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하루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한 장면이 된다.
그래서 가끔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루를 온전히 내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혼 9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하루 월차를 사용했다. 요즘은 잦은 야근으로 퇴근이 늦어지는 날이 많았다. 퇴근 후에도 블로그와 칼럼 등 다양한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글을 쓰는 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는 시간.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이번만큼은 잠시 내려놓고 싶었다. 온전히 가족과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아내와 어디를 갈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가 선택한 곳은 에버랜드였다. 우리 가족의 두 번째 에버랜드 방문이었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에버랜드
우리 가족이 처음 에버랜드를 찾았던 것은 3년 전 아내의 생일이었다. 당시는 8월 초 한창 휴가철이었다. 많은 사람이 몰렸고 뜨거운 햇볕까지 더해졌다.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았던 기억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더위에 지쳤던 기억도 꽤 크게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시기를 선택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중순. 휴가철 인파도 조금은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예상은 맞았다. 오전 11시쯤 에버랜드에 도착했을 때 날씨는 좋았고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때부터 우리 세 식구의 긴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그냥 마음껏 놀아보자
아내와 아들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을 돌아다녔다. 함께 놀이기구를 타고, 맛있는 점심과 저녁을 먹고, 곳곳의 풍경을 구경했다. 아내와 아들은 다양한 동물을 만나러 다녔고, 나는 때마침 진행되고 있던 좀비 이벤트를 즐기며 또 다른 재미를 느꼈다. 평소에는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일이 많다. 출근 시간이 있고, 퇴근 시간이 있고, 해야 할 업무가 있다. 집에 돌아오면 다시 써야 할 글과 하고 싶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그런 생각을 잠시 내려놓았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보다 지금 가족과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하나둘 불빛이 켜졌고 낮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3년 전 처음 이곳을 찾았던 날이 떠올랐다.
네 살이었던 아이가 일곱 살이 되었다
3년 전 아들은 네 살이었다. 키가 작아 탈 수 있는 놀이기구도 많지 않았다. 아직 어린 나이라 오랫동안 돌아다니며 놀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세 해가 흘렀다. 일곱 살이 된 아들은 키도 훌쩍 컸고 이전보다 훨씬 많은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새삼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함께 지내다 보면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어제와 오늘이 비슷해 보이고, 하루의 변화는 아주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전 같은 장소에 있던 모습을 떠올리면 그 차이가 선명하게 보인다. 네 살이었던 아이가 일곱 살이 되어 내 옆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세 살을 더 먹었고 아내 역시 세 해의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장소는 그대로인데 우리 가족에게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아빠, 한 번만 더 타자”
아들은 처음부터 놀이기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평소에도 새로운 것을 만나면 천천히 마음을 여는 편이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망설이고, 주변을 살핀다. 그러다 익숙해지고 마음이 열리면 그때부터 제대로 즐기기 시작한다. 이날도 그랬다. 처음에는 조금 조심스럽던 아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놀이기구의 재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에 갈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완전히 마음의 문을 열어버렸다.
“아빠, 한 번만 더 타자.”
한 번이 두 번이 되었다. 두 번이 세 번이 되었다. 조금 전에 탔던 놀이기구를 다시 타겠다고 줄을 섰고, 재미있었던 것은 또 타자고 했다. 덕분에 나와 아내도 같은 놀이기구를 몇 번씩 반복해서 타야 했다. 오전부터 계속 걸어 다녔으니 몸은 조금씩 지쳐갔다. 그런데 싫지 않았다. 놀이기구를 타며 활짝 웃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웃게 되었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오늘은 마음껏 놀자.’
아이가 원하는 만큼 함께해주고 싶었던 날
언제 다시 이렇게 하루 종일 함께 놀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은 아빠와 엄마에게 “한 번만 더 타자”고 말하지만 몇 년 뒤에는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가는 것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아빠의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지금의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피곤한 것은 아무렇지 않았다. 아이가 한 번 더 타자고 하면 함께 줄을 섰다. 조금 전 탔던 놀이기구라도 다시 탔다.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아내가 웃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오전 11시에 시작된 우리의 에버랜드 나들이는 오후 9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10시간이 넘는 시간이었다. 휴대폰 보조배터리에 문제가 생겨 한동안 휴대폰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예상 밖의 일도 있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참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날씨도 좋았다. 사람도 많지 않았다. 타고 싶었던 놀이기구도 마음껏 탔다. 맛있는 음식도 먹었고 멋진 풍경과 야경도 보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따로 있었다. 우리 세 식구가 하루를 온전히 함께 보냈다는 것이었다.
