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세 이상 인터넷 이용률 55.3%…온라인 공개만으로 권리 보장 어려워
- 전화 미응답·정보 오류로 복지 발굴에서 빠지지 않도록 우편·방문 확인 필요
인공지능(AI)이 단전과 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여러 정보를 분석하면 도움이 필요한 가구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정보가 오래됐거나 실제 생활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조사 대상에서 빠지거나 위기가 큰 것으로 잘못 분류될 수도 있다.
AI가 복지대상자 선정이나 급여 판단에 활용된다면 당사자는 AI가 개입했다는 사실과 판단에 사용된 주요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온라인뿐 아니라 전화와 우편, 주민센터 방문을 통해 설명을 듣고 사람에게 다시 판단받을 수 있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10월 1일 공공기관의 AI 도입과 활용에 적용할 ‘공공부문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최종 확정했다.
복지대상자 선정처럼 국민의 권리와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업무에 AI를 사용할 경우 책임 주체를 정하고, 사람의 검토·개입과 사후관리·피해구제 체계를 마련하도록 했다.
다만 이번 윤리기준만으로 개별 복지사업의 통지와 이의신청 절차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칙이 실제 복지 현장에서 고령자도 이용할 수 있는 구제절차로 구현되는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2025년 초안 거쳐 윤리기준 최종 확정
행정안전부는 2025년 11월 마련한 초안에 대해 관계기관과 학계 전문가의 검토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번 윤리기준을 확정했다.
윤리기준은 행정 혁신과 국민 신뢰 구축을 목표로 ▲공공성 ▲형평성 ▲투명성 ▲책임성 ▲안전성 ▲프라이버시 보호를 6대 핵심가치로 제시했다. 공공기관이 AI 서비스의 기획과 운영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68개 세부 점검 항목도 마련했다.
AI 활용 수준은 적용·응용·융합의 3단계로 구분했다. 기초적인 활용은 ‘적용’, 행정 의사결정을 지원하면 ‘응용’, 자율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하면 ‘융합’ 단계에 해당한다.
특히 복지대상자 선정과 인허가, 위험 예측처럼 국민의 권리와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업무에서는 책임성 기준이 중요하다. 윤리기준은 AI가 행정 판단에 사용되더라도 최종 책임과 통제는 사람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AI 서비스의 기획부터 제공까지 단계별 책임 주체를 정하고, AI 판단을 사람이 검토하고 개입할 수 있는 감독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오류가 발생했을 때 조사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사후관리와 피해구제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행정안전부는 공공부문 종사자 교육을 운영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윤리 문제를 점검 항목에 반영할 계획이다. 다만 교육의 구체적인 시작일과 기관별 적용 일정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AI 복지상담은 ‘대상자 선정’ 아닌 초기 접촉 지원
정부는 이미 복지 사각지대 발굴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단전·단수와 건강보험료 체납 등 위기정보를 분석해 조사 대상 가구를 찾는다. 2024년 11월부터는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AI 전화를 이용한 위기가구 초기상담을 시행하고 있다.
AI가 시스템에 등록된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도움이 필요한지와 상담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하면 지방정부 복지 담당자가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조사와 복지서비스 연계를 진행한다. 시범운영 당시에는 중앙에서 발굴한 20만1323명 가운데 10만2374명에게 AI 초기상담이 적용됐다.
현재 운영되는 AI 초기상담을 AI가 복지급여 수급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확인된 역할은 위기가구와의 초기 접촉을 지원하는 것이다. 실제 지원 필요성을 확인하고 상담과 신청, 서비스 연계를 진행하는 과정에는 지방정부 복지 담당자가 참여한다.
정부는 위기정보의 종류와 품질을 개선하고 AI 예측모형을 고도화해 위기가구 발굴의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지방정부 복지 공무원이 현장에서 대상자 정보를 확인하고 상담 기록과 요금 감면 신청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모바일 행복이음’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AI의 활용 범위가 확대될수록 찾아낸 사람뿐 아니라 분석에서 누락된 사람을 확인하는 장치도 중요해진다. 위기가구 발굴 대상에서 빠진 사람은 자신이 분석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AI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지원 필요성 낮게 봐선 안 돼
AI 초기상담은 복지 담당자의 반복적인 전화 업무를 줄이고 더 많은 대상자와 접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화 연결 여부와 응답 내용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새로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고령자는 낯선 번호를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해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청력 저하로 자동음성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거나 스마트폰 이용이 익숙하지 않아 전화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인지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질문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거나 답변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지원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AI 상담 결과는 위기가구 여부를 확정하는 자료가 아니라 사람이 추가로 확인해야 할 신호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연락이 되지 않으면 전화 재시도에 그치지 않고 문자와 우편, 주민센터 또는 복지 담당자의 현장 확인 등 다른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통화가 연결됐을 때도 상대방이 AI라는 사실과 연락한 기관, 상담 목적, 담당 공무원이 다시 연락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보이스피싱을 우려해 통화를 중단하더라도 해당 지방정부의 대표번호나 주민센터를 통해 공식 연락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히 자동화된 결정에는 설명·검토 요구 가능
개인정보 보호법은 AI를 포함한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이 개인정보를 처리해 내린 결정에 대해 정보주체가 일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동화된 결정이 개인의 권리나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면 해당 결정을 거부할 수 있다. 결정의 기준과 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사람에 의한 검토도 요구할 수 있다.
