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기념일은 특별한 하루를 기념하는 날이지만,
돌아보면 부부의 시간을 만들어온 것은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온 수많은 평범한 날들이었다.
9번째 결혼기념일 / 김기천
아홉 해 전,
우리는 둘이었다.
서로의 손을 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걷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하루가 쌓여
한 해가 되고,
한 해가 쌓여
어느덧 아홉 해가 되었다.
그 사이
둘이었던 우리에게
작은 한 사람이 찾아왔고,
둘의 사랑은
세 사람의 삶이 되었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의 웃음에 같이 웃는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평범한 하루.
돌아보니
그 평범한 날들이 모여
우리의 아홉 해가 되었다.
웃었던 날도,
서운했던 날도,
결국 우리는
같은 집으로 돌아와
서로의 곁에 있었다.
아홉 해 동안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나와 함께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아줘서 고마워.
이제 다시
열 번째 시간을 향해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아이.
우리 셋의 이야기를
천천히 써 내려가자.
아홉 해 전, 우리는 둘이었다
2026년 9월 23일. 아내와 결혼한 지 어느덧 9년이 되었다. 아홉 해 전 우리는 둘이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했고, 결혼이라는 약속을 했다. 그날의 우리는 앞으로 펼쳐질 아홉 해를 얼마나 상상할 수 있었을까. 어떤 일이 생길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알지 못했다. 그저 서로의 손을 잡고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기로 약속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약속 이후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한 해가 되고, 그렇게 시간이 쌓여 어느덧 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했다.
둘의 사랑이 세 사람의 삶이 되었다
결혼했을 때 우리는 두 사람이었다. 그러다 우리에게 아이가 찾아왔다. 둘이었던 가족은 셋이 되었다. 부부였던 우리는 아빠와 엄마라는 새로운 이름도 갖게 되었다. 두 사람만 바라보던 삶에 한 사람이 더 들어오면서 우리의 일상도 많이 달라졌다. 아이의 웃음에 함께 웃었고, 아이가 아프면 함께 걱정했으며,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기뻐했다. 어느 순간부터 부부의 대화에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이야기가 많아졌다. 오늘 무엇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렇게 둘의 사랑은 어느새 세 사람의 삶이 되어 있었다.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날이 더 많았다
결혼생활을 돌아보면 특별한 날도 있었다. 기념일도 있었고, 여행을 떠난 날도 있었으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아홉 해 대부분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함께 밥을 먹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와 같은 공간에서 쉬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다. 주말이면 함께 장을 보거나 가까운 곳을 다녀왔다. 그때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순간들이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오히려 그런 날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결혼생활은 특별한 사건 몇 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수없이 반복된 평범한 하루가 모여 우리의 시간이 되고 있었다.
웃었던 날도, 서운했던 날도
아홉 해 동안 언제나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함께 많이 웃었지만 서로에게 서운했던 순간도 있었다. 생각이 달라 부딪힐 때도 있었고,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날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함께 살아온 시간이었다. 시를 쓰면서 그래서 이 문장을 넣었다.
‘웃었던 날도, 서운했던 날도, 결국 우리는 같은 집으로 돌아와 서로의 곁에 있었다.’
생각해보면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달라도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서운함이 생겨도 다시 서로의 곁으로 돌아오는 것. 기쁜 날뿐 아니라 힘든 날에도 같은 시간을 지나가는 것. 그렇게 우리는 아홉 해를 함께 걸어왔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으며 아내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많은 말이 떠올랐지만 결국 하나의 마음으로 모였다. 고마움이었다. 아홉 해 동안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나와 함께 부부로 살아줘서 고맙다. 우리 아이의 엄마로 함께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같은 삶을 살아줘서 고맙다. 너무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런 말을 자주 하지 못한다. 매일 보니까, 늘 곁에 있으니까,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결혼기념일만큼은 그 당연하지 않은 시간을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사진 속에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이 남는다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우리 가족은 사진도 남겼다. 부부가 함께 찍고, 아이와 함께 찍고, 세 식구가 한 프레임 안에 들어가 사진을 남겼다. 사진 속 얼굴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우리 부부도 조금씩 나이를 먹고 아이는 눈에 띄게 자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지금은 너무 익숙한 우리의 모습도 몇 년이 지나 사진을 다시 펼쳐보면 그리운 순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남기듯 글도 남기고 싶었다. 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에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아내에게 무엇이 고마웠는지. 우리 세 식구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는 날, 오늘의 마음까지 함께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이제 열 번째 시간을 향해
아홉 해가 되었다는 것은 이제 열 번째 시간을 향해 걸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열한 번째가 찾아올 것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스무 번째 결혼기념일도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그때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지금 일곱 살인 아이는 훌쩍 자라 있을 것이고, 우리 부부의 얼굴에도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모습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는 지금과 같았으면 좋겠다. 서로의 곁에 있는 것.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같이 웃는 것. 특별하지 않더라도 그런 평범한 하루를 계속 함께 살아가는 것. 그래서 시의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아이. 우리 셋의 이야기를 천천히 써 내려가자.’
우리에게 남은 이야기를 서두르지 않고 하루씩 써 내려가고 싶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최근 고맙다는 말을 전한 것은 언제인가.
함께한 시간을 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평범한 장면은 무엇인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사실은 당연하지 않은 일상의 행복은 무엇인가.
앞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시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가.
결국 우리의 아홉 해는 평범한 하루였다
아홉 해 전 우리는 둘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셋이 되었다. 그동안 기쁘고 행복한 날도 있었고 서로에게 서운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전히 같은 집으로 돌아오고 같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돌아보면 대단한 일보다 평범한 날이 훨씬 많았다. 함께 밥을 먹었던 저녁. 아이의 말에 함께 웃었던 순간. 별것 아닌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시간. 한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꼈던 날들. 그 평범함이 모여 우리의 아홉 해가 되었다. 그래서 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거창한 약속보다 한마디를 남기고 싶다.
‘아홉 해 동안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나와 함께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아줘서 고마워. 이제 다시 열 번째 시간을 향해 걸어가자.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아이. 앞으로도 우리 셋의 이야기를 하루씩 천천히 써 내려가자.’
언젠가 스무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는 날 오늘의 글을 다시 펼쳐보며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우리의 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에는 이런 마음이었구나.”
그때도 서로의 곁에서 함께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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