가족에게 하루를 온전히 내어준다는 것
평소 나는 일을 한다.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쓴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칼럼을 쓰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준비한다. 그 시간도 내게는 중요하다. 꿈을 이루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나들이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것만큼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족에게 하루를 온전히 내어주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해야 해서가 아니다. 그저 함께 있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 같이 밥을 먹고, 같이 걷고, 같은 놀이기구를 타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시간. 그런 하루도 내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저 함께여서 좋았다
그저 좋았다. 아내와 함께여서 좋았다. 아들과 함께 웃어서 좋았다. 우리 세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꼭 대단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가 놀이기구를 한 번 더 타자고 조르던 일. 함께 음식을 먹던 일. 놀이공원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일. 어두워진 뒤 불빛이 가득한 풍경을 함께 바라보던 일. 그날에는 그저 평범한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오히려 그런 장면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행복은 언제나 특별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낸 평범한 하루 안에도 충분히 머물러 있었다.
다음에 다시 찾게 된다면
3년 전에는 네 살 아들과 에버랜드를 찾았다. 이번에는 일곱 살 아들과 다시 이곳에 왔다. 언젠가 또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 가족이 이곳을 다시 찾게 될 수도 있다. 그때의 아들은 또 얼마나 자라 있을까. 지금처럼 내 손을 잡고 다닐까. 놀이기구를 타고 내려와 “한 번만 더”를 외칠까. 아니면 어느새 아빠보다 훨씬 앞서 걸어가고 있을까. 알 수 없다. 다만 그날이 온다면 나는 오늘을 떠올릴 것 같다.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놀이기구를 한 번만 더 타겠다며 신나 하던 일곱 살 아들의 모습. 그 옆에서 함께 웃고 있던 아내의 모습. 그리고 두 사람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던 나의 모습까지. 그래서 오늘의 기억을 글로 남긴다. 시간이 지나 조금씩 흐릿해질 장면을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함께 생각해볼 질문
바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자꾸 다음으로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내 가족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
지금은 평범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리워질 것 같은 가족의 모습은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루를 온전히 내어준 것이 언제였는가.
결국 행복은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결혼 9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하루 월차를 사용했다. 처음에는 그저 가족과 함께 놀러 가고 싶었다. 야근도 많았고 글을 쓰느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아 하루만큼은 온전히 함께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에버랜드였다. 좋은 날씨 속에서 놀이기구를 탔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동물을 보고, 좀비 이벤트를 즐기고, 밤이 되자 화려한 야경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하루가 끝나고 돌아보니 가장 좋았던 것은 에버랜드 자체가 아니었다. 아내와 아들이 함께 있었다는 것. 세 사람이 같은 하루를 보냈다는 것. 그것이 가장 좋았다. 나는 앞으로도 일을 할 것이다. 야근하는 날도 있을 것이고, 퇴근 후 다시 책상에 앉아 글을 쓸 것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꿈을 이루는 시간만큼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아들은 계속 자란다. 우리 부부도 함께 나이를 먹는다. 오늘의 우리 가족은 오늘밖에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글은 무언가를 크게 배우기 위해 남기는 기록이라기보다 행복했던 하루를 오래 기억하기 위해 남겨두고 싶다.
2026년 9월, 우리 가족의 두 번째 에버랜드.
환상의 나라에서 보낸 하루는 우리 가족에게 오래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세 번째 에버랜드를 찾게 되는 날, 오늘의 글을 다시 꺼내 읽으며 웃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때 너는 놀이기구를 한 번만 더 타자고 그렇게 졸랐었는데.”
그 말을 하며 다시 한번 지금의 일곱 살 아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