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도시교통공사가 29일 진행한 인권교육에서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고령 이용자 응대, 폭언 민원에 노출된 직원 보호 등 공공교통 현장에서 마주하는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번 교육의 초점은 인권을 선언이나 구호에 머물게 하지 않고 정류장과 차량, 민원 접점, 사무실에서 실제로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가에 맞춰졌다. 시민의 권리와 직원의 인권을 서로 대립하는 문제로 보기보다 공공서비스 과정에서 함께 지켜야 할 기준으로 살펴본 것이다.
교육을 맡은 김범일 법정교육연구소 대표는 “인권은 좋은 말이 아니라 일하는 기준”이라며 “교통은 사람을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일하고 배우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공공서비스”라고 강조했다.
휠체어 승차가 늦어지면 누구의 문제인가
출근 시간대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 승강용 경사판을 이용하는 상황은 현장에서 인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승차에 시간이 걸리고 다른 승객의 불만이나 운행시간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휠체어 이용자나 운전원 개인이 감수해야 할 문제로만 보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경사판 사용과 승객 안내, 장비 점검, 정차 환경, 운행 지연에 대한 대응 등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절차를 조직이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교육에서는 “사람을 빨리 이동시키는 것만이 서비스의 전부가 아니라 누구도 미안해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살펴봤다.
“아까 설명드렸잖아요”…말 한마디에도 이용자의 권리가 있다
고령 이용자가 노선이나 환승 방법을 반복해서 묻는 상황도 현장 사례로 다뤄졌다.
같은 질문이 되풀이될 때 “아까 설명드렸잖아요”라고 반응하기보다 “제가 다시 짧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안내하는 방식이다.
반복 질문의 원인은 이용자의 능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빠른 설명, 복잡한 안내 방식, 주변 소음처럼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경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권친화적인 서비스는 무조건 친절하라는 요구와는 다르다. 필요한 정보를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존엄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시민의 권리와 직원의 인권, 어느 한쪽만 지킬 수 없다
민원 현장에서 폭언과 인격 모독을 경험하는 직원의 인권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한 설명이나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민원 제기와 반복적인 폭언·협박·인격 모독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교육에서는 이를 “민원은 응대하되, 폭언은 관리한다”는 기준으로 정리했다.
업무상 필요한 사과와 설명은 하되 인격을 침해하는 언행에는 중단을 요청하고, 상황이 계속될 경우 직원 개인의 인내에 맡기지 않고 관리자와 조직의 대응 절차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민에게 안전한 이동과 정확한 안내, 차별 없는 서비스가 필요하듯 직원에게도 안전하게 일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원래 이렇게 해왔다”는 관행도 다시 묻는다
오랫동안 반복돼 익숙해진 업무 방식이라고 해서 모두 인권친화적인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절차가 장애인이나 고령자, 정보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속적인 장벽이 될 수 있다.
교육에서는 인권감수성을 거창한 개념보다 **“그 사람의 자리에서 이 절차를 다시 보는 것”**으로 설명했다. 누가 더 오래 기다리는지, 누구에게 설명이 더 어려운지, 직원 보호가 개인의 성격이나 참을성에 맡겨져 있지는 않은지를 질문하는 방식이다.
관리자에게는 현장의 어려움을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고 대응 기준과 절차를 만드는 역할이 강조됐다. 직원들에게는 민원이나 갈등 상황에서 요구를 정확히 확인하고, 가능한 절차를 설명하며, 폭언에는 중단을 요구하고,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조직의 절차로 연결하는 ‘확인·설명·중단·연결’의 기준이 제시됐다.
공공교통에서 인권은 별도의 업무가 아니다. 정류장에서 건네는 안내 한마디와 교통약자의 승차 절차, 민원인을 대하는 방식, 폭언을 당한 직원을 보호하는 기준 속에서 매일 확인된다.
결국 현장에서 남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가 익숙하게 해오던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고 있지 않은가.” 이 질문을 개인의 친절에만 맡기지 않고 실제 업무 절차와 조직문화로 연결하는 것이 인권경영의 다음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