12일 열린 상황점검회의에서도 국내 종합위험도 ‘낮음’ 수준을 유지했다.
현재 위험평가는 확보된 정보를 토대로 한 판단이다. 향후 원인 병원체나 추가 감염 여부가 확인되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폐페스트란 무엇인가…일반적인 페스트와 전파 경로 달라
페스트는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감염병으로, 국내에서는 제1급 법정감염병으로 관리한다.
주로 감염된 벼룩에 물리거나 감염 동물 또는 그 사체를 접촉하면서 감염될 수 있다. 감염 부위와 증상에 따라 림프절페스트, 폐페스트, 패혈증페스트 등으로 구분한다.
림프절페스트는 통증을 동반한 림프절 부종과 고열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패혈증페스트는 페스트균이 혈액에서 증식하면서 쇼크와 장기 기능 이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폐페스트는 페스트균이 폐를 침범한 형태다. 다른 형태의 페스트에서 균이 폐로 퍼져 발생하거나, 폐페스트 환자가 배출한 감염성 호흡기 비말을 들이마셔 감염될 수 있다.
특히 폐페스트는 페스트의 주요 임상 형태 가운데 사람 간 호흡기 전파가 가능한 형태라는 점에서 방역상 중요하다.
다만 모든 페스트 환자가 기침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폐페스트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1~4일 정도로 비교적 짧다.
감염 후 고열과 두통, 심한 쇠약감이 나타나고 기침, 흉통, 호흡곤란, 피가 섞인 가래 등을 동반하는 중증 폐렴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일반 폐렴과 증상 비슷해…감염 경로와 진행 속도 확인해야
폐페스트도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폐렴의 한 종류다.
따라서 초기 증상만으로 일반적인 폐렴과 명확하게 구별하기는 어렵다.
일반 폐렴은 폐렴구균 등 여러 종류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한다. 반면 폐페스트는 페스트균이라는 특정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두 질환 모두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폐페스트는 적절한 치료가 지연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 폐렴 역시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는 심각한 질환이 될 수 있어 증상의 심한 정도만으로 두 질환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
폐페스트를 의심할 때는 증상과 함께 감염 위험지역 방문 여부, 의심환자와의 접촉, 감염 동물이나 벼룩에 노출됐을 가능성 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에는 혈액이나 가래 등 적절한 검체를 이용한 병원체 검사가 필요하다. 의료진이 폐페스트를 의심하는 경우에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항생제 치료를 지연해서는 안 된다.
WHO와 CDC는 폐페스트가 빠르게 악화할 수 있지만 조기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국내 페스트 발생 이력 없어…입국자 감시와 격리치료 준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질병 개요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페스트 환자나 페스트균에 감염된 설치류가 발견된 적이 없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러시아 사례를 계기로 국내 유입에 대비한 검역과 감시, 진단, 역학조사, 환자 및 접촉자 관리체계를 점검했다.
우선 러시아 방문·체류 이력이 있는 입국자 가운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을 중심으로 감시를 강화한다.
의사환자가 발생하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즉시 이송해 격리치료를 실시하고, 접촉자에 대해서도 관련 지침에 따라 조사와 관리를 진행할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은 치료에 필요한 항생제 등을 시중 유통물량 외에 비축물량으로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가 이번 사건으로 검역관리지역에 지정된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은 향후 위험도가 높아질 경우 러시아를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추가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WHO와 해외 보건당국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국내 위험평가와 방역 대응을 조정할 방침이다.
위험지역 방문 후 발열·호흡기 증상 나타나면 1339 문의
질병관리청은 페스트 위험지역을 방문한 뒤 입국 후 7일 이내에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질병관리청 콜센터 1339 또는 관할 보건소에 문의해 안내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위험지역 방문이나 의심환자 접촉 이력이 있으면서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이 발생했다면 이러한 노출 이력을 알리고 신속하게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페스트 발생 위험지역에서 야생 설치류나 감염이 의심되는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벼룩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폐페스트 의심환자와의 밀접한 접촉도 피해야 한다.
다만 일반적인 기침이나 발열 증상이 있다고 해서 폐페스트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폐페스트는 감염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나 환자와의 접촉 이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질환이다.
현재까지 러시아 사망자의 폐페스트 감염은 확인되지 않았고, 국내 종합위험도도 낮게 평가됐다.
질병관리청은 해외 발생 동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면서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할 계획이다.
해외 감염병에 대한 대응에서는 확인된 사실과 불확실한 정보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지역 방문이나 접촉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방역당국의 안내에 따라 신속하게 상담과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