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연금 수급자 90.4%가 여성…배우자 연금에 의존하는 노후 구조
- 저연금 고령 여성 지원하고 돌봄 공백·보험료 부담 함께 줄여야
국민연금을 받는 여성은 늘고 있지만 실제 수령액은 여전히 남성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기간을 나중에 채우는 추후납부를 통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여성도 증가했지만, 출산·육아·가족돌봄으로 짧아진 가입기간과 낮은 임금이 노후 연금액에 반영되고 있다.
성별 연금 격차를 줄이려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노년에 접어든 저연금 여성의 소득을 보완하는 대책과 함께, 현재 일하는 세대가 출산·돌봄이나 저소득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과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를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다음 세대의 노후에도 반복될 수 있다.

여성 노령연금 36만원, 남성은 69만8000원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남성의 노령연금 평균 수급액은 월 69만8083원, 여성은 36만167원이었다. 여성의 평균액은 남성의 51.6% 수준이다.
2024년에도 남성의 노령연금 평균액은 월 65만1750원, 여성은 33만9917원으로 여성의 평균액이 남성의 52.2%에 머물렀다. 남녀 모두 연금액은 증가했지만 비율로 본 성별 격차는 거의 좁혀지지 않았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이 지급개시연령에 도달하면 받을 수 있다.
연금액은 보험료를 낸 기간과 가입 중 소득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가입기간이 짧거나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소득이 낮으면 노후에 받는 연금도 적어진다.
이번 수치는 국민연금 노령연금의 성별 평균액이다.
개인별 연금액은 가입기간과 소득, 수급 시점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모든 여성과 남성에게 같은 차이가 발생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2년 연속 여성 평균액이 남성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점은 경제활동 과정에서 생긴 격차가 노후소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연금에서도 확인되는 성별 격차
국민연금뿐 아니라 여러 연금을 포괄한 국가 통계에서도 성별 차이가 나타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3년 연금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남성 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급액은 90만1000원, 여성은 51만7000원이었다. 여성의 수급률은 87.4%로 남성의 95.4%보다 낮았다.
국가데이터처 연금통계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과 직역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포함한다. 서미화 의원실이 공개한 국민연금 노령연금 자료와 조사 범위가 달라 금액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통계에서 여성의 연금 수급액이 남성보다 낮게 나타난다는 점은 성별 노후소득 격차가 국민연금 한 종류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추후납부로 수급권 확보했지만 낮은 연금액은 남아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기간을 나중에 납부하는 추후납부는 여성의 연금 수급권을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 추후납부 신청자는 여성 14만4089명, 남성 7만4142명이었다. 전체 신청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66.0%였다.
추후납부를 통해 가입기간 120개월을 채워 새롭게 노령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사람은 여성 3만5575명, 남성 1만784명이었다. 새로 수급권을 얻은 사람 가운데 여성이 76.7%를 차지했다.
추후납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이력이 있는 사람이 실직이나 사업 중단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기간, 일부 적용 제외 기간 등을 나중에 납부해 가입기간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추후납부가 가능한 기간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으며 최대 119개월까지 납부할 수 있다.
다만 추후납부가 성별 연금 격차를 해결하는 완전한 대책은 아니다. 추후납부로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면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전체 가입기간이 짧으면 수령액도 낮을 수 있다.
경제적 부담도 있다. 추후납부 보험료는 과거에 소득이 없었던 당시의 상황이 아니라 신청 시점의 연금보험료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사람은 추후납부가 가능한 기간이 있어도 목돈 부담 때문에 신청하지 못하거나 일부 기간만 납부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의 높은 추후납부 이용률은 수급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의미와 함께, 과거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가입 공백이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현실도 보여준다.
유족연금 수급자 10명 중 9명은 여성
유족연금에서도 성별 차이는 뚜렷했다. 2025년 유족연금 수급자 가운데 여성은 90.4%, 남성은 9.6%였다.
유족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나 연금 수급자가 사망했을 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유족에게 지급한다. 사망자의 가입기간 등에 따라 기본연금액의 40~60%가 적용되기 때문에 본인의 장기 가입으로 받는 노령연금보다 적을 수 있다.
2025년 여성의 유족연금 평균 수급액은 월 30만3167원이었다. 같은 해 여성 노령연금 평균액인 36만167원보다도 적었다.
다만 ‘유족연금 수급자의 90.4%가 여성’이라는 수치를 ‘연금을 받는 여성 대부분이 유족연금 수급자’라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전자는 유족연금 수급자 내부의 성별 구성이고, 후자는 전체 여성 연금 수급자 가운데 유족연금 수급자가 차지하는 비율이어서 서로 다른 지표다.
여성의 연금액이 낮은 이유를 유족연금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
본인 명의로 받는 여성 노령연금 자체가 남성 평균액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독립적인 노령연금 수급권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배우자 사망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금액이 낮은 유족연금에 의존하는 구조가 겹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출산·육아·돌봄으로 끊긴 경력이 연금에 반영
국민연금은 일하는 동안 낸 보험료와 가입기간을 기초로 연금액을 산정한다. 노동시장에서 발생한 성별 격차가 오랜 기간 누적되면 은퇴 이후의 연금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서는 15~54세 기혼여성 가운데 경력단절여성이 12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일을 그만둔 사유는 육아 41.1%, 결혼 24.9%, 임신·출산 24.4%, 가족돌봄 4.8%, 자녀교육 4.7% 순이었다.
경력단절 기간이 10년 이상인 여성도 전체 경력단절여성의 41.2%를 차지했다.
