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를 두고 가톨릭교회 수장과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정면으로 맞섰다. 레오 14세 교황은 9월 28일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AI 전문가들의 우려를 가짜 뉴스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발언은 불과 일주일 전 유엔 연단에서 AI 위험론을 '사기극'이라고 한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은 공포에 빠져 있지 않다고 밝힌 교황은 "눈을 감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출신 첫 교황의 이 발언은 AI를 둘러싼 논쟁이 기술 정책을 넘어 윤리의 문제로 번졌음을 보여 준다.
유엔 연단에서 나온 '사기극'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유엔총회 연설에서 AI가 인류에게 위험하다는 우려를 '사기극'이라고 일축했다.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거리를 두었다. 레오 14세 교황의 입장은 이와 반대이다. 교황은 올해 5월 발표한 첫 회칙에서 AI 규제를 강화하고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 순방 중이던 9월 25일에는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AI 시대의 과제를 주제로 연설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에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을 두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로마행 기내에서 나온 반박
나흘간의 순방을 마친 교황은 메스에서 로마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 질문에 답했다. 교황은 일부 사람들이 AI 경고를 금전적 이익이나 다른 이득을 노린 주장으로 몰아간다고 지적하고, 이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교황은 AI 전문가들이 제기한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밤에 잠은 잘 잔다"
교황은 자신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으며 밤에도 편히 잔다고 말했다. 다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외면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고 했다. 교황은 엔비디아가 AI 모델에 안전장치를 넣는 방안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언급했다. 동시에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AI 규제에는 반대해 왔다는 점도 짚었다. 교황은 정치 지도자와 AI 기업 경영진, 시민사회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지금 벌어지는 일과 앞으로 닥칠 일을 따져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같은 주, 다른 테이블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9일 백악관에서 젠슨 황, 마크 저커버그 등 기술 기업 수장들과 AI를 주제로 만나는 일정을 잡았다. 교황은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AI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에 누가 앉느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