요구를 받은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자동화된 결정을 적용하지 않거나 사람이 다시 처리하고 설명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해당 기관은 자동화된 결정이 이뤄진다는 사실과 목적, 대상, 사용되는 주요 개인정보, 판단 과정, 거부·설명·검토 요구 방법을 정보주체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다만 AI가 사용됐다고 모든 경우에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자동화된 결정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완전히 자동화된 결정’을 말한다. AI가 참고자료를 만들고 공무원이 실질적으로 검토해 판단했다면 해당 조항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정보주체가 사전에 명확하게 동의했거나 계약 이행 또는 법률 규정에 따라 자동화된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거부권이 제한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결정에 대한 설명과 사람의 검토는 요구할 수 있다.
법률에 근거해 행정청이 내리는 자동적 처분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자동화된 결정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행정기본법은 법률로 정하는 경우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행정에 AI가 도입되면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권리뿐 아니라 개별 복지법령의 결정 통지와 이의신청, 행정심판 등 기존 구제절차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함께 안내해야 한다.
복지급여 처분은 90일 이내 이의신청 가능
사회보장급여법에 따른 처분에 이의가 있는 수급권자 등은 처분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처분을 결정한 보장기관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보장기관은 이의신청 결과와 이유 등을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복지급여 신청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오거나 급여가 변경·중지됐다면 결정통지서에 기재된 사유와 이의신청 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소득과 재산, 가구원, 건강 상태 등의 정보가 사실과 다르다면 관련 자료를 제출해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AI가 위기가구 발굴 후보를 추리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은 복지급여 신청에 대한 공식적인 거부처분과 다르다.
당사자는 자신이 후보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통지받지 못할 수 있고, 처분을 전제로 한 이의신청 절차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AI가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는 공식 처분을 내리지 않았더라도 분석 결과가 담당자의 연락과 현장조사 여부에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다. 발굴 단계에서 누락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한 정기적인 표본점검과 별도의 신고·상담 경로가 필요한 이유다.
온라인 공개만으로는 고령자의 권리 보장 어려워
국가데이터처의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인터넷 이용률은 79.2%였다. 하지만 65∼69세는 95.0%인 반면 80세 이상은 55.3%로 연령에 따른 격차가 컸다.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복지 결정의 근거를 찾아 읽고 온라인에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병원 예약이나 금융거래, 본인인증, 서류 첨부 등 구체적인 디지털 업무를 혼자 수행하는 능력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AI 활용 사실과 권리행사 방법을 기관 누리집이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만 공개하면 디지털 이용이 어려운 고령자는 자신의 권리를 알기 어렵다. 안내를 받더라도 ‘자동화된 결정’, ‘처리 기준’, ‘정보주체’ 같은 법률·기술 용어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고령자의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가 필요하다.
▲ 복지 판단의 어느 단계에서 AI가 사용됐는지 쉬운 말로 통지
▲ 판단에 이용된 주요 정보와 결정 이유 안내
▲ 사실과 다른 정보를 바로잡을 담당 부서와 전화번호 명시
▲ 전화·우편·주민센터 방문을 통한 설명 및 이의신청 허용
▲ 큰 글씨와 음성 안내 등 연령과 장애를 고려한 전달 방식 제공
▲ 본인이 원하면 가족이나 정당한 대리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 AI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때 담당자가 직접 재검토하는 절차 마련
이의신청서를 온라인으로만 제출하게 하거나 복잡한 본인인증과 서류 첨부를 요구하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도 실제로는 행사하기 어렵다. 오프라인 절차는 온라인 이용이 불편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편의가 아니라 권리구제를 위한 기본 통로로 봐야 한다.
판단에 사용한 정보를 설명할 수 있어야
복지 AI의 결과는 입력된 정보의 범위와 정확성, 갱신 시점과 분석 기준에 영향을 받는다.
공과금 체납이 없다고 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대신 요금을 내거나 빚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 실제 거주자와 공과금 명의가 다른 경우에는 공공데이터만으로 위기를 파악하기 어렵다.
반대로 일시적인 체납이나 오래된 기록 때문에 현재도 위기가 큰 것으로 분류될 수 있다. 세대 분리와 동거, 가족관계 단절, 비정형 근로처럼 행정정보에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 상황도 있다.
공공기관은 AI가 어떤 정보를 중요하게 봤는지, 해당 정보가 언제 갱신됐는지, 오류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세부 알고리즘 전체를 공개하기 어렵더라도 판단에 영향을 미친 주요 정보와 사람에게 재검토를 요구하는 방법은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야 한다.
연령과 성별, 장애 여부, 가구 형태, 지역에 따라 특정 집단이 반복적으로 누락되거나 과도하게 분류되지 않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전체 정확도가 높더라도 1인가구나 후기고령층 등 지원 필요성이 큰 집단에서 오류가 집중된다면 복지행정의 형평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최종 결정과 책임은 사람에게 남겨야
복지 분야에서 AI의 우선적인 역할은 공무원을 대신해 권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위험 신호를 더 빨리 발견하도록 돕는 데 있어야 한다.
복지급여의 거부와 감액·중지처럼 생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결정은 담당자가 원자료와 당사자의 설명을 확인한 뒤 내려야 한다. 공무원이 AI의 추천 결과를 그대로 승인하는 형식적인 검토는 실질적인 사람의 감독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류가 발생했을 때 담당 공무원과 소속 기관, 시스템 개발·운영기관 가운데 누가 조사하고 바로잡을지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 AI 판단 과정과 담당자의 검토 내용을 기록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부문 AI 윤리기준이 실제 신뢰로 이어지는지는 68개 점검 항목을 갖췄는지가 아니라 잘못된 판단을 받은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이유를 이해하고, 어렵지 않게 사람에게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AI가 디지털 이용이 어려운 고령자를 또 다른 사각지대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당사자에게 설명하고 이의를 듣는 절차를 갖추는 것이 공공 AI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