이 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못하면 가입기간이 줄어든다. 이후 노동시장에 복귀하더라도 단시간·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에 종사하면 가입 중 소득이 낮아져 연금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출산과 양육에 따른 경력단절, 저임금·비정규직 등 불안정 고용,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성별 연금 격차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했다. 여성에게 집중된 무급 돌봄 부담이 가입기간과 소득을 줄이고, 이 차이가 노후 연금액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성별 연금 격차를 연금 지급 단계에서만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돌봄 환경과 사회보험 가입이 보장되는 일자리, 성별 임금 격차 해소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출산크레딧 확대됐지만 가족돌봄 공백은 남아
2026년부터 출산크레딧은 첫째 자녀부터 국민연금 가입기간 12개월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기존에는 둘째 자녀부터 12개월, 셋째 자녀부터 18개월씩 최대 50개월을 인정했다. 개편된 제도는 첫째와 둘째 자녀에 각각 12개월, 셋째 자녀부터 18개월을 인정하고 전체 인정기간 상한을 없앴다.
출산크레딧은 자녀 출산에 따른 사회적 기여를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출산 이후 실제로 발생하는 장기간의 육아 공백이나 부모·배우자 간병 등 가족돌봄 기간까지 충분히 보완하는 제도는 아니다.
출산 여부뿐 아니라 무급 돌봄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을 어떻게 보완할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돌봄크레딧을 도입하거나 가입기간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돌봄크레딧은 아직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국민연금 제도가 아니다. 인정할 돌봄의 범위와 기간, 가족 구성원 사이의 적용 기준, 필요한 재원 등을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
보험료를 ‘나중에 내는 대책’만으로는 부족
성별 연금 격차를 줄이려면 추후납부를 활성화하는 것보다 보험료 납부가 중단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 1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하는 월 근로소득 270만원 미만 신규가입자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을 통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보험료의 80%를 지원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이력이 있는 구직급여 수급자가 신청하면 구직급여를 받는 기간 중 최대 12개월 동안 보험료의 75%를 지원하는 실업크레딧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단시간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플랫폼 종사자,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사람은 기존 지원요건에서 벗어나거나 보험료 납부를 계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경력단절 뒤 저임금 일자리로 복귀한 여성도 보험료 부담 때문에 납부예외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보험료 지원 대상을 사업장 규모나 신규가입 여부에만 두기보다 실제 소득과 납부 능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입이 끊어진 뒤 개인이 목돈을 마련해 추후납부하도록 하기보다 소득이 줄거나 경력이 중단된 시점에 보험료 지원을 연결하는 편이 가입기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고령 여성과 미래 가입자 대책 달라야
성별 연금 격차 대책은 이미 노년에 접어든 세대와 현재 보험료를 내는 세대를 나눠 설계할 필요가 있다.
▲ 저연금 고령 여성의 소득 하한 보장
현재 고령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국민연금이 충분히 정착하기 전에 경제활동을 했거나 가입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들에게는 가입기간을 뒤늦게 늘리는 대책보다 기초연금과 유족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 등 현행 제도가 실제 생활비를 어느 정도 보완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유족연금의 급여 수준과 중복급여 조정 방식도 배우자 사망 뒤 소득이 급격히 줄지 않도록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유족연금 강화만으로 접근하면 여성의 노후가 계속 배우자의 가입 이력에 의존할 수 있으므로, 독립적인 노령연금 수급권을 강화하는 대책과 병행해야 한다.
▲ 출산·육아·돌봄에 따른 가입 공백 보완
출산크레딧 확대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의 육아와 가족 간병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출산크레딧이 실제로 누구의 가입기간에 반영됐고 연금액을 얼마나 높였는지 성별·소득별로 공개할 필요도 있다. 제도를 확대하는 것과 실제 저연금 문제를 줄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저소득·불안정 노동자의 납부 지속 지원
보험료 지원을 확대해 납부예외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추후납부 분할납부를 이용하기 쉽게 하고, 저소득 가입자가 수급권 확보를 앞두고 보험료 부담 때문에 포기하지 않도록 상담과 지원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크레딧 확대와 함께 최소 가입기간 단축을 성별 연금 격차 완화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최소 가입기간을 현행 10년보다 줄이는 방안은 정부의 확정 정책이 아니며, 연금 재정과 급여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 노동시장 격차의 근본적 개선
국민연금 제도만 손봐서는 성별 연금 격차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돌봄서비스와 육아휴직의 실효성을 높이고, 경력단절 뒤에도 안정적인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시간·비정규직 등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국민연금 가입이 보장되는지도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 같은 기간 일하더라도 여성의 소득이 낮으면 그 차이가 보험료와 연금액에 다시 반영되기 때문에 성별 임금 격차 개선도 연금정책의 전제가 된다.
▲ 수급자 수보다 실제 연금액을 평가
여성 수급자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성별 격차가 개선됐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성별 수급률과 평균액뿐 아니라 가입기간, 보험료 납부 공백, 저연금 수급자 비율, 크레딧 이용 실적, 추후납부 부담액 등을 일관된 기준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도별 통계의 대상과 집계 기준이 달라지면 격차가 실제로 줄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비교 가능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연금제도와 노동·돌봄정책 함께 바꿔야
성별 연금 격차는 노년기에 갑자기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쉬었던 기간, 가족을 무급으로 돌본 시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가 수십 년간 누적된 결과다.
종합적인 대책도 세 단계로 추진돼야 한다.
먼저 이미 노년에 접어든 저연금 여성에게는 기초연금과 유족연금, 기초생활보장을 연계해 최소한의 생활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 보험료를 내는 세대에는 출산·육아·가족돌봄 기간의 가입 공백을 줄이고, 저소득 상태에서도 납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보험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돌봄 부담의 성별 편중과 임금·고용 격차를 줄여 여성의 독립적인 연금 수급 기반을 넓혀야 한다.
추후납부로 연금을 받을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출발점이다. 정책의 최종 목표는 여성 수급자 수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노후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연금을 본인 명의로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